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 쏘카 M&A 나서나…지분 매각보다 인수가 '득'
IPO 참패 이어 상장 후 주가도 공모가 밑으로
롯데렌탈 투자금 대비 41.7% 손해
렌터카·카셰어링·중고차 시너지 예상…"경영권 취득 가능성 높아"
공개 2022-09-01 06:00:00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최근 상장 후 주가 부진을 겪고 있는 쏘카(403550)와 관련해 3대 주주인 롯데렌탈(089860)이 경영권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대주주가 지분을 팔 경우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는 롯데렌탈 입장에서 지분 매각보다 경영권 인수가 더 이익이라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인수할 경우 렌터카·카셰어링·중고차 시장에서 상당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어 시너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차량공유플랫폼 쏘카는 29일 종가 기준 주당 2만5750원을 기록했다. 이는 상장일 시초가(2만8000원)와 비교해서는 8%, 직전 거래일(2만7350원) 대비로는 5.85% 하락하며 공모가(2만8000원) 밑으로 추락한 상태다. 
 
지난 22일 한국거래소에서 쏘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념식이 진행됐다.(사진=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롯데렌탈은 상장일 기준 투자금 대비 763억원이라는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됐다. 롯데렌탈은 지난 3월 쏘카 지분 13.9%(405만5375주)를 1832억원에 고점에서 취득했다. 주당 취득가액이 4만5172원꼴로 상장일 종가인 주당 2만6300원과 비교하면 현재 주당 손해는 41.7%(주당 1만8872원 감소)에 이른다. 
 
쏘카의 주가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기업공개(IPO) 당시부터 기관 수요예측에서 참패하며 공모가 하단인 3만4000원보다 6000원 낮은 2만8000원으로 결정돼서다. 쏘카 공모가는 롯데렌탈이 산 가격으로 따져도 주당 1만7000원 가량 하락한 가격이다. 당시 대다수 기관이 선택한 쏘카의 공모가는 2만5000원에서 3만원 사이로 알려졌다. 수요예측 참패에 공모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쏘카는 공모 주식수도 20% 줄여(445만→364만주)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도 9666억원으로 1조원에 미치지 못했다. 당초 2조~3조원의 가치를 예상했던 시장 반응과 거리가 상당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가장 고점에서 주식을 취득한 3대주주 롯데렌탈이 주주 전원 합의가 필요한 쏘카 상장 절차에 동의했다. 이에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롯데렌탈이 쏘카의 경영권 인수를 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측이 나왔다. 고점에 사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경영권 취득밖에 없는데다 이 경우 양사 사업구조가 유사한 만큼 투자 시너지가 날 수 있어서다.
 
롯데렌탈 쏘카 경영권 인수 가능성, 3월부터 '솔솔' 
 
사실 롯데렌탈의 쏘카 경영권 인수 가능성은 3월 지분투자 당시부터 제기됐다. 롯데렌탈이 지분 투자 당시 일정 가격에 팔 권리인 풋옵션과 최대주주 지분 매각 시 우선매수권을 함께 요구해서다.
 
쏘카 최대주주는 21.4%의 지분을 보유한 이재웅 창업자의 투자회사 에스오큐알아이이다. 이 중 1년의 보호예수기간이 지나면 팔 수 있는 물량이 18.5%이다. 롯데렌탈이 쏘카 경영권 인수를 위해 최대주주 지분을 매집하기 위해서는 1년여의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2대주주는 SK(20.2%)이며, 3대주주는 롯데렌탈(13.3%)이다. 에스오큐알아이가 보호예수기간이 끝난 후 지분 18.5%에 롯데렌탈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우선매수권이 행사돼 보호예수 이후 최대 지분을 챙길 경우 롯데렌탈은 31.8%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보호예수 종료 물량을 모두 살 필요도 없다. 롯데렌탈은 쏘카 지분 10%만 추가하더라도 총 지분 23.3%로 역시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 이때 주가가 저평가돼 있으면 오히려 더 저렴한 가격에 지분 매입이 가능해 롯데렌탈로서는 이득일 수 있다. 실제 롯데렌탈은 쏘카 지분 13.3%를 획득하기 위해 지난 3월 1832억원을 썼지만, 29일 종가 기준으로는 1066억원 상당이면 매입 가능하다.
 
이와 관련 쏘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풋옵션에 기재된 최대주주는 에스오큐알아이와 에스오피오오엔지로 각각 18.50%와 8.25%의 지분”이라며 “계약 내용에 언급된 바 전부 또는 일부 제3자에게 매도하고자 하는 경우”라고 답했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롯데렌탈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는 26.75%가 가능하다. 
 
