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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그룹, 자사 공익재단에 '강제 기부' 논란
'청소년그루터기재단'에 기부…단체방에서 팀장이 기부 확인까지
김정태 전 회장, 임기 9개월 남기고 설립…"직장 내 갑질에 해당"
공개 2022-08-30 16: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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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하나금융그룹 계열사가 직원들에게 자사 공익재단 후원을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해당 재단은 하나금융그룹의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것으로 파악돼 의혹을 낳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 (사진=하나은행)
 
30일 <IB토마토>가 입수한 하나금융그룹 모 계열사의 단체 메신저 방 대화 내용에 따르면 그룹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자사 공익재단에 후원을 강요한 정황이 드러났다.
 
직원들은 매달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정기 후원을 약정하고, 약정이 완료됐다는 화면을 캡처해 단체 메신저 방에 올리는 방식이다. 다른 부서 단체 메신저 방에서도 똑같은 인증 절차가 이뤄지고 있었으며, 또한 직원들의 후원 현황이 매주 대표에게 보고가 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에 근무하는 A씨의 제보를 종합하면 직원들은 이달 초 회사에서 '청소년그루터기재단'에 회원으로 가입해 매달 최소 5000원씩 기부하는 정기 후원을 약정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계열사별로 3000원~5000원으로 최소 후원금액 차이는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직원들은 정기 후원을 강제로 지시하는 것에도 불쾌감을 느꼈지만, 의아해했던 것은 후원 대상인 청소년그루터기재단 이사장 자리에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전 회장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6월 당시 그룹 회장이었던 김정태 청소년그루터기재단 이사장(왼쪽 세 번째)이 참석한 가운데 공익재단법인 '청소년그루터기재단'의 출범식을 가졌다. (사진=하나은행)
 
지난 2012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0년간 하나금융그룹을 이끈 김 전 회장은 그룹 회장 임기를 약 9개월 남기고 청소년그루터기재단을 세운 뒤 직접 이사장을 맡았다. 청소년그루터기재단은 하나금융그룹이 13년 만에 설립한 공익재단으로, 김 전 회장 재임 기간만 놓고 보면 하나금융그룹이 유일하게 신규 출범한 공익재단이다.
 
A씨는 "자발적이지 않은 후원이니 기부를 하는 것인데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라며 "또 재단의 이사장이 전 회장이라는 점에 의혹을 갖는 직원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일부 계열사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후원을 강요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일부 직원들은 이에 반발해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지위·관계의 우위를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후원을 사실상 강요했기 때문에 직장 내 갑질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공익재단을 소개해주고 자발적으로 후원을 유도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해당 사례처럼 후원 내역을 인증하는 방식 등은 강제성을 띠는 것이고, 후원 강요 자체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지적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도 "임금의 일부를 각출해간다는 의미에서 근로기준법 위반의 소지도 있어 보인다"라며 "또한 정황상 직원 입장에서는 기부를 안 했을 시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후원 약정을 맺은 경우도 있을 것으로 미뤄보아, 직장 내 갑질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일부 팀에서 발생한 일이지, 그룹 차원에서의 지시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