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멥신, 임상 중단에 경영권 리스크까지…유진산 대표 리더십 시험대
4월 발행한 BW 행사가액 리픽싱 한도까지 하향
신주 비율 5.98%→8.54%…최대주주 지분 희석 불가피
공개 2022-07-25 08:3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코스닥 시장 상장 5년차에 접어든 파멥신(208340)이 올해 들어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재발성 교모세포종 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이 중단됐으며, 올 4월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행사가액은 리픽싱 한도까지 내려갔다. BW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과 함께 최대주주의 지분 희석이 불가피해지며 경영권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파멥신 본사. (사진=파멥신)
 
20일 업계에 따르면 파멥신의 제2회차 BW의 행사가액(100억원 규모)은 기존 6515원에서 4561원으로 하향조정됐다. 지난 4월 파멥신이 BW를 발행할 당시 설정한 리픽싱 한도(최초 행사가액의 70% 이상)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는 지난 3년간 진행해왔던 재발성 교모세포종 신약후보물질 ‘TTAC-0001(올린베시맙)’의 호주·미국 임상2상이 조기 종료된 여파다. 해당 임상은 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표적항암제 ‘아바스틴(베바시주맙)’을 투여받은 뒤에도 진행성 재발성 교모세포종이 발병한 환자를 대상으로 TTAC-0001의 효능을 확인하는 시험이다. 2019년 8월과 9월 호주와 미국으로부터 2상을 각각 승인받아 진행해왔다.
 
‘경영 부담’으로 인해 임상을 중단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입장이다. 파멥신은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병원 폐쇄 등 임상을 계획대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됐다”라며 “임상 장기화는 예산·담당인력 추가 등 회사의 경영에 부담을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올린베시맙-키트루다 병용 임상 진행의 가속화를 위해 단독임상 조기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TTAC-0001은 아바스틴 투여 뒤 재발성 교모세포종 치료 임상 외에도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mTNBC)과 재발성 뇌종양(rGBM) 치료를 위한 키트루다와의 병용투여 임상2상, 1상을 각각 진행 중이다.
 
파멥신의 BW 행사가액이 리픽싱 한도까지 떨어지면서 BW 투자자들의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 등 각종 대내외적인 악재로 증시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임상 중단이라는 부정적인 이슈가 겹치며 BW 결정 당시 5600원(4월15일 종가)이었던 파멥신의 주가는 3935원(7월20일 종가)까지 30% 가까이 떨어졌다.
 
앞서 파멥신은 지난 4월15일 100억원 규모의 제2회차 BW를 발행했다. 삼성증권(10억원)과 미래에셋증권(12억원), KB증권(20억원), NH투자증권(30억원), 키움투자자산운용(20억원), 한양증권(5억원) 등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BW 발행에 참여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해당 BW는 표면 이자와 만기 이자가 모두 0%다. 따라서 이들 BW 투자자는 주식 전환을 통한 차익 실현에 투자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파멥신의 주가가 리픽싱 행사가액 이상으로 오르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은 손실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BW 투자자들의 권리행사 기간은 오는 2023년 4월15일부터 2026년 3월15일까지다.
 
신주의 전체 주식 차지 비율 2.56%p↑…BW 보통주 전환시 유진산 대표 지분율↓
 
리픽싱에 따라 최대주주의 지분희석이 불가피해지면서 그간 제기돼 왔던 적대적 M&A 등 경영권 리스크도 고개를 들었다. 리픽싱 이후 전환가능 주식수는 153만4919주에서 219만2501주로 늘었고, 이에 따라 신주가 전체 주식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5.98%에서 8.54%로 높아졌다. 리픽싱 전에도 유진산 파멥신 대표의 지분율(5.23%)보다 높았는데, 3%p 이상의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이번에 발행한 BW가 향후 전량 보통주로 전환되면 유 대표 지분율은 현재보다 더욱 떨어지게 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파멥신의 최대주주는 유진산 외 특수관계인 4인으로, 올해 상반기말 기준 회사 지분 7.76%(199만2474주)를 보유하고 있다.
 
 
 
파멥신은 BW에 매도청구권(콜옵션)을 부여해 최대주주 지분희석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두긴 했다. 그러나 해당 콜옵션은 BW 발행총액의 10%(10억원)까지 밖에 행사가 불가능하다.
 
특히 기술특례상장 5년차에 접어든 파멥신 입장에선 상장폐지 심사 면제 기간이 내년으로 끝나 섣불리 콜옵션을 행사하기도 어렵다. 콜옵션을 행사해서 BW 발행총액의 10%를 추가로 확보할 경우 전환권이 행사돼도 최대주주 지분희석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지 모르나, 그 어느 때보다 매출 시현이 시급한 상황인 만큼 BW를 통해 확보한 자금 활용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파멥신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지 않으려면 2년 연속으로 개별재무제표 기준 연매출 30억원 미만을 기록하면 안된다. 회사의 상장 이후 매출은 2018년 200만원, 2019년 0원, 2020년 6000만원, 2021년 6800만원으로, 내년 매출 30억원을 넘기지 못하면 관리종목에 지정 사유가 발생하며, 2024년까지 이어질 경우 상장폐지 심사를 받게 된다.
 
이와 관련 파멥신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개인들의 문제이기 때문에 법인이 관여하거나 코멘트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라며 "최대주주 측의 추가적인 우호지분 확보 등 대응방안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