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제약, 자사주 매입 속내는…'CB 전환권 행사' 유도?
한 달 동안 26억원어치 매입…보유 현금 25억원 보다 많아
1회차 CB 11월 말 전환권 효력…전환가액 밑도는 주가 우려
CB 전환가액 밑도는 주가…부양책 필요
공개 2022-10-05 08:3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진양제약(007370)이 하반기 들어 보유 현금보다 많은 금액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표면적으로 주주친화 정책을 표방하지만, 주가 부양을 통해 전환사채(CB)의 전환권 행사를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환권 행사가 돈을 지불해야 하는 풋옵션보다 회사에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양제약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장내에서 40만1834주를 매입했다. 현금으로 환산한 전체 매입 규모는 약 26억원이다.
 
진양제약은 이번 자사주 매입 목적이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자사주를 직접 사들이는 것은 대표적인 주주 환원 정책으로 언급된다. 매입한 자사주 규모만큼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수가 줄어 주당 가치가 상승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기업 내부 사정에 밝은 경영진의 향후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나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진양제약이 다소 급하게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회사의 연이은 매입으로 보유하게 된 자사주는 122만4391주(10.20%)로 지난 6월 말(82만2557주) 대비 48.9% 증가했다. 발행주식 총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9%에서 10.2%로 3.3%p 올랐다.
 
 
  
특히 한 달 동안 매입한 자사주 규모(26억원)가 회사의 보유 현금및현금성자산(25억원·6월 말 기준)을 뛰어넘는다는 점이 시선을 끌고 있다. 약 100억원의 유동성 금융자산을 감안하더라도 유동성장기차입금(87억원)을 비롯한 단기성차입금이 94억원에 달해 여유로운 상황이라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은 진양제약의 1회차 전환사채(CB)에 주목한다. 해당 CB는 지난해 11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발행한 것으로 규모는 160억원에 달한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0%인 제로금리인 데다가 투자자들도 신한금융투자, KB증권, NH투자증권(005940), 삼성증권(016360) 등 다수의 재무적투자자(FI)로 구성됐다. CB가 제로금리라는 것은 투자자들이 주식 전환을 통한 차익 실현에 베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CB를 발행하는 이유로는 자금 확보와 이자비용 절감 등이 꼽힌다. 투자자가 전환권을 행사해 보통주로 바꿀 경우 자본금이 증가하기 때문에 발행자인 기업으로선 부채 감소와 함께 자본 확충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주가가 하락해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이 이뤄지면 전환 가능한 주식수가 늘어나 전환권 행사시 기존 주식의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적대적 M&A 위기 등 경영권 방어가 필요한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기업의 부채가 자본으로 이동한다는 점에서 전환권 행사를 선호한다.
 
진양제약의 1회차 CB의 경우 오는 11월26일부터 전환권 효력이 발생한다. 해당 CB의 현재 전환가액은 6645원이다. 회사가 급하게 주가부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진양제약은 CB 전환권 행사에 따른 최대주주 지분희석 등 우려도 크지 않다. 회사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최대주주는 294만80주(24.50%)를 보유한 최재준 대표이사다. 특수관계인 6인을 포함한 주식수는 354만2314주(29.52%)다. 그 외에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개인이나 기관이 없는 데다가 CB에 72억원 규모의 매도청구권(콜옵션)까지 걸려 있어 경영진의 지배력 약화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진양제약 입장에선 CB 전환권 청구기간이 본격화됐을 때 투자자들의 권리 행사를 이끌어내기 위한 주가 부양 방안이 필요한 셈이다.
 
문제는 현재 진양제약의 주가가 CB 전환가액에 못 미치는 상태라는 점이다. 회사의 주가는 5720원(30일 종가)으로 전환가액과는 16.2%의 괴리율을 보이고 있다. 주가 부양 의지에 힘입어 7월 초 5600원대에서 9월 중순 6500원대까지 16%가량 오르는 등 상승효과를 보이는 듯 했으나, 이달 말 들어 연이은 하락세를 나타냈다.
 
만약 현재와 같은 주가 흐름이 이어져 추가로 CB 리픽싱이 이뤄지면 향후 투자자들이 주식 전환이 아닌 상환을 택할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한다. 다만 1회차 CB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가능시기는 사채 발행일로부터 2년이 되는 2023년 11월26일로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이와 관련 진양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자사주 매입은 공시에 나와있는 대로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 목적”이라며 “CB 전환권 효력이 얼마 남지 않은 점 등도 복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