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자본적정성 '적신호'…IFRS17서도 부담 지속
LAT잉여금 반영 효과 없어…자본성증권 의존도 높다는 평가도
공개 2022-09-28 06:00:00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흥국생명이 현재 자본적정성 지표가 미흡한 데다 다가오는 새 회계기준 체제서도 관련 부담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RBC비율이 저조한 반면 자본성증권 의존도는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자본확충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수익성 회복에 따른 내부자본 창출력 제고 필요성이 언급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올해 상반기 기준 RBC비율이 157.8%로 지난해 말인 163.2% 대비 5.4%p 하락했다. 금융당국의 최소 권고치인 150%를 간신히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RBC비율 구성을 살펴보면 계산식 분자에 해당하는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은 2조7728억원이며 분모인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은 1조7567억원으로 나타난다. 금리상승 영향으로 금리위험액이 감소하면서 지급여력기준금액이 줄었지만,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역시 하락하면서 지급여력금액은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여기서 금리위험이란 시장금리 변동으로 자산과 부채의 가치 변화가 불일치해 발생하는 위험을 말하는데, 특히 금리 하락 시 부채 가치의 증가분이 자산보다 크게 나타나 순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위험을 뜻한다. 현재는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흥국생명의 금리위험액은 지난해 7937억원에서 올해 1분기 7901억원으로 감소했고 2분기에도 7140억원으로 줄었다.
 
다만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역시 지난해 327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892억원으로 하락했다. 일반계정 항목의 매도가능금융자산에서 평가손익(801억원)이 감소했고, 특별계정 평가손실(-1991억원) 규모도 커지면서 유가증권의 평가손익은 -1265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유가증권 평가손익이 2902억원이었고 올해 1분기에는 903억원이었던 터였다.
 
특별계정은 변액보험으로 이는 보험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중 일부를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하고 운용 실적에 따른 성과를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구조의 상품이다. 최근 증시 부진으로 수요가 줄고 있으며 수익성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보험사의 채권평가 손실 규모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지난 6월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했는데, 흥국생명은 여기서 비켜가면서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했다. 완충방안은 자산만 시가평가하는 현행 체제와 달리 부채도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적용하면서 금리상승에 따른 실질적 보험부채 감소분을 RBC비율 가용자본에 가산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LAT(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 제도) 잉여액의 40%를 매도가능채권 평가손실 한도 내에서 가용자본에 포함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LAT잉여금을 쌓아두고 있음에도 유가증권 평가손실 근원을 매도가능금융자산이 아닌 특별계정에 두고 있기 때문에 완충방안 효과를 사실상 얻지 못했다.
 
흥국생명 본사 건물 (사진=흥국생명)
 
흥국생명은 자본확충에 나서면서 RBC비율 끌어올리기에 힘쓰고 있다. 오는 29일 후순위채 400억원을 발행하는 데 이를 통해 RBC비율이 163.7%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사측은 내다봤다. 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변동성에 대응하고 성장동력으로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신용평가사들은 흥국생명의 미흡한 자본적정성이 새 회계기준과 감독 체계서도 계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감독당국 권고 수준 이상의 자본적정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포괄적 자본관리능력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면서 “자체적인 수익성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지속적인 보완자본 발행으로 추가적인 자본확충 여력이 저하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조달구조에서 자본성증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주요하게 언급된다. 한국신용평가에 의하면 흥국생명은 지난 6월 기준 후순위사채 금액이 1999억원이며 신종자본증권은 6013억원으로 나타나는데 자산총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0.6%, 1.9%로 집계된다. 자기자본(자본성증권 차감 기준)은 1조3706억원으로 4.4%다.
 
한국신용평가는 “가용자본 측면에서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된 채권의 시가평가에 따라 순자산 증가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요구자본에서는 금리리스크와 보험리스크 중심으로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라면서 “내년 새로운 회계·감독 체계 도입 후에도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매도가능금융자산의 비중이 그렇게 높지는 않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갔다고 해서 RBC비율이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다”라면서 “권고치 수준에 맞춰서 RBC비율을 조율하고 있으며, 새로운 회계제도 기준에 따라 재무건전성 관련 리스크나 관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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