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회계에서 ‘중요성(materiality)’의 개념은 다양한 분야에서 등장한다.
먼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는 “정보를 누락하거나 잘못 기재하거나 불분명하게 하여, 이를 기초로 내리는 주요 이용자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다면 그 정보는 중요한 것”으로 정의한다. 즉, ‘정보이용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는 중요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중요한 정보는 재무제표 본문에 별도로 구분 표시하고 주석으로도 자세하게 설명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정보는 재무제표 본문에 다른 계정과목과 합산하여 표시한다.
회계감사에서는 중요성이 더 강조된다. 회계감사는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따라 ‘중요성’의 관점에서 적정하게 작성되었는지에 관해 감사인(공인회계사)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감사인은 회계감사를 할 때 중요성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제시한 이자비용보다 감사인이 추정한 이자비용이 1억원 많다고 하자. 중소기업을 감사할 때는 1억원의 차이가 중요하므로 회사가 재무제표를 수정하지 않으면 적정의견이 표명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을 감사할 때는 1억 원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으므로 적정의견이 표명될 수 있다. 한편 회사가 제시한 당기순이익이 5000만원이라면 증가하는 이자비용 1억원을 반영하면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므로 1억원의 차이는 기업규모와 무관하게 중요할 수 있다. 즉, 중요성을 판단할 때는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회계감사에서 중요성 판단이 중요하므로 감사인은 감리집행기관(금융감독원장 또는 한국공인회계사회)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때 ‘중요성 금액과 그 판단근거’를 기재한 문서를 첨부하여 제출해야 한다. 다만, 감사보고서에 기재하거나 첨부한 경우에는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감리에서도 중요성 금액이 영향을 미친다. 공시된 재무제표를 회사가 자진하여 수정하더라도 수정된 금액이 ‘중요성 금액의 4배 이상’인 경우에는 김리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감리대상 선정에 중요성 금액이 영향을 미친다. 또한 감리결과에 의해 조치를 취할 때 이용되는 ‘양정기준’에서도 ‘위반동기(고의나 중과실 또는 과실)’와 함께 ‘위법행위의 중요도(중요성 금액 대비 회계처리기준 위반 금액의 비율)’를 따지므로 중요성 금액이 영향을 미친다.
최근 핫이슈가 되고 있는 지속가능성 공시(ESG 공시)는 중요성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IFRS재단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발표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S1)에 의하면 “보고기업은 기업에 노출되는 모든 유의적인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 및 기회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정보는 일반목적재무보고의 주요 이용자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말한다.
또한 지속가능성 공시에서는 ‘단일 중요성’과 ‘이중 중요성’의 구분이 매우 중요하다. 단일 중요성(single materiality, 재무적 중요성)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의 환경·사회적 요인만 고려한 것이고, 이중 중요성(double materiality)은 재무적 중요성 외에 기업이 외부에 미치는 영향(영향 중요성)도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단일 중요성과 이중 중요성은 다소 어려운 개념이지만 지속가능성 공시를 이해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하는 개념이다.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어온 GRI 기준은 이중 중요성을 강조하는 반면에 ISSB의 공개초안은 단일 중요성에 가깝다.
지금은 바야흐로 ‘중요성’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과거에도 재무회계와 회계감사에서 중요성 금액이 중요한 판단기준이었지만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의 도입으로 중요성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물론 각 분야에서 정의하는 중요성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정보이용자의 의사결정 또는 기업가치 평가에 영향을 주는 정보를 중요한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시험을 앞둔 학생이 시험출제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시험준비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앞으로도 중요성의 개념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중요성의 개념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회계를 이해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