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CEO 성적표)③손태승, 지주사 마지막 퍼즐 찾을까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본적 여유에도 중소형사 매물 관망만
증권사·보험사 없이도 비은행 이익 비중 키워
사상 최대 글로벌 순이익 기대…건전성도 잡았다
공개 2022-10-12 06:00:00
지난 3년간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두고 경쟁해온 주요 금융지주 수장들이 연임이냐 임기 종료냐 기로에 섰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끝난다. <IB토마토>는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성과로 임기를 보낸 각 금융그룹 회장들이 받은 경영 성적표를 △비은행 부문 강화 △글로벌 확장 △자본적정성 등 3부문으로 나눠 진단해 보고 연임 가능성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김수정 기자]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의 마중물을 놓은 것은 지난 2016년 이광구 전 행장 때 이뤄진 '과점주주 체제'다. 외환위기로 경영난에 빠진 당시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약 12조8000억원이다. 한꺼번에 많은 지분을 매각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예금보험공사는 과점주주 7곳이 우리은행 지분을 나눠갖는 방식으로 매각했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 지분 3분의 1 이상을 소유한 주요 주주란 점에서 '반쪽 민영화'란 오명을 남겼다. 
 
이듬해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인 손태승 행장이 우리은행 경영을 맡게 됐다. 손 회장 재임 기간 동안 예금보험공사는 빠르게 공적자금을 회수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회수율은 97%를 달성, 사실상 완전 민영화를 이뤄낸 셈이다. 이는 손 회장의 '공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지주사 포트폴리오가 미완에 그쳤단 점에선 평이 엇갈린다. 증권사·보험사가 없는 금융지주사는 우리금융지주가 유일하다.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자산운용만으로 비은행 부문을 키우는 것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손 회장 체제에서 증권사 및 보험사 인수가 마무리될 것으로 시장도 기대했다. 
 
인수·합병(M&A)이 해를 넘길 경우 손 회장 임기 내에서 마무리 짓지 못하고 다음으로 넘겨야 할 공산도 있다. 손 회장의 임기는 2022년 사업연도에 대한 정기주주총회 종결 시까지다. 약속된 임기가 반년도 안 남았다는 얘기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우리금융지주)
 
비은행 포트폴리오 미완…실탄 쏘나
 
자본 여력으로만 본다면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많은 실탄을 쓸 수 있는 곳이 우리금융지주다. 올 상반기 기준 우리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99.19%다. 타 금융지주가 111~123%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금융지주는 꽤 여유로운 편이다. 규제 비율인 130%를 넘지않는 선에서 자기자본을 활용해 추가로 출자해줄 수 있는 금액은 약 7조원이다.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6731억원으로, 매년 비축 현금을 늘려온 데다, M&A를 위해 외부서 자금을 끌어온다 해도 부채비율이 8%대로, 타 금융지주 대비 현저히 낮아 지표상 큰 문제는 없다.
 
BIS 자본비율도 지주 출범 당시 11.89%에서 현재 14.23%로 개선됐다. 지난해 내부등급법 최종 승인을 받은 것이 도움이 됐다. 규제비율 준수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손 회장은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 지주 출범 직후 건전성 관리를 위한 TF부터 꾸렸다. 
 
은행의 대출 여력을 키우기 위함도 있지만, 시장은 M&A 탄력 가능성에 좀 더 주목했다. 무엇보다 증권사 인수에 대한 기대가 컸다.
 
주요 금융지주의 순수수료손익 규모는 2조원이 넘는다. 특히 작년에는 증권 업황이 좋아 증권사를 둔 금융지주사는 큰 수익을 거뒀다. 우리금융지주의 순수수료손익은 1조원대 수준으로, 금융지주사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증권사 인수가 필수다.
 
