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바이오메드, 리픽싱 한도 아래로 추락…투자자 손실 가능성
120억원 규모 풋옵션 물량 10월부터 행사 가능
BW 인수한 노앤파트너스, 협력 관계 지속 여부 관심
한스바이오메드 "풋옵션 행사해도 대응 가능"
공개 2022-08-01 08:3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한스바이오메드(042520) 주가가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한도 밑으로 내려앉으며 BW를 인수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노앤파트너스의 손실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 증시가 약세장에 접어든 가운데 제약·바이오 투자심리가 위축된 여파다. 표면이자와 만기이자가 모두 제로 금리인 만큼 풋옵션을 행사해도 원금만 회수하는 조건이라는 점에서 노앤파트너스 입장에서는 주식 전환을 통한 차익 실현이 필요한 구조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회복되지 못할 경우 투자자인 노앤파트너스의 전환권은 무용지물이 될 뿐 아니라 한스바이오메드의 비용 부담도 커지는 셈이다.
 
한스바이오메드 대전 R&D센터 전경. (사진=한스바이오메드)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스바이오메드의 제1회차 BW의 행사가액(150억원 규모)이 기존 1만1570원에서 1만636원으로 조정됐다. 이는 지난 1월과 4월에 이어 세 번째 하향조정된 것으로 한스바이오메드가 BW를 발행할 당시 설정한 리픽싱 한도(최초 전환가액의 70% 이상)까지 떨어진 것이다. 두 차례의 리픽싱 결과 BW 전환권 행사를 통해 발행될 신주수도 98만7296주에서 141만304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 들어 전세계 인플레이션 우려 증가와 국내외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등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대표 성장주로 꼽히는 제약·바이오 투자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었다. 지난 상반기 KRX 바이오 K-뉴딜지수(시가총액 기준 바이오 대표기업 10종목으로 만든 지수)는 24.5% 하락했다.
 
여기에 오스템임플란트(048260) 직원 횡령 사건, 메드팩토(235980)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임상 변경 부결, 신라젠(215600)에 대한 기업심사위원회의 상장폐지 결정 등 부정적인 이슈가 잇따라 겹치면서 제약·바이오업계의 연쇄 피해가 본격화됐다. 한스바이오메드의 주가도 BW 발행 당시 1만4400원(2021년 10월26일 종가 기준)이었으나, 지난달 23일 종가기준 9430원까지 35% 이상 추락한 후 반등하며 1만원대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다.
 
한스바이오메드의 BW 행사가액이 리픽싱 한도 밑으로 떨어지면서 BW 투자자인 노앤파트너스의 손실 가능성도 커졌다. 앞서 한스바이오메드는 지난해 10월26일 150억원 규모의 제2회차 사모 BW를 발행했다. 발행 대상자는 ‘엔피성장제10호사모투자 합자회사’로 노앤파트너스가 업무집행사원(GP)으로 운용하는 펀드다. 표면이자와 만기이자는 모두 0%로, 사실상 노앤파트너스는 주식 전환을 통한 차익 실현을 겨냥한 셈이다.
 
한스바이오메드 입장에선 노앤파트너스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로 인한 자금 유출 가능성이 불안요소로 떠오른다. 매도청구권(콜옵션) 행사 가능 물량 30억원을 제외한 풋옵션 물량은 120억원이다. 해당 BW의 전환권·풋옵션 행사는 오는 10월26일부터 2024년 10월21일까지 가능하다.
 
한스바이오메드가 BW를 발행한 데는 재무활동을 통한 유동성 확보 측면이 강했다. 회사는 2020년 11월 미허가 원료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적발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회사의 대표 품목인 ‘벨라젤’에 대한 회수·판매정지 명령을 받았다. 2020년 사업보고서(9월 결산 법인)을 살펴보면 벨라젤을 포함한 실리콘 소재 매출액은 282억원으로 전체 대비 40%에 육박한다.
 
식약처의 벨라젤 판매정지 조치는 한스바이오메드의 외형 축소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제품회수비용과 재고폐기비용 보상안 지급예정에 따른 보상비용 등 158억원이 2020년 손익으로 반영되며 적자로 전환됐다. 지난해에는 실리콘 부문 매출이 252억원 감소한 탓에 영업손실 규모가 191억원으로 확대됐다. 이후 의료기기 사업부문 매출 증가와 매출원가·판매관리비 절감 등으로 2022 회계연도 상반기(2021년 10월1일~2022년 3월31일)에는 8억원의 흑자를 나타냈지만, 아직 벨라젤 공백을 메꿨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력이 약화되면서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다. 2020년 9월까지 80억원이었던 회사의 단기성차입금은 올해 3월 585억원으로 늘었으며, 이에 따라 순차입금 규모도 364억원으로 1년 반 만에 두 배가량 불어났다. 외부자금 조달 필요성을 파악할 때 쓰이는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앤파트너스가 한스바이오메드에 투자를 단행한 이유는 향후 회사의 사업 확장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노앤파트너스가 한스바이오메드의 BW를 인수할 당시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상 장기적 관점에서의 사업협력을 약속한 셈이다.
 
한스바이오메드는 중국 인체조직이식재 시장 진출을 통해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위고그룹과 합작법인(JV) ‘레보스 바이오테크놀로지 유한공사’를 설립했으며, 현지 신공장 증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설립일 기준 레보스의 자본 규모는 437억원으로, 오는 2025년 현지 상장을 계획 중이다.
 
이에 따라 업계도 노앤파트너스가 당장 풋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노앤파트너스의 기업 누적 투자금액(AUM)이 6000억원에 이르는 만큼 단기간 투자보단 지속적 협력 관계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관련 한스바이오메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노앤파트너스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에 투자한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노앤파트너스는 원래부터 중국 쪽 투자를 활발히 하는 곳이었고, 이번 중국 현지법인 레보스 설립도 노앤파트너스가 다리를 놓아준 영향이 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설령 풋옵션을 행사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회기 기준 현금성자산, 금융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