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CEO 성적표)④윤종규 M&A 리더십, 보폭 확장 '결실'
증권·생보·손보 거침없는 M&A…약점을 강점으로
동남아시아·선진국 투 트랙…수익 지표 숙제로
건전성 관리 능력 우수…카드는 추가 개선 필요
공개 2022-10-19 06:00:00
지난 3년간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두고 경쟁해온 주요 금융지주 수장들이 연임이냐 임기 종료냐 기로에 섰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끝난다. <IB토마토>는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성과로 임기를 보낸 각 금융그룹 회장들이 받은 경영 성적표를 △비은행 부문 강화 △글로벌 확장 △자본적정성 등 3부문으로 나눠 진단해 보고 연임 가능성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김수정 기자] "KB금융지주 출범 이후 KB증권, KB손해보험, 푸르덴셜생명, KB캐피탈, KB저축은행 등 5개의 계열사를 KB의 가족으로 맞이해 균형적인 종합금융그룹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윤종규 회장은 지난 14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이같은 소회를 밝혔다. 윤 회장 취임 당시만 해도 국민은행의 순이익이 KB금융 전체 순이익의 70%에 달했을 만큼, 은행에 의존하고 있었다. 현재 은행의 순이익 비중은 60%까지 낮아졌다. 리딩 금융그룹 수성 위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과업으로 삼고 M&A(인수합병)에 적극 뛰어든 결과다. 
 
윤 회장은 KB금융 최초 '3연임'을 해낸 경영자다. KB금융 출범 이래 가장 오랜 기간 그룹을 이끈 인물로 꼽힌다. 윤종규 3기는 내년 11월까지다. 후임자를 추천받기 위한 본격적인 절차는 내년 8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반년 이상 남았기 때문에 윤 회장의 4연임 가능성을 점치기에는 이르지만, 8년간 KB금융을 이끌면서 '은행-증권-보험-카드' 균형 있는 금융그룹 뼈대를 구축했단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또, 3연임에 성공한 이후 2020~2021년 연속 리딩 금융그룹 자리도 지켜냈다.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컸던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이다. 다만, 연임 도전에 나선다면 노조와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고, 바짝 쫓는 '신한'의 행보도 변수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사진=KB금융)
 
'순이익 4조 시대'…비은행 M&A 결과물 
 
작년 KB금융은 순이익 '4조 시대'를 열었다. 은행의 이자 이익이 증가한 영향이지만, 견조한 수수료 이익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리딩' 자리 수성도 가능했다. 작년 KB금융의 순수수료 이익은 3조6256억원으로, 신한지주(2조6750억원)를 크게 따돌렸다. 
 
수수료 수익은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의 역할이 크다. 전체 수수료이익 가운데 약 70%는 비은행 계열사에서 발생한다. 고무적인 것은 IB 부문의 성장이다. IB 수수료 수익은 지난 2020년 2780억원에서 2021년 341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2620억원의 수익을 거두며 순항 중이다. 
 
IB 업무의 허브는 KB증권이다. 윤 회장 취임 당시 사명은 'KB투자증권'으로, 자기자본 6000억원 규모의 중소형사였다. 초대형 IB로 키우기 위해 윤 회장이 선택한 것은 대형사 인수였다. 지난 2016년 매물로 나온 현대증권 인수를 검토할 당시 시장에선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당시 현대증권이 3조원대 대형사였기 때문에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었다. 특히 KB금융은 직전연도에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에 6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쓴 상황이었다. 연이은 M&A(인수합병)에 따른 대규모 현금유출 우려에도 윤 회장은 증권사 인수에 1조원 이상의 인수대금을 써냈다. 현대증권을 품고 KB증권을 출범시킨 이후 지난 2017년 증권사 비이자이익이 7배가량 증가, 약점으로 꼽혔던 비은행 수익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내년에는 'KB라이프생명보험'이 출범한다. '손보' 대비 빈약한 '생보' 강화는 윤 회장이 꼽은 과업 중 하나였다. 2조원이 넘는 몸값에도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이유다.
 
윤종규 회장은 "내년에는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보험이 하나가 돼 KB라이프생명보험으로 새롭게 출발한다"라며 "보험부문의 사업기반을 더욱 견고히 할 예정"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KB라이프생명보험은 시간적 제약이 있는 고객을 위한 아웃바운드 상담뿐만 아니라 상속·노후 설계 및 가업승계 자문 등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고객 맞춤형 종합자산관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KB금융의 순이익은 2조7721억원으로, 신한지주(2조7605억원)를 미세한 차이로 따돌렸다.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에서 추정한 실적을 취합한 결과를 보면, KB금융의 연간 순이익은 4조9144억원, 신한지주는 5조1606억원으로 추산된다. 증권 시황 악화와 통합 생보사 출범 이후 약간의 부침이 예상된다. 다만, 내년에는 순이익이 5조원대로 올라서면서 수익성 확대가 예상된다.
 
