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OCIO 시장…NH투자증권, 경쟁 속 존재감 과시
기존 자산운용사에 증권사까지···OCIO 시장 경쟁 격화
NH투자증권 위탁운용사 자리 연이어 따내
공개 2022-08-11 06:00:00
[IB토마토 은주성 기자] NH투자증권(005940)이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명가' 자리를 노리고 있다. OCIO사업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으면서 국내 대형증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NH투자증권은 연이어 위탁운용사 자리를 따내며 다른 증권사들보다 한발 앞서가는 모습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NH투자증권과 삼성자산운용은 강원랜드(035250)의 OCIO 주간운용사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세부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협의가 마무리되면 NH투자증권과 삼성자산운용은 1조5000억원 규모의 강원랜드 여유자금을 나눠 4년간 운용하게 된다.
 
(사진=NH투자증권)
 
이번 강원랜드의 금융자산 주간운용사 선정 입찰에는 증권사 8곳과 운용사 7곳이 참여했다. 증권사 부문에서는 미래에셋증권(006800),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대부분 참여해 경쟁을 벌였다.
 
강원랜드 주간운용사 자리를 놓고 초기부터 NH투자증권이 유력 후보로 꼽혔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경쟁사들은 최저 수준의 보수율을 제시하는 등 강한 의욕을 내보였다. 하지만 결국 NH투자증권이 최종 승자가 되면서 OCIO 역량의 우위을 다시금 인정받게 됐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올해 4월 주택도시기금의 주간운용사로 재선정되는 데 성공했다. 5월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동모금재원의 주간운용사 자리를 차지하면서 트랙레코드를 착실히 늘려가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운용자금 규모가 2300억원 정도로 크지 않았지만 증권사 5곳과 운용사 2곳이 나선 데다 증권사·운용사 리그 구분없이 경쟁이 이뤄져 주목을 받았다. NH투자증권은 종합평점 93.9점을 받아 OCIO 강자로 꼽히는 삼성자산운용(93.7점)을 0.2점 차이로 제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운용사로 선정되는 의미있는 성과도 거뒀다.
 
NH투자증권은 증권사 가운데 대형기금 운용경험이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 한국투자증권을 밀어내고 주택도시기금 주간운용사로 선정되면서 공적기금 운용을 시작했고 올해 4월 주간운용사로 재선정돼 2026년까지 운용을 지속하게 됐다. 주택도시기금 가운데 NH투자증권이 20조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3조원 수준을 각각 운용하고 있다. 2020년에는 1조3000억원 규모의 내일채움공제사업 성과보상기금 운용도 맡았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준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운용을 맡은 뒤 주택도시기금 연간수익률은 2019년 6.06%, 2020년 5.05%, 2021년 3.29%를 기록했다. 2019년 수익률은 BM(기준수익률)보다 1bp(1bp=0.01%포인트) 밑돌았지만 2020년과 2021년 수익률은 BM보다 각각 22bp, 71bp 높았다. 코로나19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안정적 수익을 낸 것이다.
 
풍부한 인력도 NH투자증권의 강점으로 꼽힌다. NH투자증권은 주택도시기금을 유치한 2018년부터 업계 최초로 사내 OCIO스쿨을 운영하면서 인력양성에 힘써왔다. 2021년까지 140여 명의 OCIO 전문인력을 배출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조직개편에서 OCIO사업부를 신설하고 OCIO 관련 조직들을 산하로 편제했다. 이후 OCIO운용본부를 OCIO솔루션본부로 이동해 운용부터 마케팅, 영업까지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말에는 권순호 전무에게 OCIO사업부 대표를 맡기면서 사업역량 강화를 꾀했다. 권 대표는 주택도시기금을 유치하기 위한 TF를 꾸렸고 사내 OCIO스쿨을 설계하는 등 NH투자증권의 OCIO사업 전반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OCIO사업은 수익률 설정, 투자 집행, 리스크 관리 등의 업무를 포괄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사업자의 대규모 자금 운용경험이나 관련 인력풀 보유 등의 중요성이 크다. 또 대규모 공적기금 운용을 맡게 되면 대외적 위상과 신뢰도 등의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국내 OCIO 시장 규모는 100조원대로 추산된다. 주택도시기금(45조원), 연기금투자풀(35조원), 산재보험기금(22조원), 고용보험기금(5조원) 등 공적기금이 대부분이다. 삼성자산운용이 공적연기금투자풀과 산배보험기금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주택도시기금과 공적연기금투자풀을 운용하면서 공적기금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증권사 중에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주택도시기금과 고용보험기금 운용하고 있다. 
 
 
다만 OCIO사업은 경쟁이 치열한 만큼 보수율이 박하다. 2021년 기준 주택도시기금의 추정보수율은 0.048% 수준에 그친다. 이에 위탁운용사인 NH투자증권은 100억원 안팎의 연간 보수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NH투자증권의 2021년 순수수료수익(1조2830억원)과 비교해 비중이 매우 작다. 다른 공적기금의 보수율도 크게 다르지 않다.
 
OCIO사업은 자금을 운용하는 특성상 자산운용사들이 주로 담당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연이어 OCIO사업부 및 OCIO팀을 신설하면서 사업확대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운용위원회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퇴직연금제도 개편에 따라 전문적 퇴직연금 운용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OCIO시장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낮은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트랙레코드를 쌓기 위한 OCIO 주간운용사 선정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내년 7월에는 한국투자증권이 맡고 있는 고용보험기금 주간운용사 재선정이 이뤄지게 된다. 고용보험기금은 경기침체와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유지비용 및 실업급여 등의 지출 확대로 운용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예전보다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증권사가 대형 공적기금을 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만큼 고용보험기금 운용사 자리에 관심을 보이는 증권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증권사는 리서치 역량이나 리스크관리본부 등의 지원조직 규모 측면에서 자산운용사보다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국내외 여러 운용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우수한 딜을 발굴해 OCIO 수익률을 높이고 육성이나 영입 등을 통해 OCIO 인력도 보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