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교체한 기업은행, '위기관리' 잰걸음…묘수 짜낼까
2020년 대규모 유증으로 코로나 금융지원에 대비
신용리스크 부각으로 위험가중자산 꾸준히 증가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 임박…신종자본증권으로 자본 확충
공개 2022-09-16 06:00:00
[IB토마토 김수정 기자] 기업은행(024110)이 하반기 코로나 잠재 부실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리스크관리 수준 향상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팬데믹이 발생하자 정부 출자금으로 자본을 확충, 자본적정성 하락에 대비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신용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대규모 증자 효과는 조기에 종료된데 바젤 III 최종안 조기 도입 효과도 타행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심사 전문가를 내세워 리스크관리그룹을 재편한 기업은행은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고 자본성증권 발행에 나설 전망이다. 
 
14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7월자로 리스크관리그룹장을 새로 선임했다. 기업은행은 통상 3년 주기로 리스크관리그룹장을 교체한다.
 
주로 리스크관리그룹장 자리는 기업고객을 전담해봤던 임원의 몫이었다. 그러나 지난 6년간은 다방면의 이력을 보유한 임원을 택해 조직에 변화를 줬다. 지난 6월까지 리스관리그룹장을 지낸 장민영 전 부행장이 대표적이다. 장 전 부행장은 IR부와 IBK경제연구소장을 거쳐 재무와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다.
 
반면, 이번에 리스크관리그룹을 맡게된 손근수 부행장은 인천지역본부장, 여신심사부장 등을 역임했다. 중소기업 여신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시급한 현 상황을 고려한 인사로 풀이된다.
 
손근수 부행장(사진=기업은행)
 
기업은행의 BIS 자기자본 비율은 지난 2020년 14.82%, 2021년 14.85%, 올해 상반기 14.84%로 14%대에서 오르내림을 반복, 위험가중자산 방어가 힘에 부친 모양새다. 팬데믹 이전 보다 기업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은 18% 늘어난 상태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출이 많은 탓에 잠재 부실 위험은 시중은행을 웃돈다.
 
올 상반기 은행이 제출한 경영보고서를 보면, 중소기업 대출 관련 위험가중자산이 전년 말 보다 1조8000억원 가량 순증했다. 또, 위험가중치가 50% 초과~150% 이하에 달하는 신용리스크 위험노출액도 5조원 이상 늘었다.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기업은행은 매년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특히 코로나 관련 금융 지원이 있었던 지난 2020년에는 이례적으로 조단위 증자를 추진했다. 최근 10년 중 한 해 3차례나 증자를 진행한 것은 지난 2020년이 유일했다. 코로나 금융지원에 따른 손실 보전 목적에 따라 당시 정부로부터 1조2648억원의 지원을 받았으며, 8000억원은 자본금으로 나머지는 자본잉여금으로 흘러들어갔다.
 
또, 대규모 증자가 있던 해 연말 기업은행은 '바젤 III 최종안'을 조기 도입했다. 내부등급법을 사용하는 은행은 부도시 손실률(LGD)을 기업대출 중 무담보대출은 기존 45%에서 40%로, 부동산담보대출은 35%에서 20%로 낮출 수 있다. 표준방법을 사용하는 은행도 신용등급이 없는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기존 100%에서 85%로 조정할 수 있다. 신용리스크 산출시 은행의 부담을 덜어줘 위험가중자산을 줄여 BIS 자기자본비율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부도시손실율(LGD), 부도시익스포저율(EAD), 부도율(PD) 등을 자체 추정값으로 산출하는 고급내부등급법을 오랜 기간 사용해온 기업은행은 사실상 바젤 III 최종안 도입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반면, 시중은행은 최종안 도입 직후 크게 개선된 수준에서 BIS 자본비율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자기자본 비율이 0.35%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는 증자에 따른 BIS 자기자본이 2조원 이상 늘어난 영향이라고 보는 게 합당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은행은 위기관리 대응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손 부행장이 이끄는 리스크관리그룹은 추가 증자가 없다는 가정 하에 코로나 잠재 부실에 대응해야 한다. 실제 작년부터 대규모 출자가 없자 자본적정성 제고 효과도 사라졌다.
 
이달 말에는 소상공인 대출 상환 유예 조치도 종료된다. 코로나 금융지원이 끝나 더라도 기업은행은 자체적으로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코로나 취약 업종 한계차주 중심의 부실 위험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
 
기업은행이 우선 고려하는 방안은 영구채 발행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 현재 당행 BIS총자본비율은 4대 시중은행 평균 대비 약 2%포인트 낮은 수준이나, 신종자본증권 등 조건부자본증권 발행 및 이익 확대 등으로 개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기업은행은 총 6000억원 규모의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단순 계산하면 자본비율을 15%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채영서 나이스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 이후 건전성이 저하되더라도 기존 쌓아놓은 충당금이 있다"라며 "현 상황에선 자본성증권 발행만으로 자기자본 비율 커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채 애널리스트는 "자본성증권 발행시 발행 금리가 높은 것이 우려되나, 금액 자체가 크지 않아 이자 비용은 은행이 감내할 만한 수준으로 판단된다"라고 덧붙였다.
  
김수정 기자 ksj02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