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CEO 성적표)①조용병, M&A 승부사…수익 저변 확대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
보험·자산운용 부문으로 비은행 저변 확대
베트남서 쏘아 올린 '원 신한'…글로벌 사업 초석
공개 2022-10-06 06:30:00
지난 3년간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두고 경쟁해온 주요 금융지주 수장들이 연임이냐 임기 종료냐 기로에 섰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끝난다. <IB토마토>는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성과로 임기를 보낸 각 금융그룹 회장들이 받은 경영 성적표를 △비은행 부문 강화 △글로벌 확장 △자본적정성 등 3부문으로 나눠 진단해 보고 연임 가능성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김수정 기자] "그룹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확장·강화 관점에서 국내와 해외, 금융과 비(非)금융을 아우르는 전략적 M&A(인수·합병)를 꾸준히 모색할 것입니다"
 
2019년 말 연임을 확정한 이듬해 신년사에서 조용병 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9년 열린 회추위에서 위원들은 조 회장을 한 번 더 믿기로 하면서 그의 과감한 M&A 지략을 높게 평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비은행 부분의 순이익 기여도는 40% 이상이다. 타 금융지주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으로, 신평사들도 신한의 신용도를 평가할 때 이를 가장 높게 본다. 
 
조 회장은 또다시 회추위를 앞뒀다. 약속된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지난 2017년 경영 시작부터 강조해온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글로벌 원 신한 구축 등을 일관되게 이행해왔단 점에서 좋은 평을 받는다. 반면 M&A에 따른 자본 유출로 지표의 변동폭이 컸고, '오버페이' 논란으로 시장에 실망도 안겼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사진=신한지주)
 
시장 엇갈린 반응에도 M&A 뚝심 
 
신한지주는 실패 없는 M&A를 해왔다. LG카드(현 신한카드), 신한은행에 흡수된 조흥은행, 굿모닝증권(현 신한금융투자) 등 리딩 금융 회사로 오르는데 주춧돌이 됐다. 
 
조 회장 역시 '승자의 저주'를 피했다. 단순 포트폴리오의 확장 보다 '1+1=2' 효과를 우선시 두고 검토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적인 예로, 롯데캐피탈 인수를 포기한 이유도 사업 부분이 겹친다는 이유에서였다. 
 
조 회장 임기 내 대표적인 M&A 사례를 꼽자면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다. 당시 시장 반응은 기대 보다 우려가 컸다. 이사회에서 인수를 확정한 당일 주가가 3% 이상 빠지기도 했다. 시장의 예상 보다 높은 2조3000억원에 인수한데다, 당시 지분 전량을 매수한 것도 아니어서 추후 잔여 지분 인수에 대한 우려도 겹쳤다.  
 
오렌지라이프는 안전자산 비중이 높아 재무안전성이 생보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데다, 안정적인 자산운용 기조로 수익성도 어느 정도 보장된 우량 매물이었다. '오버페이' 우려에도 조 회장이 고집한 이유다.
 
M&A 뚝심으로 비은행 부분 순이익은 지난 2018년 1조510억원에서 이듬해 1조2110억원으로, 2020년 1조4840억원, 2021년 1조8370억원으로 급증했다. 기존 카드에 집중된 비은행 수익이 보험과 자본시장 부문까지 고르게 분산된 것도 고무적이다. 신한금융은 아시아신탁, 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를 인수하고, 신한BNP자산운용 100% 자회사화 등을 통해 증권사에 집중된 수익을 다변화했다.
 
 
자본 유출로 지표 오르락 내리락…실탄 확보 잰걸음
 
신한금융지주는 잦은 M&A로 이중레버리지비율 지표 등락이 극심했다.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을 인수한 그해에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이 129%까지 치솟았다. 과도한 외부 차입을 통한 외형 확대를 막기 위해 당국은 이중레버리지비율로 규제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는 자기자본의 130% 이내로 자회사에 출자해야 한다. M&A나 기존 자회사에 자금을 지원해 주려면 분모인 자기자본을 늘려야 한다.
 
신한지주는 적극적인 자본 확충 전략을 펼쳐 규제 비율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M&A를 성사시켰다. 지난 2020년 증자를 통해 1조1582억원의 자본을 확보했으며, 대규모 M&A가 있었던 2019년에는 1조원 이상의 영구채를 찍어냈다. 작년에도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같은 방식으로 6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신한지주는 2020년부터 110%대 수준에서 이중 레버리지비율을 관리하고 있다.
 
자본 유출과 위험가중자산 확대로 자본적정성 지표는 변화가 컸다.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KB금융이 13%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보통주자본 비율을 관리한 것과 달리 신한은 11~13% 사이에서 오르내림이 있었다.
 
 
베트남서 제2의 성공신화
 
글로벌 원 신한의 초석은 지난 2017년 조 회장이 사업부문제도를 도입하면서다. 지주, 은행, 카드, 투자, 생명 등 자회사 글로벌 사업의 겸직체계를 구축, 시너지를 감안한 진출 전략을 도모하고 전략적 투자를 추진했다. 대표적으로 베트남은 은행, 카드, 증권, 생명, DS 등이 진출해 종합금융 서비스 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전 세계 20개국에 진출해 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곳은 베트남이다. 
 
지난 2017년 신한베트남은행이 ANZ BANK베트남 리테일 부문을 인수하면서 외국계 은행 가운데 선두로 올라섰으며, 신한투자증권은 2016년 베트남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래 현지 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는 등 IB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 또, 2018년 신한DS, 올해 신한라이프가 잇따라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세웠다. 
 
전체 글로벌 순이익의 3분의 1이 베트남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베트남에 집중된 글로벌 사업을 펼치고 있단 점은 '실'이 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득'이 더 크다. 
 
베트남 순이익 규모는 2017년 632억원에서 이듬해 829억원으로 증가, 전체 글로벌 실적이 크는 것 보다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이익 성장이 주춤했으나, 올해 베트남에서만 연간 2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김수정 기자 ksj02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