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기업 결합에 뒤에서 웃는 대한항공
반 년째 지지부진 기업결합, 부채 우려 높아
알짜노선 내주며 임금 하락, 자구책 수포 될까 염려
공개 2022-09-07 08:30:00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의 기업 결합이 늦어지는 가운데 대한항공 내부에서 기업 결합을 바라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지난 2분기 기준 7000%까지 뛰면서 기업 결합이 이뤄질 경우 오히려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6544%를 기록했다. 1분기만 해도 2811%이던 부채비율이 3개월 사이에 절반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특히 1분기 대비 2분기 매출액(1조2463억→1조5493억)은 24.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1435억→1395억원)은 2.7% 감소했다. 당기손익도 2129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 측은 “환율 영향에 따른 외화환산손실로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아시아나의 적자가 달러 강세나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기 이전부터 지속됐다는 데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시아나는 2018년에도 매출액 7조1833억원(영업이익 282억원)으로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손실은 1958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때도 아시아나는 적자 이유로 ‘외화환산차손실’을 들었다. 
 
기획재정부의 원/달러 환율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평균 환율은 1086.3원이다. 2017년의 1070.5원과 불과 15.8원 차이다. 2017년은 약달러로 수출 경기가 우려를 낳던 해다. 일각에서 아시아나의 ‘환율 핑계’가 정말 핑계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오히려 지난 1월 EU의 결합 거부로 무산된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042660)의 사례처럼 ‘결합 무산’을 바라는 임직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결합 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엄청난 부채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항공이 마련한 자구책까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대한항공은 지난 2년간 자구책을 진행해 6조975억원 상당 유동성을 마련했다. 4조원이 넘는 유상증자를 비롯해 사택과 서울 송현동 부지를 5500여억원에 매각하고 기내식·기판사업도 매각해 1조원 가까운 현금을 만들었다. 현재 왕산레저도 매각이 진행 중이다.
 
 
양사 결합이 사업 축소로 연결될 수 있을 거라는 우려도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아시아나 인수에 회의적인 이유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양사는 합병 시 운영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 중복노선 중 국제선은 26개 노선, 국내선은 14개 노선을 10년간 반납해야 한다. 이 중에는 수익성이 좋은 장기노선인 LA, 뉴욕, 시애틀, 파리, 바르셀로나 등이 포함돼 있다. 항공업계에서 양사 결합이 ‘1+1=1.5’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한항공으로서는 알짜노선을 놓치고 규모만 커지는 격이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니 대한항공 일각에서는 “돈 되는 것 다 팔아가며 자구책 만들었더니 옆집 부채를 끌어안게 됐다” “사우도 지키지 못했는데 아시아나 직원을 어떻게 지키냐” “아시아나 직원들 불운에 왜 내 밥그릇을 나눠야 하냐” 등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국내 한 항공사 관계자도 “기업결합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도 “(부채문제 등으로)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오히려 기업결합이 안 되길 바라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에서도 양사 결합이 수포로 돌아갈 경우 대한항공에는 타격이 없지만 아시아나에는 재무 압박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신용평가는 리포트에서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불승인 등 예기치 못한 사유가 발생하여 인수가 무산될 경우 대한항공 신용도에는 즉각적인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대규모 당기순손실 누적으로 재무안정성이 큰 폭으로 저하된 아시아나항공은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조원태) 회장님께서 의지를 갖고 (인수를 추진) 하시는 것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인수합병이 되면 노선통합으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양사 기업결합을 승인한 것은 올해 2월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해외 결합 심사까지 합해 올가을에는 양사의 기업결합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임의 신고국가인 호주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을 승인받았으나, 필수신고국가인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과 임의신고국가인 영국의 기업결합 승인은 아직이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