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투자업계 '마이너스 손'?…일진머티리얼즈도 '상투' 논란
인수가 2조5천억원 고평가 분석 줄이어…시장 가치 1조4천억원 불과
SKC의 SK넥실리스 인수와 크게 달라…중고나라·한샘·쏘카도 투자 후 가치 하락
공개 2022-10-07 08:00:00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롯데케미칼(011170)일진머티리얼즈(020150) 인수가 임박했단 말이 나오며 매각가 고평가 우려가 줄을 잇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가 고평가 금액대로 진행될 경우 롯데그룹이 지난 2년여간 진행한 중고나라, 한샘(009240), 쏘카(403550) 등의 투자처럼 아쉽게 끝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8월19일 실시한 2차전지 동박 제조 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본입찰에 단독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대상은 허재명 사장의 보유 지분 53.3%로 인수 금액은 2조5000억~2조7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롯데케미칼)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는 매각가가 고평가됐다는 분석이 다수다. 윤재성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8일 “지분 53.3%를 2조5000억원에 인수할 경우 SKC(011790)가 KCFT(현 SK넥실리스) 인수 당시 계산한 가치 6000억원 대비 40%의 프리미엄을 지불한 것”이라며 “말레이시아 신규 공장 가동 정상화에 따른 2023~2024년 이익 추가 확대 및 최근 3년간 배터리 관련 업체의 밸류에이션 상향을 감안해도 인수금액의 절댓값이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전명훈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 기업평가본부 실장도 “일진머티리얼즈를 높은 인수가액으로 인수할 경우 외부차입 증가로 재무구조가 이전대비 저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수금액 클수록 추가 투자 부담
 
일진머티리얼즈 시총은 지난해 말 6조2000억원에서, 지난 4일 기준 2조4531억원으로 60.43% 감소했다. 동기간 시총과 함께 예상 매각금액도 3조원대에서 2조원대로 축소됐지만 롯데케미칼에 일진머티리얼즈는 여전히 비싸다. 인수금액에 더해 추가 투자비용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당반기 롯데케미칼 현금성자산은 3조3390억원이다. 단순산술로 매각대금인 2조5000억여원을 지불하고도 8400억여원이 남는다. 언뜻 보면 인수 여력이 충분하나 중국 공급확대 등 추가투자 비용이 3조원가량 들어갈 예정으로 부담이 크다. 사측이 2030년까지 2차전지 소재부문에 4조원가량 투자 의지를 밝혔으나, 매각대금에 추가투자비용을 더하면 1조5000억원이 더 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도 최근 롯데케미칼의 재무구조에 우려를 나타냈다. 롯데케미칼은 높은 범용 제품 비중으로 업황 저하 타격으로 올해 2분기 영업이익률 마이너스 0.4%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전년 동기 13.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기초·첨단소재 및 미국 ECC(에탄분해설비) 정기보수에 따른 기회손실이 있었다. 한신평은 향후 경기침체로 인한 전방수요 부진과 설비 신증설 부담 등으로 롯데케미칼의 단기적인 실적 개선 여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케미칼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총 사업비 39억 달러(약 5조5700억원)인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30년까지는 수소분야에 6조원 상당 투자의지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2차전지 소재 사업까지 합하면 약 8년간 16조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당반기 기준 롯데케미칼의 부채비율은 52.1%로 준수한 수준이나 차입금이 얼마나 늘어날 지는 미지수다.
 
큰 돈을 들이고도 절반 정도인 53%의 지분만 획득하는 것도 롯데케미칼엔 부담이다. 국내 동박 1위 기업인 SK넥실리스는 2019년 SKC가 LS엠트론의 전지박사업부인 KCFT(KCF테크놀로지)의 지분 100% 인수해 설립됐다. 최종 인수금액은 1조2000억원이었다. 공시에 따르면 SK넥실리스(2차전지 소재 부문)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630억원, 800억원을 기록했다. 일진머티리얼즈의 동박 부문은 같은 해 각각 5530억원, 577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 입장에서는 손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매출이 1000억원 이상 낮은 기업의 지분 절반만 인수하는데 2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해야 되기 때문이다. 윤 연구원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가 2조5000억원을 두고 “시장가치 1조4000억원에 80~90%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이라고 평가했다. 시장가치만 두고 보면 1조원 이상 인수가격이 줄어드는 셈이다. 
 
물론 일진머티리얼즈도 할 말은 있다. 일단 4년간 2차전지 대세로 강산이 변했다.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순간 2차전지 소재업계 진출은 물론이고 동박 국내 2위, 글로벌 4위 기업으로 진입이 가능하다. 2030년까지 쌓아 놓은 동박 수주 잔고만 해도 10조원 이상으로 매각가의 4배에 달하는 매출이 보장돼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서 (일진머티리얼즈의) 밸류에이션 등을 말씀드리기는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라며 “지금으로서는 (인수와 관련해) 결정된 점도 없어 말씀드릴 것도 없다”라고 밝혔다. 
 
 
 
일진머티리얼즈, 쏘카와 다를까? 
 
IB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M&A를 두고 벌써부터 허 사장이 “잘 팔았다”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롯데케미칼 이사회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결정지었다고 알려지면서다. 이와 관련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고평가 인수가 롯데케미칼에 더욱 불안한 이유는 최근 2년간 롯데그룹의 주요 투자 대부분이 고점 투자로 실망을 안겨서다. 
  
실제 롯데그룹 투자 후 솔루스첨단소재, 중고나라, 한샘, 쏘카 등의 기업가치는 모두 하향세다. 특히 올해 8월 상장한 쏘카의 경우 투자 당시와 비교해 현재 가치가 58.4%나 하락했다. 전기차가 대세인 가운데 배터리셀을 만드는 2차전지 전지박 기업 솔루스첨단소재도 예외는 아니었다. 솔루스첨단소재도 롯데정밀화학 투자 이후 27.3%나 시총 하락을 기록했다.
 
중고나라와 한샘의 기업가치도 투자 당시에 비해 각각 46.7%와 62% 하락했다. 롯데그룹 투자 당시 시가총액(시총)이 상투란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쏘카를 제외하고 모두 사모펀드 출자에 간접 투자 형식으로 접근해 그룹 내 부담은 적다. 기업가치 하락의 책임이 롯데그룹이 아닌 사모펀드에 있어서다. 이 경우 배당금 등으로도 투자금 회수가 가능해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로 평가된다.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는 직접 투자라는 점에서 롯데렌탈의 쏘카 투자와 일맥상통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경영권 취득’ 부분이다. 롯데렌탈은 지난 3월 쏘카가 비상장사일 당시 투자하며 대주주의 풋옵션과 주식을 우선 매수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을 걸었다. 롯데렌탈은 대주주 지분을 취득하면 렌터카와 카셰어링 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풋옵션 행사가 불가능할 경우 투자 손실이 확정적이다.
 
일진머티리얼즈의 경우 53% 지분 인수로 경영권 취득과 연결로 편입된다. 쏘카보다 안정적인 직접 투자로 평가되는 이유다. 윤 연구원도 “인수가격 자체에 대한 의문은 제기될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 성장 방향에 대한 명확한 의지와 그림을 확인시켜주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