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그룹, 한국에 6년간 1조원 이상 투자
중대형 세단 수출 허브 전략…자동차 인프라·다중 FTA 적극 활용
하이브리드 중심 예상…글로벌 대세 전기차 생산 불발은 아쉬움
공개 2022-10-12 16:26:27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취임 2년 만에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회장이 투자 보따리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르노그룹은 향후 6년간 한국에 1조원 넘는 돈을 투자할 전망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남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메오 회장은 “한국을 중대형 세단 수출허브로 세우겠다”며 “6년 동안 수억 유로 규모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회장.(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같은 날 르노그룹 홈페이지에 게재된 자료에 따르면 투자 규모는 9억 유로(900M€, 약 1조2474억원)이다. 메오 회장은 한국을 수출허브로 삼으려는 이유로 △세계 정상급 자동차 기술 생태계 △전기차 배터리 연구소 위치 △높은 수출 자유도 등을 손꼽았다. 
 
한국에 6년여간 9억 유로 투자
 
한국은 부산과 울산을 중심으로 자동차 생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더불어 다양한 국가와 FTA를 맺어 완성차나 반조립 형태의 자동차 생산 이후 해외수출 부담이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8월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 통과 이후 미중 간 무역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수출 규제가 강화돼 경제학자들 중에는 세계 무역이 블록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향후 국내 생산 차종은 중대형 고급형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될 전망이다. 이날 루카 데 메오 회장은 ‘프리미엄’과 ‘가치’를 수차례 강조하며 생산시설 증설이나 생산량 확대에는 선을 그었다. 국내 공장에서의 전기차 생산에 관해서도 “계획이 없다”며 “내연기관에 아직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이브리드 자동차 생산 의지를 강조했다.
 
한국에 6년여간 9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르노그룹.(사진=르노그룹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로 얼마만큼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 의문도 제기된다. 세계 자동차업계가 빠르게 전기차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가격 면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이 비교 열위에 있어서다. 전기차 생산이 포함되지 않으면 ‘수출 전진 기지’로서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르노그룹은 지난해 2025년까지 10종의 전기차 출시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국내에도 2026년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하며, 2030년까지는 유럽에서 전 제품군을 전기차로 생산할 계획이다. 
 
이러한 시선을 의식했는지 메오 회장도 전기차 생산에 대해 일부 여지를 남겼다. 메오 회장은 “부산공장은 몇년 전부터 르노의 전기차 ‘트위지’ 조립 경험을 쌓아왔다”며 “모든 결정은 우리 손에 있다”고 말했다. 
 
메오 회장 한국 방문…배터리 논의 등 포함
 
메오 회장은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에도 큰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시장에 대한 목표는 명확하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과 주주를 만족시키는 것”이라며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새로운 판매전략이 옳았음이 상반기 판매량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르노코리아의 지난 9월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28.3% 증가한 1만8922대다. 특히 동기간 고급모델인 중형 세단 SM6와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XM3의 판매가 각각 106.5%와 46.8% 상승한 점이 눈에 띈다. 
 
그의 한국 방문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 방문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RA 법안은 중국산 배터리 사용을 제한해 국내 배터리 3사 외에 파나소닉 등 일부 일부업체의 제품을 사용해야만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앞서 IRA 법안에 맞추기 위해 혼다도 LG엔솔과 합작공장 설립을 결정지은 바 있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르노그룹과 협업할 가장 유력한 배터리사로는 LG엔솔이 물망에 올랐다. 르노의 간판 전기차인 ‘조에’에 9년여간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데다 파우치형, 각형, 원통형 등 모든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어서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