5대 건설사 3분기 실적…'해외'에서 갈렸다
삼성·대우 '해외현장' 매출로 성장…흑자 전환 및 어닝서프라이즈까지
GS·DL '원자재 급등' 여파에 울상…매출 성장에도 이익은 '뒷걸음'
공개 2022-11-07 06:00:00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국내 5대 건설사가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희비가 엇갈렸다. 대규모 '해외현장'을 보유한 건설사의 경우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대비 대폭 상승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그렇지 못한 건설사는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원가율 상승의 타격을 받아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 시티 전경. (사진=대우건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028260)대우건설(047040)은 해외현장의 매출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3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3분기 매출 4조1890억원, 영업이익 324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74%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300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이는 아랍에미리트(UAE) 해저 송전망(2조7000억원 규모)과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탱크(1조8563억원), 미국 테일러(Taylor) 반도체 공장(1조1000억원) 등 해외현장 매출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테일러 반도체 공장의 경우 삼성전자(005930)가 총 170억달러를 투자해 짓는 테일러시의 신규 공장 건설 프로젝트 일부로, 이와 관련해 향후 삼성물산의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반도체 공장의 경우 보안상의 이유로 계열사에 공사를 맡기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삼성물산은 올해 베트남 연짝 3호 및 4호 복합화력 발전 프로젝트(6000억원), 카타르 태양광 발전소 건설사업(약 8000억원) 등의 계약을 맺으며 해외사업 확대를 이어 나갔다.
 
대우건설은 올해 3분기 매출 2조5205억원, 영업이익은 205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0%, 83% 증가한 수치다.
 
대우건설도 해외 주요 현장들의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됨에 따라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대우건설의 주요 해외현장은 이라크 알 포(Al Faw) 신항만 후속 공사(약 2조9000억원),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 시티 복합개발사업(약 2조4000억원), 나이지리아 LNG 트레인 7(약 2조669억원) 등이다.
 
대우건설은 특히 기존에 활발히 사업을 진행해왔던 나이지리아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더 키워나갈 계획이다. 지난달 27일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과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은 방한한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을 만난 뒤, 카두나 정유시설 긴급보수공사에 대한 낙찰의향서(LOI)를 접수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1983년 나이지리아에 진출한 이후 약 70건의 사업을 수행한 바 있다.
 
 
현대건설(000720)의 경우 올해 3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4.8% 증가한 5조4308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0.2% 감소한 1537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사우디 마르잔 공사(약 3조2000억원),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2조252억원), 파나마 메트로 3호선(1조6439억원) 등 해외 대형 공사가 본격화되고 있어 향후 성장세는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연결 자회사의 일시적인 해외현장 이익률 감소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해외현장의 이익 반영이 부족했던 건설사들은 국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아쉬운 실적을 내놨다. GS건설(006360)은 매출 2조9530억원, 영업이익 125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7.8% 감소했다. GS건설 측은 영업이익 감소에 대해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원가율을 보수적으로 조정하면서 줄었다는 입장이다.
 
DL이앤씨(375500)는 매출 1조8489억원, 영업이익 1164억원을 기록했다. 역시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2.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5% 감소하는 역성장을 보였다. DL이앤씨 측은 주택 원가율 상승 및 해외법인의 일회성 비용 증가 등을 실적 감소의 원인으로 밝혔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터키 차나칼레대교 공사와 관련 일부 공사금을 아직 받지 못했다"라며 "추후 공사대금을 회수하면 실적은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부동산 시장까지 얼어붙고 있어, 향후에도 해외현장을 보유한 건설사들이 실적 상승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준금리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도 추가 상승이 예측돼, 분양시장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는 등의 차가운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고 있다"라며 "국내 주택사업에 의존도가 높은 건설사보다는 해외에 대규모 현장 등을 보유한 건설사가 향후에도 좋은 실적을 낼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