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수정 기자] NH농협은행은 내년 1월 인도에 노이다 지점을 개설한다. 지난 2016년 뉴델리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이듬해부터 지점 전환 기회를 엿봤지만, 쉽지 않았다. 실제, 뉴델리 사무소 역시 2011년 주재원을 파견하고, 5년 만에 거둔 결과물이었다.
지난 5월 인도 중앙은행(RBI)으로부터 지점 설립 본인가를 획득하면서 인도 진출 결실을 맺게 됐다.
올해 말 손병환 회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손 회장이 인도 지점 영업까지 직접 챙기려면 반드시 연임을 확정 지어야 한다. 농협금융지주 지배구조내부규범에는 승계절차가 개시된 날로부터 40일 이내로 후보 추천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또, 임추위는 회방 후보자를 주총 소집 공고일 일주일 전 이사회에 통보해야 한다. 내달 중에는 손 회장의 연임 여부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그간 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엘리트 관료 출신들이 맡아왔다. 농협 출신인 손 회장이 회장으로 추대됐을 때 '파격적'이란 평가가 나온 이유다. 관료 출신에게 맡겨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면 얼마든지 자리는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연임은 속단하기 어렵다.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의 의중도 변수다. 농협금융지주는 100% 농협중앙회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작년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 '2조' 시대를 열었고, 해외 지점 설치 등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등 반열에 올려놨단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NH농협금융지주)
은행·증권 IB 연맹…디지털 입힌 글로벌 사업
지난달 농협은행 시드니지점이 문을 열었다. 설립 당시부터 IB(투자은행) 사업 구상했기 때문에 신디케이론 중심 호주 인프라 시장에 적극 뛰어들 계획이다.
해외 진출의 계기가 됐던 것은 지난 2010년 은행이 뉴욕사무소를 개설하면서다. 사실상 2012년 신경분리 이전에는 글로벌 영토 확장이 어려웠다. 이보다 훨씬 앞서 해외 금융사 지분 인수를 타진한 타 은행 지주회사와 비교하면 농협은 늦깎이다.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리테일 대신 IB를 택했다. 글로벌 시장에 IB 데스크를 설치해야 한다는 얘기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2019년 사업전략부문장을 지낼 당시 손 회장은 후발주자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한 '압축성장'을 강조하며, 글로벌 IB 활성화 필요성을 주문했다. IB 데스크 설치 국가는 호주, 런던, 뉴욕, 홍콩 등 선진 금융 시장이다. 작년 뉴욕지점에 농협은행이 IB 데스크를 신설했고, 런던 사무소와 홍콩 지점을 잇따라 설치, 글로벌 IB 사업 초석을 놨다.
농협금융 계열 간 '합종연횡'도 가능하다. 증권사 뉴욕 법인과 은행의 뉴욕 지점이 IB 사업으로 손발을 맞출 수 있고, 북경에서도 증권사와 은행 간 IB 연맹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손병환 호(號) 글로벌 전략의 또 다른 키워드는 '디지털'이다. 손 회장은 농협 내에서도 디지털 전문가로 꼽힌다. 국내 은행 최초 오픈 API를 도입한 게 손 회장이다.
디지털 전략을 입힌 글로벌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NH투자증권(005940) 베트남법인은 현지 플랫폼사 '티모'와 손잡고 고객 모집 채널을 강화했다. 또, 최근 문을 연 시드니 지점도 주 사업모델인 IB여신 중심으로 디지털 관련 분야와 연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 순이익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난 2020년 200억원 안팎이던 순이익 규모는 작년 428억원으로 급증했다. 농협금융지주는 2030년까지 글로벌 사업으로만 324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빅배스 효과 확인…과감한 충당금 정책
농협금융의 자산건전화 과정에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빅배스'다. 지난 2016년 조선·해양 업계 부실로 대출을 제공한 은행들도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농협은행의 경우 당시
대우조선해양(042660)에만 약 1조5000억원의 여신을 제공했는데, 해당 규모는 국책은행 못지 않은 수준이었다. 지난 2015년 말 기준으로 농협은행의 조선·해양 관련 익스포져(위험노출액)은 8조원에 달했다. 조선·해운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관련 여신을 부도 처리하면서 상당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판단, 당시 김용환 전 회장은 '빅배스'를 결정했다. 빅배스 여파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면서 2016년 상반기 농협금융지주는 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순손실이라는 위험을 감수한 만큼 효과는 컸다. 2016년 2분기 빅배스를 단행한 직후 3분기 흑자로 돌아섰으며, 이듬해에는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 정상화 반열에 올려놨다. 조선·해운업 익스포져도 빅배스 2년 만에 3분의 2 이상 부실을 털어냈다.
자산건전화에 초점을 맞춘 전략은 이후 지휘봉을 잡은 경영진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올 상반기 농협금융지주가 부실채권 관련 쌓은 충당금 적립 비율은 246.7%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은행 금융지주 평균 충당금적립비율은 186.6%였다. 시중은행을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 보다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았다는 얘기인데, 올 상반기 농협금융지주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3%로, 오히려 과거 대비 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이다.
올 상반기 누적 기준 지주와 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은 각각 3690억원, 3132억원으로, 잠재 부실에 대비해 발 빠르게 방파제를 쌓아 올렸다.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았지만, 수익성은 이전 보다 좋았다. 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 ROA(자산수익률)은 올 상반기 12.53%로, 전년 말 11.23% 보다 올랐으며, ROE(자기자본이익률)은 0.63%로, 전년 말 수준을 유지했다.
증권 시황 따라 비은행 수익 희비
농협금융지주의 총자산은 올 상반기 721조원이다. 이 가운데, 은행을 제외한 자회사 자산 비중은 약 40%로, 지난 2020년과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다. 비은행 자회사 중에서도 자산 비중이 NH투자증권(138조원)에 쏠려있으며, 보험(76조원), 자산운용(53조원) 등은 증권사 대비 비중이 크지 않다.
한 쪽으로 쏠림 현상이 있다 보니 특정 자회사의 실적에 따라 비은행 부분 실적 희비가 갈렸다. 지난 2021년 증권 시장이 좋았을 당시 NH투자증권의 순이익이 2배로 뛰자 지주 내에서 비은행 부문의 순이익 비중이 34%까지 치솟았다. 전체 비은행 부문의 과반은 NH투자증권의 순이익이 차지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올 들어 주식 시장 유동성이 급속도로 빠지자 NH투자증권의 순이익도 절반으로 줄었다. NH투자증권의 순이익 기여도는 작년 상반기 18.3%에서 올해 8.2%로 낮아졌다. 보험 비중이 높아졌으나, 보험사 이익만으로 비은행 부문 순이익을 끌어올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자 장사 중심 수익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것 역시 손 회장 임기 마지막 아쉬움으로 꼽힌다.
현재 농협금융지주 총 영업이익 가운데 90%는 이자 수익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손 회장 취임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사상 최대 이익의 의미가 퇴색된 이유다.
은행에서 거두는 이익 이익이 너무 큰 데다, 증권 업황에 따라 수수료 수익도 함께 출렁이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