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ENG, 해외사업 '파란불'…수주 확대에 원가율 하락까지
연간 목표치 절반 달성…3분기 수주 가능 현장 '다수'
'FEED to EPC' 전략 등…원자재 가격 상승 대응 유효
공개 2022-07-22 06:00:00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의 해외사업에 '파란불'이 켜졌다. 타사 대비 높은 해외수주액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리스크'에 대한 대응력도 갖췄다. 삼성엔지니어링의 'FEED to EPC' 전략, 원자재 장기공급계약, 모듈을 활용한 공기 단축 등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유안타증권)
 
2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수주 금액 23억7481만달러를 기록하며 삼성물산(24억2332만달러)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달성했다. 해외수주 실적에 국내 수주사업까지 포함하면 연간 수주 가이던스(8조원)의 약 50%를 채웠다.
 
특히 올해 3분기 말레이시아 쉘 OGP(7억달러), 베트남 PDH/PP(10억달러), 알제리 PDH/PP (15억달러), 태국 PTT GSG(5억달러) 등에서 수주를 노리고 있어 수주액이 더 늘어나 해외수주만으로 목표치를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1위에 올라 있는 삼성물산과 금액 차이가 크지 않아 언제라도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있으며, 3위의 현대엔지니어링(15억4374만달러)과는 수주액 차이를 많이 벌려놓은 상태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비교적 높은 해외수주액을 기록한 가운데, 최근 건설업계 악재로 부상한 '원자자 가격 리스크'에도 대응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먼저 삼성엔지니어링의 'FEED to EPC'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 'FEED to EPC'란 플랜트 전체의 틀을 정하고 설계와 견적의 기초를 설정하는 작업인 기본설계(FEED)부터 사업에 참여해, 발주처와 이미 쌓은 네트워크 등을 바탕으로 본사업인 설계·조달·시공(EPC)까지 수주하는 것을 말한다.
 
'FEED to EPC'로 사업을 수주하게 되면 기본설계에 참여했기 때문에 향후 투입될 원자재 규모의 파악이 용이하다. 이 때문에 원자재 발주를 비교적 빨리 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지금처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원가율을 낮출 수 있다.
 
그동안 FEED는 프로젝트 경험과 프로세스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요해 미국과 일본·유럽 등 해외 유수 건설사들이 도맡아 진행해 왔다. 특히 FEED는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수행 역량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국내 건설사 대부분은 EPC 입찰부터 참여하는 경향이 높았다. 그러나 삼성엔지니어링은 설계 역량을 갖춰 일찌감치 FEED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삼성엔지니어링은 장기 계약 등을 통해 원자재를 미리 확보하고 있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원자재를 비교적 낮은 가격에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삼성엔지니어링의 벤더와의 장기공급계약 등을 통해 충분히 마진 방어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모듈을 통해 공기를 단축하는 것도 원가율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모듈이란 플랜트에 들어갈 유닛을 사전 제작하는 것으로서, 현장에서는 다른 작업이 필요 없이 설치만 하면 된다.
 
모듈을 실은 배가 멕시코 현장으로 출발하는 모습. (사진=삼성엔지니어링)
 
지난해 11월 삼성엔지니어링은 멕시코 도스보카스 올메카 정유플랜트 공사를 위해 경남 고성에서 제작한 모듈을 현지로 옮기는 작업을 실시했다. 당시 수행한 화물은 냉각용 열교환기가 탑재된 파이프랙 모듈(PAR) 등 총 6개 모듈로 총 무게만 4800톤에 이른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도 모듈을 활용하고 있는 현장이 다수 있으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공기 단축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요인들로 인해 삼성엔지니어링의 원가율은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 2분기 삼성엔지니어링 원가율 전망치는 87.9%로 지난해(88.5%), 지난 1분기(88%)에 이어 하락하는 추세다.
 
원가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됨에 따라 향후 실적 전망도 밝아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의 올해 예상 실적은 매출 8조6034억원, 영업이익 6271억원으로 추정되며, 이는 지난해 대비 각각 14.9%, 24.6%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20년에는 매출 6조7492억원, 영업이익 3612억원을 기록해 3년 연속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올해 신규 수주액은 전년 대비 이미 50% 이상을 달성한 상황"이라며 "수주잔고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멕시코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등 대형 현장의 실적 기여가 확대되며 향후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