실제, SK증권(001510)이나 유안타증권(003470) 등 중소형사 매물이 나올 때마다 유력 원매자로 우리금융지주가 거론됐다. 코로나19 등 대외적 변수로 빈손에 그친 우리금융지주는 적정 시기를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 인수에 대한 갈망이 크고, 인수 이후 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 규모는 돼야 한다는 계산이 있을 것"이라며 "중소형사 위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사와 보험사 없이 비은행 이익 비중을 키워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다. 지주 출범 당시 10%에 그쳤던 비은행 부문 이익 비중은 현재 18.5%까지 치솟았다. 캐피탈과 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끌어안는 등 자회사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결과다. 또, 올초에는 2000억원을 출자해 우리금융에프앤아이를 설립했다. 우리금융에프앤아이는 부실채권 및 구조조정기업 투자회사다. 
 
비은행 자회사 중에선 단연, 카드와 캐피탈의 기여도가 크다. 올 상반기에도 우리카드 한 곳에서 거둔 순이익이 우리종합금융과 우리자산신탁을 합산한 것보다 컸다.
 
 
 
동남아·선진국 투 트랙 전략
 
올해 상반기 글로벌 순이익은 202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연간(2840억원) 실적과 맞먹는 규모로, 올해 사상 최대 글로벌 수익을 거둘 전망이다.
 
지난 8월 기준 우리은행은 24개국에 진출, 전세계 460개 네트워크를 확보했으며, 우리카드는 2개국에 진출해 100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우리자산운용은 1개국, 1 네트워크를 뒀다. 네트워크 수로 볼 때 우리금융지주는 은행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측은 "사업 포트폴리오 비중은 법인 60~70%, 지점 30~40%으로 분산돼 있고, 특정 국가나 지역의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다른 국가나 지역에서 양호한 실적을 거두면서 우리은행 전체 글로벌 사업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초기지는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과 캄보디아 우리은행이다. 160여개 지점과 출장소를 보유한 우리소다라은행은 현지 공무원과 군경 연금공단의 연금 지급은행으로, 연금 수급권자 대상으로 연금 대출 및 직장인 신용대출 중심의 비교적 수익원이 안정적이다. 현지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여신 제공도 하고 있다. 코로나19에도 지난 3년간 영업수익은 2000억원대 수준을 유지했다. 
 
캄보디아의 경우 전망이 더 밝다.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9% 경제성장률이 기대되는 캄보디아는 향후 은행업 총자산이 연평균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은행은 여수신 업무에만 제한됐던 영업 범위를 기업금융, 카드 등으로 확대하기 위해 캄보디아 중앙은행으로부터 상업은행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올 초 상업은행 전환을 마친 캄보디아 우리은행은 향후 업무 저변 확대로 이익 증가가 기대된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경제성장률이 높고, 금융 수요가 높은 동남아 신흥개발국의 경우 고성장, 고수익 리테일 영업을 강화하고, 유럽, 미주, 홍콩, 싱가포르 등 선진국에서는 CIB(Corporate Investment Banking)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영업할 계획이다.
 
 
 
잠재 리스크 대응력 '사상 최고'…지표도 양호
 
우리금융지주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지주 출범 당시 0.45%에서 올해 상반기 0.30%로 낮은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다만, 현재 건전성 지표가 양호한 수준을 나타내는 것은 은행의 코로나 금융지원에 따른 착시 효과가 크다. 
 
다만, 타 금융지주와 비교해 부실 채권 규모가 작은 편으로, 코로나 금융 지원 종료 이후에도 건전성 지표가 크게 훼손되지 않을 전망이다. 또, 리스크에 대비해 충당금도 선제적으로 쌓아두고 있어 보수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잠재 부실에 대한 대응력을 보여주는 NPL커버리지 비율은 2019년 133.6%에서 이듬해 153.8%로 높아졌으며, 작년 말에는 192.2%까지 확대했다. 올해 상반기 충당금 추가 적립으로 210%로 리스크 대응력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금융지원에 따른 착시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연체율 역시 낮게 관리되고 있다. 은행과 카드를 합한 연체율은 0.21%로, 지난해 말 수준을 유지했다.
 
김수정 기자 ksj02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