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투자자 이탈 없이 1조 조달 완주 비결은
출범 1년차 순손실 은행에 투자자 적극 지원
중금리 대출 성장·MZ세대 중심 고객 확보…긍정적 평가
'토스뱅크' 끄는 모회사 '토스'…투자자 반색
공개 2022-09-01 06:00:00
[IB토마토 김수정 기자] 토스뱅크가 주요 투자자의 이탈 없이 5번의 자본금 조달 레이스를 완주했다. 자본금 2500억원에서 시작한 토스뱅크는 1년 만에 1조3500억원으로 실탄을 확충했다. 아직 손에 쥐는 수익이 '제로'인 출범 1년차 은행이지만 중금리 대출 중심으로 한 고객 확보 경쟁력, 대주주인 '토스'의 성장, MZ세대 대표 금융 앱 등이 기대감을 키운 결과다. 토스뱅크는 출범 11개월 만에 440만명의 고객을 빨아들이며 외형 성장으로 투자자에 화답하고 있다.
 
31일 토스뱅크에 따르면 전날 3000억원의 운영자금이 납입, 출범 이래 5번째 유상증자가 마무리됐다.
 
작년 6월 은행업 본인가 이후 그 해 10월 출범 당시 5년 안에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 이상의 자본금을 확충할 계획이었다. 이를 훨씬 당겨 1년 만에 1조1000억원의 자본금을 추가로 모았다. 
 
토스뱅크는 자본금 2500억원으로 시작해 작년 10월 3000억원을 증자로 끌어온데 이어 이듬해 2월 3000억원을 추가 조달했다. 이후 4개월 만에 1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완료했고, 같은 금액으로 한달 후에 또다시 유증을 단행했다. 또, 이달에는 3000억원을 조달했다. 수차례 증자를 거친 후 자본금은 1조3500억원으로 확대됐다.
 
 
 
토스뱅크가 빠르게 자본금을 확충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각사의 사정에 따라 투자 규모에 변화는 있어도 주요 투자자 이탈 없이 5번의 유증을 마쳤다. 실제, 최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가 공시한 6월 말 기준 토스뱅크 보유 지분은 34.84%다. 작년 말 36.84%에서 소폭 줄어든 것으로, 이는 비바리퍼블리카가 배정 신주를 모두 가져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권이 발생했지만, 토스뱅크는 계획한 투자 유치를 완주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참여 규모에 따라 지분율에 변동은 있지만, 주주단 변동은 없다"라며 "그간 실권주가 소량 발생하더라도 기존 주주들이 청약에 참여해 자금 조달이 잘 마무리됐다"라고 설명했다. 
 
내부 자금 사정으로 참여를 못한 주주의 경우 관계사가 실권을 막았다. 지난 2월 2차 유증에 웰컴저축은행을 대신해 관계사인 웰컴캐피탈이 참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웰컴캐피탈은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유증에 참여했다. 소수 지분을 보유한 리빗 캐피탈은 유증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주주로 남아있다. 4%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들은 출자에 참여하며 토스뱅크에 신뢰를 보냈다.
 
중금리 대출·MZ세대 대표 금융 앱…투심 움직였다
 
토스뱅크 주주단에는 △비바리퍼블리카 △하나은행 △한화투자증권 △이랜드월드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웰컴저축은행 △웰컴캐피탈 △알토스벤처스(Altos Korea Opportunity Fund 4)△굿워터 캐피탈 △한국전자인증 주식회사 △리빗캐피탈 등이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를 제외한 많은 지분을 투자한 △하나은행 △한화투자증권(003530) △이랜드월드 등 3사는 각각 10%씩 지분(6월 말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아직까지 순수익을 못 내고 있다. 손에 쥐는 수익이 없는 손실 회사인 탓에 투자회사들은 지분법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들은 배정 물량을 모두 소화해 초기 투자 당시 지분율을 유지했다.
 
 
 
토스뱅크와 금융업이라는 교집합이 있는 은행이나 증권사의 경우 디지털 금융 영역에서 협업을 기대할 수 있다. 그 외의 투자사들은 '차익 실현'을 염두에 뒀다. 
 
