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열기 다 식었나…CB 조기상환 봇물
하반기 들어 바이오기업 10곳 CB 만기 전 취득
전환가액, 여전히 주가 상회…투자자 손실 감내
공개 2022-08-11 17:06:07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바이오기업의 전환사채(CB)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초부터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하반기 전망도 탐탁지 않자 사채권자들이 상환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바이오기업의 전환사채 만기 전 취득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7월) 들어 이날까지 CB 만기 전 취득을 공시한 바이오기업은 10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6곳이 사채권자의 풋옵션 행사에 따른 조기상환이라고 밝혔다.
 
CB는 발행 이후 특정 시기가 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 달린 채권이다. CB 투자자는 채권 이자를 받다가 주가가 상승했을 때 전환가액에 따라 주식으로 바꿔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대부분 약정 원리금이 낮아 이자수익이 아닌 주식 전환을 통한 투자차익을 노린다. 따라서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 경우 풋옵션을 행사해 원금을 회수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바이오업계는 최근 사채권자들의 풋옵션 행사에 따른 잠재적 재무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2020년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불붙으며 메자닌으로 대규모 자금이 몰려들었지만, 올해 증시 부진과 함께 열기가 식으면서 자금 썰물이 시작된 모양새다. 실제로 제약·바이오 주가 지표 중 하나인 KRX헬스케어 지수는 3000선 초반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 이상 빠져나갔다.
 
KRX헬스케어 지수 추이. (사진=한국거래소)
 
크리스탈지노믹스(083790)는 지난 8일 21억원 규모 CB 조기상환을 공시했다. 2018년 11월 5년 만기로 발행된 이 CB는 총 497억원 규모로,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0%다. CB 투자자는 이자수익 없이 주식으로 바꿔 차익을 가져가야 한다. 그러나 4년간 총 4차례의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이 이뤄진 이 CB의 전환가액은 현재 9510원으로 발행 당시(2만426원)보다 확연히 떨어졌다. 취득 후 잔액은 182억원으로 아직 추가 자금 유출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유틸렉스(263050)도 지난 4일 투자자의 풋옵션 행사로 124억원 규모의 CB가 조기상환됐다. 2020년 5월 5년 만기로 발행된 이 CB 또한 별도의 이자 지급을 하지 않는다. CB의 전환가액은 1만5295원으로 리픽싱 한도까지 내려온 상태다. 현재 주가(4일 종가 5750원)보다는 166%나 높다.
 
EDGC(245620)는 올해 들어 2020년 9월 발행한 CB에 대한 풋옵션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 397억원에 이어 5월 1600만원, 이달 2일 121억원이 조기상환됐다. 상환 이후 남은 잔액은 70억원 정도다. 이 CB의 전환가액은 11일 종가(2865원)보다 91.2% 높은 5469원이다.
 
프로스테믹스(203690)는 2020년 발행한 200억원 규모 CB와 4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조기상환이 발생했다. CB의 경우 지난달 29일과 이달 4일에 이어 17억5000만원이 상환돼 188억3000만원이 남았으며, BW는 지난달 25일 전량 상환됐다.
 
이외에 지티지웰니스(219750), 카나리아바이오(016790), 제놀루션(225220), 비보존 헬스케어(082800), 메디콕스(054180) 등도 발행된 CB가 채권자와의 협의, 매도청구권(콜옵션) 등으로 만기 전 취득됐다.
 
이 같은 풋옵션 행사에 따른 채무상환은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이 부족한 바이오기업에 자금유출 우려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금 증시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것은 맞지만, 바이오업계만 놓고 보더라도 기대감이 한풀 죽은 상태”라며 “코로나19 등으로 보건산업,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급작스럽게 높아지며 과하게 자금이 몰렸던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들어 리픽싱이나 풋옵션 등이 유난히 바이오기업과 같은 신산업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관찰되고 있다”라며 “기초체력이 탄탄하지 않은 영세한 기업으로선 심각한 재무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