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큐어, 재무구조 개선 속도낸다…변수는 '킹달러'
유동자산 뛰어넘는 단기차입금…유증 흥행 촉각
1400원 돌파한 원·달러 환율…원재료값 상승 악영향
아이큐어 해외 원재료 매입 비중 꾸준히 늘어
공개 2022-10-12 08:0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아이큐어(175250)가 상장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회사 측이 확보하는 자금은 800억원으로, 사실상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9부 능선을 넘게 된다. 하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인한 원재료값 상승이 변수로 떠오른다.
 
아이큐어 완주공장 전경. (사진=아이큐어)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이큐어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발행주식총수의 64.9%인 신주 1232만6650주를 발행할 계획이며 주당 발행가에는 기준주가 대비 25%의 할인율을 적용해 청약 유인을 높일 예정이다.
 
이번 유상증자 자금 중 477억원을 채무상환에 쓰겠다고 밝힌 만큼 재무안정성 개선이 가장 큰 목적으로 주목받는다. 지난해 1월에 발행한 제4회차 전환사채(CB) 미상환자금에 대응하기 위한 것인데, 현재 주가(5410원·7일 종가)가 최저 조정가액(2만842원)보다 한참 밑돌고 있어 CB 투자자들의 전환권 가치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가능 시기인 오는 2023년 2월부터 물량 폭탄이 예고돼 있다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이미 아이큐어의 재무안정성은 안정권을 벗어난 상태다. 상반기 기준 회사의 부채비율은 112%로 위험 수준은 아니지만, 차입금의존도는 34.7%를 나타내고 있다. 통상 차입금의존도가 30%를 넘으면 재무안정성이 취약하다고 판단한다. 회사의 총차입금은 628억원으로 전액이 상환 부담이 큰 단기차입금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는 보유 중인 현금및현금성자산(89억원)과 매출채권(237억원), 단기금융자산(8억원), 재고자산(171억원) 등 유동화 가능 자산을 모두 합친 규모를 뛰어넘는다.
 
 
 
현금을 창출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지만, 수년째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 기조를 보이고 있어 단기간에 실적을 반등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이큐어 입장에서 이번 유상증자 흥행 여부가 중요한 이유다.
 
만약 아이큐어가 유상증자 흥행에 성공해 재무구조를 개선시키더라도 급한 불 끄기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구개발(R&D) 성과나 캐시카우 확보를 통해 근본적으로 현금창출력을 개선하지 않으면 또다시 메자닌이나 단기 차입 등 외부 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초 채무상환을 위해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는 것 자체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일반 주주에게 기댄다는 시그널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라며 “당장 현금창출력을 키우진 못하더라도 R&D 희소식이나 회사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만한 무언가가 나오지 않는다면 재무활동에 의지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날 기준으로 1400원을 뛰어넘은 원·달러 환율이 변수로 떠오른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4월 이후 13년여만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재료값 상승을 의미한다. 미국 외에도 중국, 인도 등 주요 원료의약품 공급처 대부분이 자국 통화가 아닌 달러를 받기 때문이다.
 
이는 아이큐어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이큐어가 해외로부터 원재료를 매입하는 비중은 연결기준 2019년 1%, 2020년 0%, 2021년 2%, 2022년 상반기 11%이고, 별도기준 2019년 2%, 2020년 1%, 2021년 6%, 2022년 상반기 25%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상반기 국내·외 원재료 매입액 합계는 연결기준 100억원, 별도기준 42억원이다.
 
 
 
아이큐어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도네페질 원료 대량구매에 따른 일시적인 국외 매입액 상승 외에는 그 비중이 적어 환율변동으로 인한 원재료 매입 부담이 크다고 판단되지 않다”라면서도 “단, 당사의 원재료 국외 매입액은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환율이 상승할 경우 원재료 매입액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