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테믹스, 사채권자도 '눈물의 손절'…지속되는 불확실성
CB·BW 풋옵션 행사에 11일 만에 84억8000만원 상환
6개 파이프라인 수년째 비임상 단계…불확실성 높아
공개 2022-08-11 08:3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줄기세포·엑소좀 연구개발 전문기업 프로스테믹스(203690)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사채권자들이 잇따라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로 원금 회수에 나서면서다. 해당 사채들은 제로(0) 금리로 발행된 데다가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이 여러 차례 이뤄졌던 만큼 사채권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눈물의 손절이라도 쳐서 리스크 관리를 하려는 모습이다. 지난 2015년 스팩 합병 방식으로 상장한 프로스테믹스는 엑소좀 관련 연구개발 투자 영향으로 적자경영을 이어왔으며, 파이프라인이 모두 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어 불확실성 우려가 지속 중이다.
 
프로스테믹스의 'AAPEV2.0'. (사진=프로스테믹스)
 
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프로스테믹스가 5년간 700억원대의 매출액을 낼 것이라는 목표를 놓고 시장에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프로스테믹스는 지난달 26일 지씨에스와 엑소좀 기반 고기능 화장품 공동 R&D·독점판매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향후 5년간 700억원 이상의 매출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325억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자 최근 5년간의 매출 총액을 웃도는 규모다.
 
해당 업무협약 소식에도 시장 기대감이 썩 높지는 않은 모습이다. 발표 이후 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에 대한 사채권자의 풋옵션이 두 차례 행사됐다. 지난달 29일 CB 물량 10억원, 이달 4일 7억5000만원에 대한 상환이 이뤄졌다. 지난달 25일에는 동일한 CB 67억3000만원과 4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량(40억원)에 대한 풋옵션이 행사됐다. 프로스테믹스 입장에선 불과 10일 만에 84억8000만원의 자금 유출이 일어난 셈이다.
 
CB 발행 대상자는 한양증권(001750)삼성증권(016360),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NH투자증권(005940), 메리츠증권(008560), 수성자산운용, 에이스수성신기술투자조합 등 9곳이며, BW 발행 대상자는 중소기업은행과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006800), 신한금융투자 등 4곳으로 모두 재무적 투자자(FI)다.
 
이들 사채 모두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0%로, 사실상 CB와 BW 투자자들은 주식 전환을 통한 차익 실현을 위해 투자한 것이다. 두 사채 모두 발행(2020년 8월) 이후 지속된 주가 하락으로 리픽싱이 반복됐던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은 실질적인 손실을 감내하며 원금 회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CB와 BW의 전환가액(행사가액)은 최초 3910원에서 2737원으로 떨어졌다.
  
2015년 스팩 합병 방식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프로스테믹스는 AAPE라는 ‘지방줄기세포 유래 단백질 추출물’을 활용한 기능성 화장품 제조사업을 영위하는 바이오기업이다. 병원과 에스테틱, 소비자를 대상으로 AAPE를 직접 판매하거나, OEM 방식으로 화장품 완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엑소좀을 이용한 염증성 장질환(IBD) 치료제와 장 건강기능식품·항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기도 하다.
 
문제는 주력 사업인 AAPE 화장품 사업수익으로 파이프라인 개발 비용과 판매관리비 등에 대한 대응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사는 별도재무제표 기준 2017년 –42억원, 2018년 –47억원, 2019년 –20억원 등 3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적자행진을 보였던 프로스테믹스는 2020년 10월 화장품 관련 업체인 OTKCNT를 17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생활건강사업부로 재편된 OTKCNT에서 96억원의 매출액이 재무제표로 반영되며 회사는 간신히 적자를 모면할 수 있었다. 생활건강 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전체 매출액(325억원) 가운데 73.5%에 해당하는 239억원을 기록했으나, 판매관리비 증가 탓에 또 다시 49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 적자로 전환했다.
 
바이오기업이 사업 영역을 확대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것은 재무상태를 개선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제시된다. 실제로 코스닥에 상장한 바이오기업 다수는 화장품과 의약품 도매·유통, 의료소모품 판매업 등의 사업을 별도로 영위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 지난해 파이프라인 기술이전(L/O)을 통해 3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린 곳은 제넥신과 레고켐바이오, 알테오젠 등 3곳뿐이다.
 
프로스테믹스는 정작 본업에서 부진한 실적을 거두고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Stem Cell Pharma SA de CV과 12억원 규모의 엑소좀 줄기세포배양액 앰플 등 공급계약이 해지됐다. 회사 측은 "원자재 가격 인상과 수급의 어려움으로 제조 일정의 차질, 공급불균형 등의 상황으로 인해 상호합의 하에 해지"라고 설명했다.
 
파이프라인도 아직 개발 초기인 만큼 불확실성이 강하다. 회사가 보유 중인 파이프라인은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PSI-401', 염증성 피부질환 치료제 'PSI-101', 탈모 치료제 'PSI-502' 등 6개로 모두 본임상에 진입하지 못했다. PSI-401만 유일하게 올해 초 임상1상 시험계획(IND)을 신청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신약개발 자체가 워낙 긴 시간과 비용 투자가 요구되기 때문에 상장 유지, 재무 개선 차원에서 매출구조를 다각화하는 건 흔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기술이전이라는 바이오기업만의 잭팟이 터지지 않는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프로스테믹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PSI-401의 경우 올해 2월에 IND를 신청한 이후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흑자전환과 같은 재무적인 부분은 지씨에스와의 업무협약 등 이벤트가 최근에 있었던 만큼, 조금 더 기다려야 윤곽이 잡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