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론바이오, CB 리픽싱 한도 도달…'풋옵션' 부담 커졌다
400억 규모 이달 전환권 효력 시작…풋옵션 내년 9월 도래
전환가액 괴리율 52.2%…전환권 행사 유명무실
공개 2022-09-14 08:3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바이오 신약개발업체 인트론바이오(048530)가 지난해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이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최저한도까지 하락했다. 전환청구권 효력이 이달부터 시작됐지만, 주가 하락으로 인해 전환권 가치가 유명무실해진 탓에 내년 도래할 풋옵션 청구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인트론바이오 서울 사무소 강남파이낸스플라자 전경. (사진=인트론바이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인트론바이오는 지난 1일 제8회차 CB의 전환가액을 리픽싱 최저한도(최초 전환가액의 70%)인 1만5750원까지 조정했다.
 
인트론바이오는 지난해 9월 운영자금과 시설자금 조달을 위해 4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CB 투자자는 키움증권(039490)NH투자증권(005940), 신한금융투자, 브레인자산운용 등 재무적투자자(FI)다.
 
인트론바이오는 발행 당시 전환가액을 1개월 가중산술평균주가와 1주일 가중산술평균주가, 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를 고려해 2만2450원으로 산정했다. 다만 여기에는 전환가액을 최초 발행가액의 70%까지 조정할 수 있다는 리픽싱 조건이 포함됐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시가에 맞춰 전환가액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인트론바이오의 주가는 CB 발행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이에 따라 1년 사이 5차례의 리픽싱이 진행됐다. 발행 한 달 만인 지난해 10월 전환가액은 2만2350원으로 조정됐으며 같은 해 11월 1만9700원, 올해 2월 1만8050원, 6월 1만7150원 순으로 낮아졌다. 이달 최저한도인 1만5750원에 도달한 것이다.
 
 
  
전환가액이 리픽싱 한도까지 낮아짐에 따라 투자자들의 손실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하게 됐다. 해당 CB의 경우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제로(0%) 금리다. CB 투자자들은 사실상 주식전환을 통한 차익 실현에 투자한 것이다. 향후에도 인트론바이오의 주가가 회복되지 못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선택하면 원금만 회수하고 자금 제공에 대한 대가는 받지 못한다. 기회비용을 따지면 사실상 손해라고 볼 수 있다.
 
전환권 효력은 이달 1일부터 발생했으며 오는 2026년 8월1일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CB는 리픽싱 한도를 채웠음에도 전환가액이 주가보다도 높게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인트론바이오의 주가는 1만350원(7일 종가)으로 52.2%의 괴리율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로선 전환권이 무용지물인 셈이다.
 
인트론바이오의 입장에선 CB 풋옵션 효력이 시작되는 내년 9월 전에 주가를 리픽싱 한도까진 끌어올려야 CB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에 따른 유동성 부담을 피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회사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705억원이다. 여기에 유동 단기금융상품 300억원,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134억원 등을 포함한 유동성은 약 1200억원 정도다.
 
주가 부양에 성공해 풋옵션 우려에서 벗어날 경우 최대주주 지분 방어 과제가 생긴다. 리픽싱에 따라 CB 전환권 행사시 발행될 신주수가 최초 178만1737주에서 253만9682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발행 주식 총수(3415만762주)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5.2%에서 7.4%로 높아지게 됐다. CB 물량이 모두 보통주로 전환된다고 가정하면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기존 16.08%에서 14.96%까지 떨어진다.
 
인트론바이오의 최대주주는 윤성준 대표이사로 지난 7일 기준 회사 지분 14.64%(500만주)를 보유 중이다. 특수관계인을 모두 포함한 지분은 16.08%(549만53주)이며 자사주 또한 1%(34만911주)를 갖고 있다.
 
다만 인트론바이오는 CB에 콜옵션을 부여해뒀다. 콜옵션은 CB 권면총액의 35%(140억원)까지 행사가 가능하다. 콜옵션은 CB 발행일로부터 1년이 된 이달 1일부터 2024년 9월1일까지 3개월마다 총 9차례에 걸쳐 행사할 수 있다.
 
인트론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아직 (풋옵션 청구시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당장 구체적인 주가 부양책에 대해 확답할 수 있는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신약개발회사로서 후보물질 개발과 조기 단계 기술이전(L/O) 성과를 내기 위해 계속 준비를 하고 있다”라며 “엔도리신(Endolysin)이란 물질을 바탕으로 각종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으며 L/O를 추진 중”이라며 연구개발(R&D)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