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부실 늪' 인니 부코핀 살려야 하는 이유
부코핀 순손실 434억원→2725억원으로 급증
지속된 증자에도 코로나로 효과 반감
10년 만에 인니 재진출…"장기적 관점 투자"
공개 2022-11-01 07:00:00
 
 
[IB토마토 김수정 기자] "당분간 증자가 필요 없을 만큼의 충분한 금액을 이번에 투자하겠다"
 
KB국민은행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조남훈 전무는 지난 26일 진행된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이하 부코핀) 출자 계획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조 전무는 "적극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라고 자신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20년 부코핀은행의 지분 과반수를 매입, 코로나에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확실한 경영권을 쥐면서 KB국민은행 내에서 부코핀의 위상도 종속기업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부코핀의 실적이 온전히 반영된 이후부터 손실이 커지고 있는 것. KB국민은행이 부코핀을 살려야 하는 이유다. 
 
28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최대 8조436억 IDR(루피아) 한도 내에서 현지 은행 부코핀에 대한 증자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정확한 출자 규모는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내에는 총 115개의 상업은행이 있는데 부코핀은 자산 규모 기준으로 19위 정도되는 은행이다.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280여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글로벌 네트워크 중에선 최다 지점수다. 부코핀은 상장사로, 현재 주가는 136 루피아(한화 약 12원)다. 
 
KB국민은행이 지난 2018년 인수 당시만 해도 부코핀의 지분 22%만 취득했다. 당시 KB국민은행은 1164억원을 투자했다. 2년 뒤인 지난 2020년 2217억원을 추가 투자하고 지분을 67%까지 확보했다.
 
대주주 지위에 오르자 부코핀의 위치도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바뀌었다. 지난 2020년 말부터 KB국민은행은 부코핀을 100% 연결 회계에 반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보유 지분 22%만큼의 지분법 손익을 인식했다.
 
 
KB국민은행은 장기적 관점에서 인도네시아 시장을 바라봤다. 유독 인도네시아 시장과는 인연이 없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BII 은행(현 메이뱅크 인도네시아) 지분을 5년 만에 매각한 바 있다. 당시 인도네시아에는 해외 자본이 이미 대량 유입된 상황에서 KB국민은행이 틈새를 노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다. 
 
지난 2018년 부코핀을 인수하면서 10년 만의 재도전으로, KB국민은행 입장에선 자존심이 걸린 문제인 셈이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지분 추가 투자라는 과감한 결정도 그만큼 자신이 있었단 얘기다. 
 
또, 코로나 직전까지 부코핀의 건전성도 양호한 수준이었다. 부코핀의 연간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9년 총 수익 자산 대비 부실 자산(NPL) 비율은 4.93%였다. 이듬해 코로나 충격으로 NPL 비율이 8.65%로 뛰어 건전성은 급격히 나빠졌다. 
 
조남훈 전무는 "인수 이후 코로나 확산으로 자산 건전성이 악화돼 과거 부실을 정리하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부코핀의 순손실은 2020년 434억원에서 지난해 2725억원으로 뛰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같은 기간 캄보디아의 현지 은행 프라삭(PRASAC Microfinance Institution)의 순이익은 1183억원에서 2053억원으로 증가했다. 프라삭은 지난 2020년 인수한 캄보디아 은행이다. 부코핀의 손실을 프라삭의 실적을 끌어올려 상쇄하는 상황이다.
 
또, 인도네시아 현지에는 타행도 진출해있다. 우리은행은 소다라은행을 운영 중인데, 소다라은행의 지점 수는 부코핀 은행의 절반 수준이지만, 수익성은 양호한 편이다. 소다라은행의 순이익은 지난 2020년 300억원에서 2021년 473억원으로 개선됐다. 소다라은행은 현지 공무원과 군경 연금공단의 연금 지급은행으로, 이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제공해 상대적으로 코로나의 영향을 덜 받았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증자를 통해 부코핀 은행 정상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조 전무는 "최근 부코핀은행이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종합평가 2등급을 받았는데 이는 사실상 정상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평가 등급"이라며 "과거 부실은행에서 적극적으로 시장에 대응해 볼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도네시아 환율 상승으로 원화 환산 시 출자 부담은 확대될 수 있다. 현재 100 루피아당 9.17원이다. 작년 3차 증자 당시 100 루피아당 8원대였다. 환율이 안정기에 접어드는 것을 보고 증자 시기를 확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수정 기자 ksj02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