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젠, 불어난 단기차입금…해외서 만년적자 탈출구 찾을까
7년째 영업적자…상장 당시 장밋빛 전망치 한참 밑돌아
동남아 중심으로 다국가 품목허가 절차 진행
공개 2022-08-05 08:3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바이오시밀러 개발업체 팬젠(222110)이 핵심 제품 ‘EPO(국내 제품명 팬포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상장 당시 전망과 달리 일정이 계속 늦어지며 자생력 확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팬젠은 만년 적자를 기록하며 결손금이 400억원대까지 불어난 상황에서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상당해 유동성에 우려감이 높아진 상태다. 팬젠이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EPO' 품목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등 매출처 확대에 나선 가운데 업계에서는 가파르게 상승한 재무 위험을 감안했을 때 EPO를 통한 수익성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팬젠의 GMP 시설. (사진=팬젠)
 
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팬젠의 빈혈치료제 EPO가 말레이시아에서 약 28%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EPO는 만성신부전 환자의 빈혈 치료에 쓰이는 적혈구 증식인자 바이오의약품으로, 암젠의 ‘에포젠(에포에틴 알파)’ 바이오시밀러다. 에포에틴 알파 성분의 빈혈치료제로는 세계에서 2번째 바이오시밀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EPO는 지난 2019년 1월 말레이시아 식약청으로부터 Erysaa라는 제품명으로 품목허가를 받아 같은 해 3월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했다. 말레이시아 제약사 듀오파마(Duopharma Sdn Berhad)와 판권계약을 체결하고 현지 판매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당초 팬젠은 EPO를 2016년 4분기부터 판매할 계획이었다. 먼저 국내 시장과 말레이시아에 출시하고, 2017년 태국과 싱가포르, 2018년 터키로 시장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상장 당시 회사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EPO의 매출액 추정치는 2016년 18억원, 2017년 202억원, 2018년 311억원이다. 이를 통해 2018년까지 전체 매출액 391억원, 영업이익 213억원, 당기순이익 173억원을 올린다는 것이 회사 측의 복안이었다.
 
 
그러나 EPO의 임상과 품목허가 일정이 잇따라 늦어지면서 매출은 계획대로 나타나지 않고, 연구개발(R&D) 비용만 발생했다. 회사는 상장 후에도 2년간 R&D 비용으로 약 58억원을 지출했으며, 2017년 9월에서야 EPO에 대한 임상3상을 겨우 마무리했다.
 
결과적으로 팬젠의 매출액은 지난해에도 79억원에 머물렀다. 출시가 약 2년 반 정도 지연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2018년 매출 추정치인 391억원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또한 각각 –33억원으로 적자 상태다.
 
문제는 연이어 적자를 내면서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이다. 2016년 상장 당시 137억원이었던 결손금은 올해 1분기 기준 3배 이상 늘어난 43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채총계는 21억원에서 224억원으로 10배가량 불어났으며, 이에 따라 부채비율도 5.9%에서 110.2%로 104.3%p 높아졌다. 187억원 규모의 총차입금은 모두 상환 부담이 큰 단기성차입금으로 구성돼 있다.
 
  
 
팬젠은 EPO의 판매 영역이 확대되고 해당 국가들로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면 재무지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회사는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규제기관 방문 실사를 완료했고, 내년 본격적인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태국에서도 GMP실사 및 문서검토 과정을 마무리, 품목허가를 기다리고 있으며, 필리핀의 경우 듀오파마를 통해 허가 등록을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베트남, 싱가폴, 브루나이, 미얀마 등에서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또 지난해 6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던 터키 VEM사는 GMP인증과 당사 원액을 사용한 완제 공정 밸리데이션을 완료했다. 현재는 안정성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말에 허가를 신청하면 내년부터는 EPO 원액 수출이 개시된 다는 것이 회사 측의 예상이다.
 
이와 관련 팬젠 관계자는 <IB토마토>에 "EPO 판매가 말레이시아 한 곳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고, 필리핀, 사우디 등 다양한 국가로 확대될 예정"이라며 "그에 맞춰 매출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흑자전환 여부에 대해선 "(허가 준비 중인 국가에) 판매되고 있진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 흑자전환 시일을 예상하긴 어렵다"라며 "올해도 잘 팔리면 흑자가 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