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경영 '빨간불'…재고 리스크 확대 우려
올 상반기 지난해 말 대비 500억 가량 늘어…1조485억원 등 역대 최고
구매력 하락·소비 위축 현실화 전망도…북미시장 해결책 될지 의구심도
공개 2022-08-29 08:30:00
 
[IB토마토 김주리 기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LG생활건강(051900)이 경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해 말 기준 1조원을 넘어선 재고자산이 올해 상반기에 500억원 가량 또 불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매출채권이 늘고, 매입채무는 줄면서 순운전자본 규모도 커지고 있어 현금흐름과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확대될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의 실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중국 의존도 해소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LG생활건강 재고자산은 1조4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조7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말 대비 4.8%(479억원) 늘어난 수치다. 특히 코로나19 직전 해인 2019년 LG생활건강 재고자산은 7463억원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재고자산이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결국 1조원을 크게 웃돌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사업보고서 등에 나온 재고자산회전율이 계속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LG생활건강 재고자산회전율은 2019년 말 4.3회에서 2020년 말 3.8회, 지난해 말 3.3회로 나타났고, 올해 상반기에는 3.0회를 기록했다. 회전율이 낮아진다는 건 그만큼 재고를 매출로 환원하지 못하는 있다는 의미로 매출 감소 등의 악재로 이어진다.
 
LG생활건강 본사(사진=LG생활건강)
 
아울러 지난해 말과 비교해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채권은 늘고, 매입채무는 줄면서 순운전자본 규모도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순운전자본은 1조441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조2849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말 대비 12.2% 늘어난 수치다. 
 
이 때문에 아직 LG생활건강 실적이 정상화 단계로 올라서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상반기 LG생활건강은 연결 기준 영업이익 2166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5% 감소했다. 매출은 1조8627억원으로 7.9% 줄었고, 순이익은 1260억원으로 44.3%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금리 인상에 따른 구매력 하락, 소비 위축이 현실화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재고가 더 늘어날 수 있다. LG생활건강으로선 재고자산 관리가 향후 숙제가 될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IB토마토>에 “해외사업 비중이 커지면서 재고물량이 소폭 증가하고 있다”라며 “물류 이슈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어 안정적인 재고물량이 필요하기에 현재 수준의 재고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맞물려 회전율이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에 지나치게 치중된 사업 모델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LG생활건강의 실적이 부진한 데에는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봉쇄령의 영향이 주요했기 때문이다.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화장품 사업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전체 실적을 악화시켰다는 평가가 많다.
 
이와 관련해 LG생활건강이 북미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북미사업을 위해 보잉카와 크렘샵 등을 인수한 바 있다. 여기에 LG생활건강은 지난 4월 크렘샵과 계약 당시 콜옵션을 통해 5년 후 크렘샵의 잔여 지분 35%를 사올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기도 했다. 향후 크렘샵의 실적 성장 여부에 따라 잔여지분 취득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생활건강은 지난 6월 크렘샵의 지분 65%를 취득한 데 이어 지난 16일 공시한 반기보고서를 통해 “크렘샵 취득 시 주주 간 계약으로 잔여지분에 대한 매매 합의가 체결된 바, 합리적으로 추정한 잔여지분 취득금액을 금융부채로 계산했다”라고 명시했다. 크렘샵의 지분 전부를 사들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이와 관련해 LG생활건강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반기보고서에 명시된 부분으로만 본다면, 최종적으로 크렘샵의 지분 100%를 인수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라며 “다만 지금 시점에서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을 말씀드리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이 북미시장에서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는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혜미 케이프 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의 북미 진출에 대해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진출 속도나 기존의 전사 매출 대비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유의미한 실적이 단기간 내에 발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김주리 기자 rainb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