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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운용, 이머징유럽증권펀드 환매중단…장기화 불가피
러시아 기업 DR과 원주 가격 괴리로 평가가치 급등
러시아 정부 외국인투자자에 원주 매도 금지 지속…투자자 자금 묶여
공개 2022-08-25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4일 18:32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은주성 기자] KB자산운용의 KB이머징유럽증권자투자신탁(주식) 상품의 환매가 중단됐다. 펀드 투자자산 중 유럽에 상장된 러시아기업의 DR(예탁증서)을 러시아 원주(국내주식)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평가가치가 급등했는데 러시아 정부가 외국인투자자의 증권 매도를 금지해 처분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러시아 사태 해결이 요원한 만큼 환매 중단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자금이 묶인 투자자들의 속은 검게 타들어가는 상황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19일부터 KB자산운용의 KB이머징유럽증권펀드 상품의 환매가 중단됐다. 18일 오후 5시 이후 설정·환매 청구분도 환매 중단 대상에 포함됐다.
 
KB이머징유럽증권펀드는 터키, 러시아, 폴란드, 그리스 등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신흥유럽국가 주식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이다. 2007년 6월에 처음 설정돼 15년 이상 운용된 상품이다.
 
이 펀드가 주로 투자하는 자산유형은 주식, 단기대출 및 예금 등이다. 지난 6월 자산운용보고서에 따르면 주식 비중이 71.96%, 단기대출 및 예금 28%, 파생상품 0.01%, 기타 0.04% 등이다.
 
(사진=KB자산운용)
 
해외 국가별 비중을 살펴보면 6월13일 기준 터키가 31.12%로 가장 높다. 대한민국(20.05%), 폴란드(16.02%), 체코(8.58%), 그리스(8.02%), 러시아(2.36%) 등이 뒤를 이었다.
 
애초 이 펀드는 러시아 투자비중이 높았다. 2020년 12월13일 기준 이 펀드자산의 국가별 비중을 보면 러시아가 35.45%로 1위였다. 2021년 12월13일 기준으로도 러시아 비중이 27.94%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2022년 3월13일 기준 러시아 비중은 3.42%로 크게 낮아졌고 6월13일 기준으로 2.36%까지 줄었다. 반면 대한민국 비중은 2020년 12월 기준 9.96%에서 2022년 3월에 17.30%, 2022년 6월에는 20.05%로 높아졌다. 위험부담이 큰 러시아 투자자산을 줄이는 대신 대한민국 투자자산 비중을 늘리면서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2월 말 러시아 정부는 외국인투자자의 러시아 증권 매도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4월에는 러시아기업의 해외상장 DR(예탁증서) 주식을 폐기하고 러시아 원주(국내주식)로 전환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외에 상장된 러시아기업 주식은 러시아 현지에서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DR 형태로 거래돼 왔다.
 
국내 러시아 관련 펀드들은 러시아에 상장된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대신 영국, 독일 등에 상장된 DR에 주로 투자해왔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 조치로 매도가 불가능해지자 3월 미래에셋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등이 러시아 관련 펀드의 환매를 연이어 중단했다. KB자산운용의 ‘KB러시아대표성장주펀드’ 상품 환매도 중단됐다.
 
반면 KB이머징유럽증권 상품의 환매는 계속 가능했다. 러시아 비중을 크게 줄인 만큼 다른 국가 투자자산의 처분을 통해 환매 신청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KB금융그룹)
 
하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러시아 투자자산 수익률이 급등함에 따라 전체 자산에서 러시아 투자자산 비중이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러시아 DR 가격은 90% 이상 폭락했고 러시아 펀드들의 수익률도 크게 낮아졌다. 반면 DR보다 빠르게 거래가 정지된 원주 가격은 30% 정도 하락하는 데 그치면서 DR과 원주 사이에 가격 괴리가 발생하게 됐다. 
 
이후 지난달 영국이 러시아기업의 DR 상장폐지 및 원주전환 조치를 내렸고 최근 국내 운용사들도 원주  전환을 시작했다. 사실상 투자자산은 변화가 없음에도 가격 괴리가 있는 원주로 전환됨에 따라 펀드 평가가치가 급등하게 됐다.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KB이머징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도 24일 기준 28.6%로 일주일 만에 약 23%포인트 뛰었다. 러시아 투자자산 평가가치가 높아지면서 전체 투자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히 커졌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 조치로 러시아 투자자산 처분이 불가능한 데다 실제 수익을 실현한 것이 아닌 만큼 환매 신청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환매 중단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B이머징펀드 상품의 환매 중단은 KB자산운용의 운용상 부주의나 잘못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외부적 환경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매수에 나섰거나 손실 폭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던 투자자들은 우려를 안게 됐다. 실제 KB이머징유럽증권 펀드의 운용규모는 2021년 12월 기준 22억8270만원에서 2022년 6월 기준 23억8950만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러시아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만큼 환매 중단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3월에 중단된 러시아 펀드들도 여전히 환매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조만간 환매중단 조치 연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펀드수익자총회를 열 것으로 보인다. 앞서 3월 러시아 펀드 환매중단 사례를 볼 때 이르면 9월 말에 수익자총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B이머징펀드 상품도 다른 러시아 관련 펀드처럼 환매 중단 상태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딱히 별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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