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 실적 좋은데 현금흐름 '마이너스'…왜?
올 1분기 영업익 104% 급증…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적자 전환
매출채권·재고자산 증가로 향후 실적 개선 전망
"미수금·매출채권, 업계 특성상 7일 내 회수"
공개 2022-08-11 08:30:00
[IB토마토 김주리 기자] 국내 1위 경매 업체인 서울옥션(063170)이 실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큰 폭의 유출이 발생해 의아함을 자아낸다. 실제 서울옥션의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 금액 적자 폭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경매회사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마이너스 현금흐름이 오히려 매출 증가의 청신호가 되는 셈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옥션은 지난 1분기 매출 216억원, 영업이익 6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9%, 104.8% 증가한 수치로, 서울옥션은 지난해에도 연간 영업이익 194억원을 기록하면서 흑자전환한 바 있다. 
 
서울옥션 본사 전시회(사진=연합뉴스)
 
분기보고서에서 특히 눈에 띄는 지표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17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손익계산서에 있는 '영업이익'과는 다른 개념으로, 영업이익은 감가상각비 등 회계로만 존재하는 비용까지 반영된 이익을 나타내는 반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현금 자체에 주목한 이익이다. 즉, 실제 들어오고 나간 현금 전부를 계산한 수치에 해당한다.
 
특히 영업활동현금흐름 중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 및 부채의 변동' 계정이 눈에 띄는데, 이는 운전자본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영업사이클은 '재고구매에서 구매 비용 지급, 이후 재고판매 및 판매 대금 회수' 순서로 이어진다. 즉, 재고를 구매하고 판매 대금을 회수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등을 '운전자본'이라고 부른다. 운전자본은 '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의 방식으로 계산된다.
 
 
 
먼저 지난 1분기 서울옥션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 및 부채의 변동은 마이너스 23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마이너스 37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는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크게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분기 매출채권은 마이너스 6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약 4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9억원가량 줄었던 재고자산도 올해 1분기 만에 87억원 늘었고, 선수금 또한 마이너스 3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크게 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은 향후 실적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옥션은 미술품 소장자로부터 미술품을 위탁받아 경매를 진행, 이어 구매자로부터 낙찰가액에 일정 수수료율을 곱한 금액을 수취하는데, 이 같은 사업구조에서 매출채권은 일종의 '외상'이 되는 셈이다. 낙찰가액을 바로 지급받는 게 아닌, 위탁받은 미술품을 구매자에게 넘겨주는 과정이 회계상으로는 외상에 속하게 된다.
 
이런 경매업체의 현금흐름 구조를 생각했을 때, 대규모 경매가 예정돼 있을 경우 미수금과 매출채권이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통상적으로 경매 규모가 클수록 매출채권 등의 규모는 함께 증가하게 된다.
 
재고자산 또한 마찬가지다. '판매를 목적으로 소유 또는 생산과정에 있는' 재고자산은 미술품 사업에 있어 개별판매 등의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동 판매대금 전액은 상품 매출로 인식된다. 서울옥션의 경우 1분기 미술품 판매 매출은 13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6.2% 증가했다. 매출액과 이익 증가율이 높은 서울옥션에 있어서는 판매 확대를 위한 포석으로 보이는 이유다.
 
코로나19 이후 서울옥션의 실제 매출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 미술 경매 시장이 MZ세대의 유입, 온라인 경매 활성화의 영향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서울옥션의 마이너스 현금흐름은 역으로 ‘청신호’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지난해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는 약 21조원으로 2020년 대비 63% 급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오프라인 경매시장의 활성화가 더뎌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전국의 확진자는 최근 연일 10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해 특히 오프라인 경매시장이 다시금 수축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옥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오프라인 경매가 서울옥션의 메인경매인 것은 사실이다”라며 “다만 최근 온라인을 통해 MZ세대를 포함한 고객 유입이 늘어나면서 사업은 오히려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오프라인 경매라고 하더라도 온라인, 혹은 유선상이나 서면으로 응찰을 받기 때문에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해 경매시장이 침체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채권의 증가에 대해서는 “경매사업의 특성상 경매횟수가 많아지고 대규모의 경매가 있을 경우 매출채권과 미수금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라며 “경매 약관에 따라, 일반적으로 낙찰일로부터 7일 이내 모든 금액이 입금돼야 하기 때문에 미수금 및 매출채권 등은 해당 기간 내에 회수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옥션은 2021년 이전 1년에 4~6회 오프라인 경매를 진행했지만, 2022년부터는 매달 오프라인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오프라인에 기획경매를 포함한 메이저 경매도 있고, 가장 역사가 깊으며 또 그만큼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는데 지난해를 포함해 매출액도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옥션은 미술품 등을 경매를 통해 위탁, 판매하는 회사로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 점유율은 2022년 1분기 기준 56.9%로 업계 1위에 해당한다. 2021년 매출액 기준으로 상품매출, 경매매출과 중개매출의 비중은 각각 58.4%, 32.2%와 7.1%다.
 
김주리 기자 rainb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