 
 
해외로 뻗은 M&A…부코핀 은행 손실 숙제
 
KB금융의 지역별 영업손익 공시 내역을 보면, 해외 진출국 가운데 성장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이다. 
 
특히 캄보디아의 경우 작년 기준 영업손익이 4105원으로, 진출국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익을 안겼다. 캄보디아에 진출한 국민은행 등이 취급한 가계·기업 여신 규모는 2020년 3조7251억원에서 2021년 5조1018억원으로 1년 새 2배 가까이 뛰었다. 
 
KB금융은 고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시아 시장'과 투자안정성이 높고 국내 고객의 해외 투자 선호도가 높은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투 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금융시장 중에서도 캄보디아는 전략 국가로 꼽힌다. 금융산업을 개방한지 얼마 안 돼 외국자본이 침투하기 유리한 시장이라 판단해서다. M&A와 오가닉 성장을 추진하는 전략으로 비즈니스 저변 확대를 꾀하던 중 지난 2020년 'PRASAC Microfinance Institution PLC(이하 프라삭)'의 경영권을 획득했다. 프라삭은 소액대출 시장에선 캄보디아 현지에서 1위 금융사다. 인수 훨씬 전부터 프라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오다 인수를 타진했다. 작년 9월에는 잔여지분 30% 인수를 마무리하고, 조만간 프라삭을 상업은행으로 전환하겠단 계획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은행을 비롯해 증권, 손해보험, 카드, 캐피탈 등 사실상 전 계열사가 진출해 있다. 인도네시아는 주요 수출 원자재들의 가격 상승과 공급망 투자 증가 등으로 경기회복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증가하고 내수 회복과 함께 가계대출 성장세도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PT Bank Bukopin Tbk.(이하 부코핀)의 지분 67%를 쥔 최대주주다. 지난 2018년 지분 22%를 취득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데 이어 지난 2020년, 2021년, 2022년 3년에 걸친 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부코핀 은행의 지점수는 289개로, 캄보디아 프라삭의 거의 두배 수준이다. 다수의 현지 네트워크를 확보하고도 부코핀 은행의 수익성은 악화일로에 빠졌다. 국민은행이 최초 지분을 투자할 때 장기적 관점에서 인수를 결정했지만, 손실 최소화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부코핀 은행은 작년 영업수익이 3배 이상 뛰었지만, 손실 규모도 확대됐다. 순손실은 지난 2020년 434억원에서 이듬해 2725억원으로 불어났다. KB금융의 해외 순이익이 지난 2020년 9400만 달러에서 작년 8600만 달러로 감소한 것도 부코핀 은행의 손실 확대 영향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은 부코핀 은행의 소방수로 CSO와 CHO를 지낸 이우열 은행장을 부코핀 은행으로 급파했다. 
 
한편,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선 IB(투자 은행) 영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의 우량 신용등급을 활용해 런던 법인의 경우 자금 조달도 원활한 상황이다. 홍콩과 뉴욕 지점을 CIB 금융 허브로 키울 방침이다.
 
 
카드 건전성 개선 속도 주춤…선제적 충당금 적립 
 
KB금융은 지난 2019년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1조6960억원을, 이듬해 2조8380억원, 지난해 3조9353억원의 자본을 연달아 확충했다. 우량 신용등급을 활용해 자본 조달을 서두른 결과, 3년 연속 15%대 수준으로 자본비율을 유지했다. 코로나19로 취약 차주에 대한 금융지원이 길어지면서 당국은 금융사에 지속적인 건전성 지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KB금융은 자본 확충과 순이익 확대를 통해 양호한 수준의 자본적정성을 보이고 있다.
 
KB금융의 상반기 부실여신 규모는 1조3158억원으로 지난해 말 수준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NPL 비율이 0.19%로, 타 시중은행 대비 낮은 편이지만, 국민카드는 상대적으로 높다.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인 하나카드와 우리카드는 NPL 비율이 0.6%, 신한카드는 0.8%다. 반면, 국민카드는 0.9%다. 
 
국민카드는 지난 2020년부터 연체율을 1% 미만으로 관리하고 있으나, 올 들어 연체율 하락폭이 크지 않으며, NPL 비율도 개선 속도가 둔화됐다. 
 
잠재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쌓아둔 것은 긍정적이다. 국민카드의 경우 NPL커버리지비율이 364%로, KB금융 전체 평균(222.4%)을 훨씬 웃돌았다. 국민은행 역시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이후 건전성 지표 악화를 대비해 부실 여신 대비 충당금을 254.6%까지 쌓아둔 상태다.  
 
충당금 적립에 따른 비용 확대로 상반기 KB금융의 대손비용률은 0.31%로, 지난해 4분기(0.54%) 이후 최고 수준이다. 추가적인 대손 비용 발생에도 상반기 ROE는 12.49%로, 오히려 과거 지표 보다 훨씬 좋은 상태다. 충당금 발생이 수익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얘기다. 
 
김수정 기자 ksj02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