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금리 급상승 여파…중금채 조달 경쟁력 '뚝'
한은 '빅 스텝'에 중금채 금리 가파르게 상승
시중은행 예금이자 3%중반…기은도 이자 올려
기은 "종합적 상황 고려 금리 인상 대응"
공개 2022-10-26 06:00:00
[IB토마토 김수정 기자] 기업은행(024110)이 중소기업 대출 재원으로 활용하는 중금채(중소기업금융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조달단에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 금리 상승 속도가 그나마 덜한 창구 조달 중금채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시중은행이 수신 상품 이자를 인상함에 따라 기업은행도 수시로 이자를 조정하고 있다.
 
24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전주 13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면서 5.69%의 연 이자율을 적용했다. 이달 기업은행이 발행한 채권은 대체로 4~5%대의 금리 조건을 형성했다.
 
작년 이맘때 기업은행은 1%대 저리로 중소기업 대출에 사용할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 기준금리는 0.75%였다. 작년 11월 1%대로 오른 기준금리는 인상을 거듭하다 지난 7월 2.25%로 껑충 뛰었다. 이달에는 3%로 올라 미국과 격차를 좁히기 위한 '빅 스텝'을 밟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시장은 찬바람이 불면서 1년 새 조달 비용이 크게 뛴 것이다. 일반 회사채 보다 사정이 좋다는 은행채도 고금리를 제시하지 않으면 인기를 끌기 어려운 터라 고금리 경쟁에 은행들도 애를 먹고 있다. 특수채인 중금채도 5%가 넘는 금리를 내건 것을 보면, 기업은행도 자금 확보가 신통치 않다는 방증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재원 용도로 자기자본의 20배까지 중금채를 발행할 수 있다. 시장 조달 중금채는 시중은행이 발행하는 은행채 보다 금리 경쟁력도 높아 비용 측면에서도 압박이 덜하다. 
 
여전히 시중은행들이 발행하는 채권과 비교하면 중금채는 금리 경쟁력이 높은 편이다. 키움증권(039490)에 따르면 지난주 중금채 1년물 금리는 4.71%로, 은행채 트리플 A 등급의 1년물 금리 4.83% 보다 0.12%포인트 낮다. 그러나 지난주 보다 신용 스프레드가 14bp(1년물) 벌어져 조건은 더 열악한 상황이다. 
 
올 상반기 기준 중금채 잔액은 134조8859억원 규모로, 총 예금 가운데 절반 정도 차지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대출 재원은 크게 '중금채'와 요구불예금과 같은 '저원가성예금'으로 나뉘는데, 2년 전만해도 중금채와 저원가성예금 비중인 7대 3이라면, 지금은 5대 5로 저원가성예금의 비중이 확대됐다. 
 
시장 조달 중금채의 평균 금리 추이를 보면 지난 2019년 말 1.55%에서 이듬해 0.81%로 낮아졌다 작년 말 1.12%로 다시 상승, 올 상반기 1.81%까지 치솟았다. 지난 2분기에만 중금채 이자비용은 6881억원이었다. 이달 발행 금리 조건을 볼때 연말에는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또, 기업은행은 금리 상승 추이를 보면서 창구 조달과 시장 조달 비중을 조절해왔다. 지난 2020년 시장 조달 중금채 금리가 1% 미만까지 하락하자 비중을 더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유리한 조건에 자금을 조달해 순이자마진을 확보했다. 
 
지난 2분기 기업은행이 창구 조달 중금채 비중을 늘린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창구 조달 중금채 비중은 지난 1분기 48%에서 2분기 52%로 확대됐다. 작년 창구 조달 금리가 1.07%라면 시장 조달은 0.78%였다. 최근 금리 격차는 0.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다만, 창구 조달 금리 역시 오름세란 점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아니다.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린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은행도 지난 14일 수신금리를 0.5%포인트씩 인상했다. 지난 8월 이후 2개월 만에 추가 조정이다. 인기 상품인 1석7조통장은 최고 연 5.38%의 이자를 지급한다.
 
통상 기업은행의 예금 상품은 시중은행 보다 높은 이율을 제공했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9월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수신금리도 3%대 중반이다. 창구 조달 금리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조달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대응하고 있어 큰 무리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ksj02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