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홀로 떨어진 신용도에…부과되는 조달비용 '페널티'
계열 지원 가능성 미반영…불리한 자금조달 여건
공개 2022-08-12 06:00:00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현대카드가 경쟁사들과 사뭇 다르게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기존 등급으로 회복이 요원할 뿐 아니라 하향 압력도 큰 것으로 나타고 있어 우려감을 키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리상승기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현대카드는 뜻밖의 페널티를 감수하는 모양새다.
 
9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034950) 등 국내 신용평가사 세 곳은 현대카드에 대한 신용등급으로 ‘AA(안정적)’를 제시하고 있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029780), KB국민카드 등 업권 상위권 카드사들이 ‘AA+(안정적)’로 평가받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현대카드 본사 (사진=현대카드)
 
현대카드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낮게 부여되는 이유는 유사시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이 반영되지 않는 탓이다. 신한카드(신한지주(055550))나 삼성카드(삼성생명(032830)), KB국민카드(KB금융(105560)) 모두 최대주주 계열의 지원 가능성으로 자체신용도 대비 한 단계 높게 평가되고 있다.
 
반면 현대카드는 모회사인 현대차(005380)가 과거 대비 저하된 수익성을 이유로 지난 2019년 11월 신용등급이 A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한 단계 내려가면서 해당 효과가 사라지게 됐다. 당시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부진한 점, 특히 중국 실적이 악화된 점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현대카드 신용도와 차이가 줄어 지원 능력이 떨어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자체신용도에서 계열 지원을 더해주는 방식인데 현대카드는 현대차와 차이가 크지 않다고 봐서 반영되지 않고 있다”라면서 “반면 다른 상위사들은 계열 지원해 주는 곳들 신용등급이 AAA로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이 상승해 지배력이 강화되거나 수익성과 자본적정성이 개선되는 경우 신용등급 상향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회사 자체적으로 신용등급을 올리기는 사실상 불가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는 현재 순이익 규모나 ROA(총자산순이익률), 레버리지배율(총자산/자기자본)이 경쟁사 대비 한 단계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1분기 순이익 규모(K-IFRS 별도 기준)는 △신한카드 1695억원 △삼성카드 1607억원 △KB국민카드 1236억원 △현대카드 768억원 등으로 확인된다.
 
같은 기간 ROA는 현대카드가 1.4%로 가장 낮은 반면, 레버리지배율은 6.1로 가장 높은 상황이다. 실제 신용평가사들은 범주별 평가에서 현대카드가 신한카드나 삼성카드에 비해 자본적정성 부문이 한 단계 떨어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KB국민카드와 비교해서는 신용평가사에 따라 같은 수준이거나 한 단계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현대카드의 신용등급 변동 가능성은 상향보다는 오히려 하향 압박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는 신용등급 보고서에서 “회사에 대해 최근 2년간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 추이와 규제 변화, 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성 저하 전망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에 상·하향 변동요인을 충족할 가능성이 낮다”라면서도 “자본완충력배율이 5배 아래로 떨어질 경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현대카드의 자본완충력배율은 2019년 5.8배에서 2020년 5.5배, 2021년 5.2배까지 내려간 상태다.
 
자체적 변동이 어려운 만큼 계열인 현대차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 역시 전망이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IB토마토>에 “현대차 최근의 실적 추이는 좋다. 2018~2019년 저점 이후 코로나가 진정되면서 2020년 하반기 이후로는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면서도 “과거 AAA 수준으로 가기 위해서는 회사 자체 실적뿐만 아니라 산업 환경도 고려해야 하는데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으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IB토마토>에 “현대차 신용등급은 아직 AA+(안정적)이기 때문에 올라가려면 일단 전망이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바뀌고 그다음에야 AAA로 이동할 수 있다”라면서 “단시간 안에 바뀔 가능성은 없다”라고 말했다.
 
현대카드 신용등급이 낮게 평가되는 점은 무보증사채(회사채)에 반영되는데, 특히 최근과 같이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조달비용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경쟁사 대비 일종의 페널티로 작용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신용등급에 따라서 반영되기 때문에 낮은 상태에서는 금리가 높게 책정되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카드 자금조달에서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67.6% 수준이다. 민간채권평가회사가 제공하는 현대카드 1년 만기 회사채 이자율은 지난 5일 기준 4.069%로 확인된다. 금리상승 여파로 조달비용에 대한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의 이자비용은 지난해 27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78억원)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는 736억원으로 14.1%(91억원) 늘었다.
 
이와 관련 <IB토마토>는 현대카드에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회사는 전날 투자설명서 공시를 통해 “대내외 자금시장이 경색되거나 자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조달비용이 상승해 수익성이 악화된다”라면서 “자금조달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게 돼 현금 유동성이 악화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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