특히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토스뱅크의 중금리 대출 역량이다. 투자를 검토하면서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 등 금융 서비스를 구상한 것이다.
 
상반기 기준 토스뱅크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제공한 신용대출은 전체의 36.3%에 달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323410)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20%대다. 이미 8월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9%로 끌어올려 연말 목표인 42%에 근접했다. 이는 1년 차 인터넷전문은행인 점을 감안할 때 파격적인 행보다.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한 대출 영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적용하는 만큼, 수익성은 높지만 리스크도 크다. 6월 말 토스뱅크의 BIS 자기자본 비율은 10.52%다. 최근 증자로 1조3500억원으로 자본금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자기자본 비율은 13.4%다. 출범 이후 첫 집계된 BIS 자기자본 비율은 36.71%였다. 자본 적정성이 떨어진 것은 위험가중자산이 높아졌기 때문인데, 중금리 대출 확대가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중금리 대출을 중심으로 존재감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토스뱅크의 원화대출 점유율은 작년 말 0.3%에서 올해 1분기 1.3%로 확대됐다. 지난 1분기 말 여신잔액은 2조5963억원이었는데, 3개월 만에 4조2940억원으로 불어났다. 8월 말 기준으로는 6조원이 넘었다. 상반기 이자 수익도 지난 1분기의 3배 수준인 2263억원을 기록했다.
 
MZ세대 대표 금융앱으로 자리잡은 것도 투자에 영향을 미쳤다. 
 
모바일인덱스의 금융 앱 리포트를 보면, 5월 사용자 기준 1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금융 앱은 토스였다. 20대의 경우 남성은 토스를 가장 많이 사용했으며, 여성은 카카오뱅크 다음으로 토스를 주로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30대에서도 남성은 삼성페이, 카카오뱅크 다음으로 토스를 많이 이용했다.
 
<IB토마토>에 한 투자사 관계자는 "자사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중금리 대출 가능성을 타진한 것은 사실"이라며 "고객이 주로 젊은 층이다 보니 마케팅 부문에서 시너지를 고려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모회사 토스의 지원 가능성 '긍정적'  
 
모회사 비바리퍼블리카에 대한 신뢰도 토스뱅크 투자에 영향을 미쳤다. 비바리퍼블리카의 성장세를 토스뱅크가 그대로 '답습'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물론, 모회사의 지원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또 다른 투자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비바리퍼블리카의 높은 성장성, 안정적인 수익성 기반의 자회사 토스뱅크 지원 여력 등을 투자 결정에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뱅크 증자에 참여해 약 4700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추산된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운영하는 금융 앱 토스는 계열사 토스증권, 토스뱅크가 올라 탄 '슈퍼앱' 전략을 취하고 있다. 토스증권과 토스뱅크는 별도의 앱을 두지 않고, 토스 내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토스의 고객이 곧 토스증권과 토스뱅크의 고객인 셈이다. 이는 토스뱅크의 '득'이자 '실'이다. 토스를 넘어서는 금융 앱이 등장할 경우 토스뱅크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만, 현재 '득'이 더 크다.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지난달 신규 설치가 많았던 금융 앱 순위에서 토스는 3위를 기록했다. 카카오뱅크는 4위였다. 7월 토스의 활성화 고객(MAU)은 1390만명으로 금융 앱 가운데 선두를 지켰다. 지난해 10월 출범 후 현재까지 집계된 토스뱅크 고객은 440만명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 토스의 활성화 고객의 약 30%가 토스뱅크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출범 11개월 만의 성과로 내부에선 이를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시리즈G 단계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토스뱅크에 투자한 알토스벤처스가 주요 투자자로 있다. 지난 2020년 시리즈 F 당시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업가치는 3조원대였다. 최근 투자 유치에서 8조5000억원으로 평가돼 2년 만에 크게 뛰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IPO(기업공개)도 준비하고 있다.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토스증권과 토스뱅크를 지원하는 것에 사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수정 기자 ksj02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