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요구 높아지는 HMM…"공적자금 회수가 먼저다"
몸값 높아 원매자 찾기 어려워…지분율 절반 이상 소액주주 피해도
배당으로 공적자금 회수 후 매각 목소리…해운 운임 하락은 걸림돌
공개 2022-10-20 07:00:00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관리 중인 HMM(011200)(옛 현대상선)에 대한 민영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적 향상으로 기업 가치가 높을 때가 매각 적기라는 논리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민영화 논리는 시기상조로 공적자금 회수 이후가 적정 매각 시기라고 주장한다.
 
1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진공 국정감사에서 HMM 민영화가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제값 받기’를 위해서는 민영화가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금 민영화하면 덩치가 너무 커서 제 주인을 찾기도 쉽지 않고, KDB산업은행(산은)과 해진공이 보유 지분을 줄일 수밖에 없어 공적자금 회수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HMM 선박.(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HMM 지분율은 △KDB산업은행 20.69% △해진공 19.96% △신용보증기금 5.02% 등이다. 여기에 HMM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영구채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을 감안하면 1·2대주주인 산은과 해진공의 HMM 지분 보유량은 74% 규모가 될 전망이다.
 
전일 종가 기준 HMM의 시총은 9조3162억원으로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31위를 기록했다. 인수희망 기업이 HMM의 지분 74%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6조8939억원, 절반인 37%의 지분을 소유하기 위해서도 3조4469억원가량이 소요된다.   
 
 
HMM 현금만 11조…매각가 상승 전망 솔솔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HMM의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4조원대로 추산됐다. 그러나 최근 실적 고공행진으로 매각가 상승 전망에 원매자는 오히려 줄어드는 모양새다.
 
HMM은 올 상반기 기준 매출 5조340억원, 영업이익 2조9371억원, 영업이익률 58.34%, 부채비율 45.7%, 현금성자산 11조3269억원 등으로 재무건전성이 우수하다. 현금성자산만 해도 당초 매각가의 2배를 호가한다. 현금성자산은 원매자가 인수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보유현금의 절반 수준인 5조원대로 매각가를 수정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문제는 덩치가 너무 커지면 원매자가 제한된다는 데 있다. 아무리 HMM 인수 후 받을 수 있는 현금이 크다지만 마음대로 운용하기 힘들뿐더러, 일단 수조원의 자금을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다. 산은에서 자금력이 탄탄한 대기업을 원매자로 찾는 이유다. 포스코그룹과 현대차그룹 등이 인수기업 물망에 올랐지만 양측 모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HMM 민영화와 비교되는 것이 지난달 산은이 발표한 대우조선해양(042660) 매각 건이다. 한화그룹 산하로 들어가는 대우조선해양의 매각가가 당초 6조원에서 2조원 수준으로 낮아져 화제를 모았다. 한화그룹은 2조원 규모 유상증자로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확보하고, 산은은 총 지분을 55.7%에서 28.2%로 절반가량 낮추기로 했다.
 
이에 공적자금 회수 논란이 불거졌다. 2015년부터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7조1000억원을 쏟아부었는데 2조원에 매각되니 결국 5조원 상당 자금의 회수가 불가능해져서다. IB업계에서는 산은 입장에서 적자 기업 대우조선해양에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하느니 더 큰 손실을 피하려 매각을 선택했을 것이라 판단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만 1조7500억원 상당의 영업손실에 부채비율 379.04%을 기록했다.
 
 
고배당으로 공적자금 회수 후 매각…윈윈전략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HMM의 경우 재무건전성이 뛰어나 대우조선해양과 민영화 해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배당으로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한 후에 지분율을 낮춰 매각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동시에 소액주주 불만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IB업계 등에 따르면 2016년 이후 HMM 공적자금 지원 내역은 산은이 약 2조8000억원, 해진공이 약 4조1000억원으로 총 7조원 규모다. 지난해 산은과 해진공은 이 중 각각 3000억원과 6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이것을 제외하면 약 6조1000억원의 공적자금이 아직 미회수 상태다. 
 
산은과 해진공의 CB 주식전환 당시 HMM은 주식 희석 우려에 주가 폭락 사태를 맞았다. 이에 소액주주들(2021년말 기준 50.17%)의 큰 반발을 샀다. 한번에 몇 천만주가 시장에 풀리는 CB 주식전환과 비교해 자산규모에 맞춘 고배당은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적다.
 
현재 HMM은 11조원 상당 현금곳간을 채우고 있어 공적자금을 배당금으로 내주는 것도 가능하다. 양 공기관의 보유 주식수가 많아 고배당을 한다면 8년 내 공적자금 회수도 가능하다.
 
HMM은 2021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600원을 배당했다. 배당금액은 총 2934억원으로 이 중 산은이 607억원, 해진공이 585억원을 챙겼다. 올해 배당금인 1100억원 상당을 제외한 것만으로도 6조원 이하로 공적자금 지원 내역이 줄어든다.
 
배당금을 높이면 어떨까. 이번 HMM의 결산 배당성향은 5.5%로 코스피 기업 평균인 35.5%에 크게 못 미친다. 배당성향을 35.5%로 계산했을 경우 총액은 1조8987억원이다. 산은과 해진공에는 7718억원, 소액주주에는 9525억원이 돌아가게 된다.
 
이렇게 7년만 배당하면 공적자금의 80%에 달하는 5조4000억원 상당을 회수할 수 있다. 8년간 동일한 배당을 받는다면 회수 규모만 6조1000억원을 넘어선다. CB 등 영구채는 일정 기간 이후 이자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다. 매해 받는 이자까지 셈에 넣는다면 공적자금 회수 기간을 더 앞당길 수도 있다.
 
다만, 해운 운임이 꺾이는 상황은 고배당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HMM의 경우 별도 기준) 중 배당금의 비율이다. HMM 수익이 하락하면 배당성향도 고배당으로 유지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HMM이 지난 2016년부터 영업손실을 지속하다 해운운임 상승세를 탄 2020년부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급상승한 것과 관련 깊다.
 
그러나 증권업계의 HMM 매출 전망은 긍정적이다. 증권사별 HMM 2023~2024년 매출 전망을 보면 △신영증권(001720) 1조8070억원, 1조6121억원 △삼성증권(016360) 1조3964억원, 1조3753억원 △한국투자증권 1조3768억원, 1조1806억원 △대신증권(003540) 8826억원, 8278억원 등이다. 가장 보수적인 대신증권의 매출 추정치도 2016년 매출의 2배 수준이다.
 
해운업계에 30년 이상 몸담았다는 한 관계자는 “산은과 해진공이 왜 이렇게 빨리 HMM을 매각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고배당으로 공적자금을 갚고 대우조선해양처럼 지분율 조정을 해준다면 원매자 찾기도 쉬울 것”이라며 “어차피 해운업은 사이클이 있어 호황은 다시 온다.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매각 계획을 짜는 것이 전체 해운업계에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