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켐바이오, '부실 자회사' 흡수합병…IPO 재노크 신호인가
무증자 방식으로 100% 자회사 씨코헬스케어 흡수
씨코헬스케어, 완전자본잠식에 유동비율 16.9%
지오영에 안기며 흑자전환 성공…IPO 플랜 기대
공개 2022-07-27 06:0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지오영의 방사성의약품 부문 계열사 ‘듀켐바이오’가 자회사 ‘씨코헬스케어’ 흡수합병을 마무리했다. 표면적으로는 기업 결합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금 운용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함이지만, 정확하게는 향후 기업공개(IPO) 일정에서 애물단지가 될 자회사를 정리한 양상이다. 재무구조가 부실한 자회사로 인한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가능성을 미리 차단한 것이다.
 
듀켐바이오 연구실. (사진=듀켐바이오)
 
코넥스 상장사 듀켐바이오는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씨코헬스케어 흡수합병을 마무리했다. 합병은 1:0 비율의 무증자합병방식으로 이뤄졌으며, 듀켐바이오는 존속회사로 남고 씨코헬스케어는 소멸됐다. 무증자합병이란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주식 전량을 인수한 후 합병기업의 주식을 소각, 주당 가치 희석을 막는 방법이다. 합병에 따라 듀켐바이오의 자본금이나 발행주 수가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번 자회사 흡수합병으로 듀켐바이오가 다시 IPO에 도전할 개연성도 커졌다. 듀켐바이오는 지난 2020년 1월 IPO 과정에서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자진 철회한 바 있다. 2019년 12월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에서도 두 곳의 기관으로부터 각각 A등급을 받아 통과됐음에도 철회를 결정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라 제약·바이오업계가 침체기에 접어든 탓에 일보 후퇴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듀켐바이오는 2019년에도 한차례 심사 연기를 거래소에 요청했었는데,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규 품목허가, 기술도입 등을 알리며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씨코헬스케어 흡수합병은 듀켐바이오가 상장 철회 이후 약 2년6개월이 지나 이뤄진 것으로 IPO 재타진 신호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합병 절차를 마무리함으로써 그간 부담요소였던 자회사 부실 리스크를 해소하고 IPO를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합병보고서를 살펴보면 씨코헬스케어는 현재 자본금 15억원에 자본총계 –19억원의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결손금은 자본금을 한참 상회하는 34억원까지 누적된 상황이며, 부채총계도 30억원에 이른다. 회사의 단기채무 상환능력을 의미하는 유동비율의 경우 16.9%밖에 되지 않는다. 유동비율은 1년 내 현금화 가능한 유동자산을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로 나눈 것으로 통상 100% 이하일 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해석한다.
 
 
  
흡수합병 과정도 순조롭게 진행된 모습이다. 합병비율이 1:0인 만큼 신주가 발행되지도 않고 지배구조 변화도 없기 때문이다. 주주들의 반발을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씨코헬스케어의 최대주주는 지분 100%를 보유한 듀켐바이오다. 듀켐바이오의 최대주주는 완제의약품 유통기업 지오영으로 지분 53.02%를 갖고 있다. 또 듀켐바이오 창업자인 김종우 대표도 10.6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실적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듀켐바이오는 기존에도 불안정한 수익성을 보여왔다. 수년간 매출액은 200억원대에 머물러있었으며, 판관비와 이자비용 등 각종 영업·금융비용 발생으로 30억원대의 영업손실 기조를 이어왔다. 연결기준 실적으로 100% 자회사인 씨코헬스케어의 실적이 모두 반영돼 있었기 때문에 합병 후에도 큰 실적 변화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미 듀켐바이오는 지난해부터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앞서 지난해 8월 듀켐바이오는 지오영을 최대주주로 맞이했다. 지오영 계열사 케어캠프의 방사성의약품 사업부를 듀켐바이오가 흡수한 뒤 거래대금 대신 합병 법인의 신주를 지오영에게 배정하는 방식이다. 해당 합병작업이 끝나고 지오영은 듀켐바이오의 지분 51.83%를 쥐게 되며 최대주주에 올랐고, 김종우 대표의 지분은 36.31%에서 11%로 낮아지면서 2대 주주가 됐다. 듀켐바이오 입장에선 회사의 주인 변화를 담보로 연 매출액 2조원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는 지오영을 새 물주로 받아들인 셈이다.
 
아울러 듀켐바이오는 케어캠프의 방사성의약품 사업부를 흡수함으로써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합병 후 결합기업에 대한 상대적 의결권, 의사결정기구의 구성내역 등을 고려해 회계상 취득자가 케어캠프 방사성의약품 사업부로 처리된 영향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지난해 8월31일~12월31일까지의 연결재무제표 상 110억원이 매출액으로 잡혔으며, 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또한 14억원으로 흑자로 바뀌었다.
 
듀켐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씨코헬스케어 흡수합병은) IPO를 준비함에 있어 재무적인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것은 맞다"라며 "자회사가 씨코헬스케어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정리가 완료되기 까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IPO 일정에 관해선 "이르면 내년쯤 IPO를 진행할 수 있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번 IPO는 철저한 준비 후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