벤처 회사 창업주는 대개 기업가치를 높여 투자 받아 지분을 매각하는 형태로 회사를 키운다. 투자자는 유치한 투자금을 지분으로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이때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이 IPO로 상장해 주식을 파는 방법이다. 
 
이재웅 창업주가 이끄는 에스오큐알아이는 엔젤투자사로 벤처 기업 투자 성격을 지니고 쏘카에 투자해 왔다. 에스오피오오엔지 역시 이 창업주가 설립했던 소셜벤처 인큐베이터 투자회사다. 이 투자회사들은 쏘카의 기업가치가 저렴할 때부터 투자해왔기 때문에 지금 지분을 매각한다고 해서 투자회사들이 손해 볼 일은 없다. 
 
이 창업주 개인입장에서도 쏘카의 예전 서비스인 ‘타다’의 ‘불법택시 논란’으로 재판을 받고 구설에 오르는 것이 부담스러워 인연을 완전히 끊고 싶을 수도 있다. 
 
쏘카 경영권 취득과 관련해 롯데렌탈 관계자는 “경영권 인수 목적이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올해 3월 쏘카 지분 투자 당시 롯데렌탈이 공시한 내용을 따져보면 내용이 제법 묵직하다. 
 
롯데렌탈은 “(양사는) 앞으로 전기차·충전결합주차·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 생태계 조성을 공동으로 추진할 것을 고려하는 한편 물류·유통·멤버십 등 롯데 그룹차원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산업 간 경계를 넘어서는 혁신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김현수 롯데렌탈 대표이사 사장도 “이번 쏘카 지분투자를 통해 자동차를 기반으로 한 이동관련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단순투자를 넘어서 지분투자를 통해 전략적 협업으로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는 논리다.
 
롯데렌탈이 쏘카의 전략적투자자(SI)로 나선 만큼 사업적 시너지를 내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SI의 목적이 사업 영위와 경영권 확보에 있음을 기억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3월부터 쏘카를 흡수하려 투자했다는 말에 힘이 생기는 이유다. 
 
 
양사 합병 시, 렌터카·카셰어링·중고차 시장 시너지 

IB업계에서도 양사가 합병할 경우 종합적인 시너지가 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롯데렌탈이 쏘카) 지분도 보유하고 있고 사업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 (롯데렌탈이 쏘카를 인수할 경우) 시너지가 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롯데렌탈은 현재 렌터카 시장에서 1위 업체이고 카셰어링쪽에서는 2위 업체이나 쏘카를 인수하게 되면 양쪽에서 1위가 돼 시장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라며 “(롯데렌탈이) 중고차 비즈니스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적인 시너지 효과는 충분히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판단했다. 
 
실제 롯데렌탈은 렌터카·카셰어링·중고차 시장에서 주요 사업자 지위를 영위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대여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국내 렌터카업계 1위는 21.60%를 차지한 롯데렌탈이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국내 카셰어링 시장점유율은 쏘카(78.6%), 롯데렌탈의 그린카(18.2%) 순이다. 
 
카셰어링 점유율은 양사가 합병할 경우 95%도 넘어서 독과점 위험이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승인 등 최근 독과점 문제에 유연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승산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결합이 성공하면 IB업계 예측대로 롯데렌탈은 렌터카와 카셰어링 사업에서 업계 1위 등극이 가능하다.
 
여기에 중고차사업은 올 2분기 롯데렌탈의 매출 상승 원동력이 되기도 한 만큼 상당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롯데렌탈의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은 차량렌탈 62.53%, 중고차 28.05%, 일반렌탈 9.42% 순이다. 동분기 중고차 매출은 1817억원으로 아직 오토렌탈의 3776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치나 롯데렌탈이 쏘카 인수에 성공할 경우 매출 확장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렌터카와 카셰어링은 새차를 사서 운용한 후 중고차로 판매해 이익을 내는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양사의 합병은 중고차의 안정적인 매물 공급을 가능하게 해 롯데렌탈의 중고차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롯데렌탈은 올해 10월 중고차 플랫폼 본격 진출을 선언한 상태로 점유율 10%를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최종경 흥국증권 기업분석팀장은 롯데렌탈 리포트에서 “중고차 시장의 성장세에 2021년 매각가 상승 분위기를 유지 중이며 올해 중고차 시장의 경쟁 심화에 따른 매입가 상승에도 전사적인 양호한 수익성을 기록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라며 “(롯데렌탈의) 장기렌터카 사업부와 국내 최고 역량의 경매장(롯데오토옥션)을 통해 안정적인 자사 물량 확보의 경쟁력이 빛을 발했다고 높이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롯데렌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쏘카 경영권 취득과 관련해 “경영권 인수 목적이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