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드, 임상 허가받았지만…의구심 주는 '자금력·존속가능성'
식약처, 부스터샷 전용 백신 임상1·2상 승인
자체 현금창출력 부족…추가 자금조달 불가피
공개 2022-08-16 08:3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셀리드(299660)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에 접어들면서 백신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들의 중도 포기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1차 백신의 상업성을 확신하기 어려워 변이에 대응하는 시장까지 타겟팅하기 위해 부스터샷(추가접종) 임상에 돌입했지만, 임상을 진행할 자금력이 여의치 않은 데다 코로나19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더구나 셀리드는 계속되는 적자로 결손금이 불어나며 기업으로서의 지속적인 존속가능성에도 불확실성이 불거지고 있다. 
 
셀리드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작용 기전. (사진=셀리드)
 
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4일 셀리드가 제출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백신 후보물질 ‘AdCLD-CoV19-1 OMI’에 대한 임상1·2상시험계획서(IND)를 승인했다. 그러나 주가를 끌어올리는 호재가 되지 못했다. 현재 셀리드의 주가는 발표일(2만3100원)과 큰 차이가 없는 2만3600원(8일 종가)에 머물러 있다. 백신 개발사들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졌던 대표적인 이유가 오미크론에 대응할 수 없는 기본 접종용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부진한 모습이다.
 
셀리드가 승인받은 이번 임상은 1차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코로나19 확진 후 격리 해제된 사람에게 투여하는 시험이다. 임상을 통해 셀리드는 AdCLD-CoV19-1 OMI의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면역원성은 바이러스 감염성을 없애거나 낮추는 중화항체의 증가 비율을 뜻한다.
 
1차 백신 개발도 진행 중이다. 2020년부터 개발에 착수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기반 코로나19 백신 ‘AdCLD-CoV19-1’은 지난 5월 2b/3상에 진입했다.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에도 시장의 기대감이 썩 좋지는 않다. 변이바이러스 대응이나 부스터샷 전용 백신으로 방향을 수정하더라도 엔데믹 환경에서는 후발주자의 시장성을 보장받기 어려워진 탓이다. 이미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의 ‘스카이코비원멀티주’가 모든 임상을 마치고 허가 절차에 들어갔으며, HK이노엔(195940)제넥신(095700) 등 다른 국내 백신 개발사들은 연구개발(R&D) 비용 부담과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시장성 등을 이유로 중도 포기를 선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미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백신이 시장에 안착했고,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도 상당이 높아졌다”라며 “단순히 백신의 필요성이 적어졌다는 것이 아니라, 시장 내에서의 기대감이 감염병 유행 초기와 비교하면 현저히 떨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시장성에 대한 회의론이 짙어지고 있는 것은 셀리드의 백신 개발을 위한 추가 자금확보의 어려움으로 직결된다. 올해 1분기 기준 셀리드가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은 237억원으로 2가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이어가기엔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백신은 가장 많은 비용이 필요한 임상3상만 놓고 봤도 최소 1000억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셀리드의 경우 지난 2019년 증시에 입성한 이후 상장 4년 차에 접어들도록 자체적인 매출을 통한 현금창출이 거의 되고 있지 않다. 상장 당시 지난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던 제품매출은 아직 시작되지 못했으며, 같은 해 기술이전(L/O)을 통한 수익도 예상수익(130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9억원에 불과했다.
 
영업현금흐름도 2019년 –19억원, 2020년 -38억원, 2021년 –82억원, 2022년 1분기 –42억원으로 악화됐다. 현금흐름 악화의 주요인은 기술이전·제품매출 부진에서 기인한 순손실이다. 셀리드의 당기순손실은 2019년 25억원에서 2021년 131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순손실로 인해 누적된 결손금(243억원) 영향으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불확실성도 지속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이유로 현금성자산도 좀처럼 쌓이질 못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2019년 상장에 따라 현금성자산 규모는 265억원이었지만, R&D 비용 지출로 2021년 201억원, 올해 1분기 237억원 수준이다.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와도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이 불안한 상황이 유지되다 보니, 각종 비용 지출을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다.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잉여현금흐름(FCF)은 1분기 -42억원이다. 현금성자산이 총차입금을 웃돌고 있어 아직까지 마이너스 순차입금 기조를 이어오고 있지만, 순현금 또한 상장 당시 264억원에서 77억원까지 70%가량 쪼그라든 상태다.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자금유출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셀리드는 2020년 3월 운영자금과 시설자금 확보를 위해 19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발행 당시 3만6872원이었으나, 지속된 주가 하락으로 리픽싱 한도인 2만5811원까지 떨어졌다. 전환청구 기간은 올해 3월 시작됐으며,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기간은 오는 2023년 3월19일부터 시작된다.
 
셀리드는 당장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현금이 부족하지 않아 향후 필요분에 관해선 시간을 갖고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필요한 자금이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아직 보유 중인 현금이 부족하지 않고 국책과제 등으로 지원금을 받아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오미크론 대응 백신과 1차 백신 개발이 3상에 진입할 때쯤 소요되는 CAPEX(자본적 지출)를 고려해 추가 자금확보 필요성이 제기되면, 그에 맞춰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