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위기설 '솔솔'…PF우발채무 현실화되나
올해 6월 말 기준 PF우발채무 2조3257억원
만기 많이 남았지만 미착공 현장 등 리스크
공개 2022-11-02 07:00:00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태영건설(009410)이 과중한 우발채무 규모 탓에 '위기설'이 퍼지고 있다. 금액 대부분이 만기 도래까지 기간이 많이 남았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상대적으로 분양이 쉽지 않은 비주택사업이 많고 미착공 현장의 비중이 커 현재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태영건설 사옥. (사진=태영건설)
 
31일 한국기업평가(034950)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올해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448.5%로 높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를 포함하면 부채비율은 498.8%까지 올라간다.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은 200%를 넘으면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여기는 데, 이 수준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은 주요 건설사 중 가장 위험한 수준이다.
 
특히 최근까지 PF 보증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난 20일 계열사인 '군포복합개발PFV'에 96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이는 자기자본인 7092억원의 13.5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우발채무는 현재는 채무가 아니지만, 추후 일정한 조건이 발생하면 채무가 되는 것을 뜻한다. PF 우발채무의 경우 건설사가 자기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시행사를 위해 보증해 준 자금을 말하며, 시행사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면 해당 리스크가 건설사, 증권사 등으로 번질 수 있다.
 
지난 2018년 이후 김해대동첨단산업단지(4761억원, 분양률 79%), 마곡CP4PFV(2392억원, 100%) 등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 규모는 빠르게 증가했으며, 올해 6월 말 기준 총 2조3257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는 '부도설'이 돌았던 롯데건설 다음으로 국내 건설사 중 가장 큰 금액을 기록한 것이다.
 
아울러 태영건설은 내년 3월 1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도래를 앞둔 가운데, 재무부담 가중을 겪고 있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오는 중견건설사 회사채는 아이에스동서(010780) 1200억원, 한양 1150억원, 동부건설(005960) 750억원 등으로 경쟁사 대비 태영건설의 규모가 가장 크다. 또한 태영건설은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 규모도 3880억원대로 큰 수준이다.
 
특히 보유 현금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어 재무완충력에 의문이 제기된다. 올해 6월 말 기준 태영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102억원에 불과하다. 불어나는 빚과 달리 보유 현금은 지난해 말 5747억원에서 대폭 감소한 것이다.
 
다행인 점은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 만기가 아직 멀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향후 지켜봐야 하는 이유는 태영건설의 사업 현장이 상대적으로 비주거용 건물 및 미착공 비중이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주택사업 대비 비주택사업의 위험도가 높은 수준으로 판단된다. 주택사업은 일반적으로 선분양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분할 매각이 용이하다. 또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지식산업센터 등 비주택사업의 경우 분양까지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으며, 후분양 또는 '준공 후 매각'이 이뤄질 수도 있다. '준공 후 매각' 예정 자산과 관련해 미분양 혹은 미매각이 발생할 경우 자산가치가 저하되며 PF 상환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
 
이어 미착공사업의 경우 공사비 및 금융비용 상승 등의 요인으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 주택 경기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시기에는 예정 사업지들의 수익성이 저하되는 경우 본 PF 진행에 차질을 빚으며 착공 자체가 불투명해질 위험도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착공 현장이 많을 경우 위험요소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라며 "용지는 대출을 일으켜 구매해놓고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했으니 향후 금융비용 발생 등 재무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최근 일부 건설사들에 대한 '부도설'은 다소 과장된 얘기로 보인다"라며 "은행, 증권사들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자금을 융통시킬 수 있기 때문에 부도까지 발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영건설 측은 개발사업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PF 보증 규모도 같이 커진 것일 뿐이며, 만기가 도래하는 시점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PF 보증 규모가 증가하고 있으나, 대부분 만기구조가 장기화돼 있어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라며 "단기간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PF대출은 보유한 현금과 한도 대출 등 유동성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