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관리종목 우려에…13년 만에 '파멥신' 팔았다
올 상반기 6억7200만원어치 처분…지난해 83억원어치 첫 매도
잔여 지분 0.5% 불과…2009년 1억원 투자 이후 80배 수익
파멥신 시총 878억원까지 급감…해결해야 할 숙제 '산더미'
공개 2022-08-31 06:0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녹십자(006280)가 13년간 보유해 왔던 바이오기업 파멥신(208340)의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멥신은 지난 2018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 전 장외에서 몸값이 4000억원에 이르던 항체치료제 전문기업이다. 현재 코스닥에서 시가총액은 870억원대로 확 쪼그라든 데다 실적 부진으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어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녹십자는 올해 상반기 파멥신 주식 8만5029주를 6억7200만원에 처분했다. 지난해 35만9683주를 83억원에 매도한 데 이은 두 번째 지분 정리로, 이로써 녹십자가 보유한 파멥신 주식은 11만5596주(0.5%)밖에 남지 않게 됐다. 작년 초까지 쥐고 있던 56만2488주에서 80% 가량 감소한 것이다.
 
녹십자는 파멥신 지분을 처분함으로써 투자금액 대비 80배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다. 회사는 2019년 8월 파멥신에 약 1억원을 최초 투자해 5952주를 취득했다. 해당 주식은 파멥신의 무상증자 등에 따라 2015년 28만1244주까지 불어났고 장부가액 또한 4억4300만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파멥신은 증시에 입성한 이후 2020년 보통주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녹십자가 보유한 주식 또한 56만2488주로 두 배 늘어났다. 당시 지분율 4%였던 해당 주식의 장부가액은 117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총 44만4892주를 처분한 것으로, 최초 투자금액이 1억원인 만큼 녹십자 입장에선 적당한 이득을 취한 채 털어낸 ‘남는 장사’였다. 그러나 이 기간 파멥신의 주식이 70% 이상 하락한 탓에 2021~2022년 상반기 회계연도 상 평가손익 합산은 –22억원이다.
 
 
 
이는 파멥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 변화와도 맞물린다. 파멥신은 2008년 설립 이후 줄곧 항암 항체치료제 개발에 주력해 왔다. ‘올린베시맙(TTAC-0001)’을 비롯한 자체개발 항암신약 후보물질들이 높은 시장성을 인정받으면서 파멥신은 시리즈A부터 프리IPO까지 350억원 정도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본격적인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던 2018년에는 바이오업종에 대한 관심이 치솟으며 장외몸값이 4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29일 종가 기준 파멥신의 시가총액은 878억원에 머물러 있다. 코스닥 시장 내 시가총액 순위는 947위다. 마땅한 캐시카우가 없는 상황에서 상장 5년차에 접어들도록 실적을 개선하지 못하며 관리종목 지정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관리종목 지정 요건 중 하나인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법차손) 비율이 2020년 67.1%, 2021년 86.5%을 기록한 탓에 올해와 내년에는 손실 규모를 50% 이하로 떨어뜨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법차손 비율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서 벗어나더라도 연매출 30억원이라는 매출기준도 충족시켜야 한다. 파멥신의 매출액(별도기준)은 2019년 0원, 2020년 5982만원, 2021년 6770만원, 올해 상반기 3798만원이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매출 저조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을 면제받을 수 있는 기간은 상장 후 5년이다.
 
수익성 개선과 매출 창출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떠안은 파멥신은 관리종목 지정 위기를 피하기 위해 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가시적인 기술이전 성과를 내거나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내기에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주요 임상 중 하나를 중단하는 결정까지 내렸다. 해당 임상은 재발성 교모세포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올린베시맙 임상2상(미국·호주)으로, 회사 측은 ‘경영 부담’에 따른 판단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연간 연구개발(R&D) 비용(335억원)이 매출액의 5만%에 육박하는 만큼 주요 파이프라인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현금지출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한 지속된 주가 하락으로 인해 올 4월 발행한 1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한도까지 떨어져 오버행 우려를 낳고 있으며, 이에 따라 최대주주 지분 희석 부담이 커지면서 경영권 리스크도 불거졌다.
 
이와 관련 녹십자는 파멥신 지분 처분에 별다른 근거가 있진 않다는 입장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파멥신에 투자했던 것은 단순 투자였기 때문에 처분 또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