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매각 다행"…'카카오 사태' 가슴 쓸어내린 KB국민은행
2만8704원에 절반가량 매도…시기 놓쳤으면 손실 더 커
지분 규모 축소로 위험도 절반으로…전략적 투자 이어갈 듯
공개 2022-10-21 07:00:00
[IB토마토 김수정 기자] 카카오뱅크(323410) 주가가 마치 날개를 잃은 듯 추락하고 있다.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까지 빚어지며 앞으로의 주가 전망도 어둡다.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의 주요 주주다. 두 달 전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 가운데 절반을 팔았다. 매각 시기를 놓쳤다면 매각 손실뿐만 아니라 평가 손실은 더 컸을 전망이다. 상장 직후 2조원대로 평가해둔 카카오뱅크 지분은 반년 새 반 토막이 났다. 지분 축소로 향후 손실 위험이 줄어든 만큼 추가 지분 매각을 고려하기 보다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는 방향에 무게가 쏠린다.
 
18일 카카오뱅크 주식은 주당 1만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로 빠진 주가가 일부 회복됐지만, 여전히 저점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7거래일 연속 카카오뱅크 주가는 1만원대에 머물렀다. 
 
열흘전 DB금융투자는 리포트를 내면서 카카오뱅크 목표주가로 1만6200원을 제시했다. 당시 카카오뱅크 주가가 1만원대 후반이었다. 향후 주가가 더 빠질 것이라고 내다본 것인데, 실제 현재 카카오뱅크 주가는 해당 리포트에서 제시한 수치에 근접하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가 좋아지고, 카카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라며 주가 상승에 제약이 크다고 진단했다.
 
앞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2022년 회계결산에 대한 주주총회 승인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법규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의 주주환원정책 실행을 적극 검토하도록 하겠다"라고 발표했다. 카카오뱅크 임원들도 5만여주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가 상승에 힘을 실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국민은행 역시 카카오뱅크 주가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지분 4.9%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국민은행은 추세적 하향세를 우려하기 보다 손실을 축소한 것에 가슴을 쓸었다. 지난 8월 과반수 지분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매각단가는 2만8704원이다. 현 주가는 매각가의 절반 수준이다. 매각하지 않고 지분 8%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다면 손실은 더 컸다.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투자 주식을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측정 지분상품'으로 분류해뒀다. 평가손익은 자본 항목 가운데 기타포괄손익누계액에 반영된다. 현금 유출과 무관한 평가손실이지만, 자본 감소로 이어진다. 자본비율 하락 요인이 될 수 있어 지분 축소는 불가피했다.
 
올 상반기 기준 국민은행이 평가한 카카오뱅크 지분 가치는 1조1525억원이다. 작년 말까지 장부가액은 2조2478억원으로, 반년 만에 1조원이 넘는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국민은행은 직전 연도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 주당 가치를 5만9000원으로 재평가했다. 당시 주가 우상향으로 높게 평가됐기 때문에 손실이 더 컸다.
 
상반기 기준 국민은행이 평가한 카카오뱅크 지분의 주당 가치는 약 3만원이다. 3분기 말 기준으로 주가는 이보다 1만원 떨어진 2만원이다. 국민은행이 매각하지 않고 8%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2만원 주가를 반영해 단순 계산한 평가액은 7639억원이다. 현 주가를 대입하면 평가액은 6553억원까지 감소한다.
 
3분기에는 매각 이익이 반영돼 손실을 일부 상쇄할 전망이다. 주가 급락 여파는 4분기 결산부터 반영된다. 지분 매각으로 손실 우려도 절반으로 축소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종가 기준으로 계산한 3분기 말 대비 현재 지분 가치 평가손실이 10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국민은행은 전량 매도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수익이 아닌 '전략적' 측면을 고려해 카카오뱅크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일단, 일부 매각으로 손실을 덜어낸 국민은행은 전략적 관점에서 투자를 지속하면서 주가 향방을 모니터링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은행 측은 "최초 카카오뱅크 투자 당시 인터넷전문은행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라며 "카카오뱅크 평가손실이 재무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ksj02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