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ENG, 올해 주택공급 딸랑 '25%'…주요 건설사 중 '최저'
계획 물량 2만3148가구 중 5882가구 공급…"분양 물량 4분기 쏠려 있어"
최근 '미분양' 우려 높아 분양 흥행 미지수…대거 미분양 발생 시 직격탄
공개 2022-10-14 07:00:00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올해 당초 계획보다 저조한 분양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건설사 중 분양 예정 물량 대비 가장 낮은 분양률을 기록한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당초 4분기에 분양 일정이 몰려 있다는 입장이지만, 부동산 침체기까지 겹치면서 예정대로 분양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칫 대거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재무 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사진=현대엔지니어링)
 
12일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올해 주택공급 계획은 2만3148가구로 잡았으나, 현재까지 분양된 가구 수는 5882가구에 불과하다. 목표 달성률은 25.4%에 그치고 있다. 이는 주요 건설사 중 꼴찌다. 올해 부동산 시장 침체기가 시작되면서 다른 건설사도 당초 계획보다 저조한 분양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날 기준 현대건설(000720)(68.9%), GS건설(006360)(61.1%), 포스코건설(51.4%) 등은 절반 이상의 분양 실적을 기록했다. DL이앤씨(375500)(47.7%), SK에코플랜트(46.8%), 롯데건설(45%) 등도 목표 대비 절반에 가까운 분양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연초에 계획을 세울 때 애초 10~12월에 분양 예정을 잡아 놓은 단지들이 대부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엔지니어링의 공급 계획을 살펴보면 올해 4분기에 공급 물량이 대거 쏠려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0~12월 사이 전국에 총 13개 단지(지식산업센터, 생활숙박시설 등 포함)를 분양할 예정이다.
 
그러나 하반기 본격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예정대로 분양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준금리가 가파른 속도로 오르면서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감으로 수요자들이 선뜻 청약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미분양 물량도 쌓이는 등 전체적으로 시장이 차갑게 식은 분위기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당분간 이런 분위기는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계속해서 분양 연기를 택하는 단지들도 있다"라며 "금리가 또 한 번 인상됨에 따라 시장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분양을 강행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자칫 대규모 미분양 물량이 쌓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만약 시행사와 분양불로 계약했을 경우, 미분양 발생 시 건설사가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일어날 수도 있다. 분양불이란 시공사가 분양자의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준공까지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만약 시공사가 시행사와 분양불로 계약을 맺었을 경우에는 분양 성과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라며 "분양이 잘 돼야 공사대금 회수에 차질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꼭 금전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미분양은 해당 아파트 브랜드의 가치 하락이라는 손실을 발생시킨다"라고 덧붙였다.
 
 
분양 목표 달성이 미지수인 가운데, 실적 반등이 필요한 현대엔지니어링 입장에서는 '악재' 발생 여부 또한 존재하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상반기 매출 4조1226억원, 영업이익 90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3조5795억원) 대비 15.2%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2103억원)에 비해 57.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건축·주택 사업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해당 부문 매출은 1조4936억원을 기록했으며, 전체 매출의 36.2% 비중을 차지했다. 해외 플랜트·인프라(37.2%)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매출 비중을 담당하고 있다. 해당 부문에서 만회가 절실한 이유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금리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분양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철저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