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캐피탈, 유증으로 위기 탈출…포트폴리오 다각화 '숙제'
DB손보 574억원 규모 유증…수익·건전성 개선 신용등급 상향
높은 부동산PF 대출 비중 '부담'…기업·투자금융 등 확대 추진
공개 2022-07-22 06:00:00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올해 초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충당금 추가 적립 지적을 받은 DB캐피탈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위기를 넘기며 성장 발판을 다지고 있다. 주요 지적사항이였던 부동산PF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이 비중을 줄이고 기업·투자금융 신규 취급을 늘려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설 계획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 DB캐피탈은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신용등급이 상향됐다.
 
신용등급이 상향된 것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적정성이 크게 개선된 점, 수익성과 자금조달 구조가 개선된 점, 우수한 자산건전성, 부실위험 증가에 대한 대응력이 양호한 점 등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사진=DB그룹)
 
DB캐피탈은 올 초 금융당국으로부터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라는 지적을 받은 이후 단기간에 위기를 벗어나 신용등급 상향에 성공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시점 기준인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DB캐피탈의 요주의이하자산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15.2%였다.
 
높은 부동산대출 비중으로 자산포트폴리오 리스크가 높다는 점이 주요 지적사항으로 꼽혔다. 한국기업평가(034950)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대출채권 중 부동산PF와 부동산담보대출 등을 포함한 부동산 관련 대출은 70.8%를 차지했다.
 
DB캐피탈의 모회사 DB손해보험(005830)이 지난 3월 57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DB손보는 DB캐피탈에 내준 360억원 규모의 한도약정대출만기를 오는 2024년 4월까지 2년 연장했다.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DB캐피탈은 성장 발판을 새로이 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DB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0.9% 큰 폭으로 증가했다. ROA(총자산순이익률)도 전년 동기 대비 1.7%p 성장한 3.8%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업계 평균인 2.3%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특히, 자산건전성 우려가 크게 줄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1개월 이상 연체율은 1.2%로 전분기 말과 비교해 0.7%p 개선됐다. 이는 같은 기간 업계 평균 1개월 연체율인 0.8%와 비교해 아직 위험한 수준이지만, 차이를 좁혔다.
 
같은 기간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전분기 말 대비 5.8%p 크게 개선된 2.4%를 기록했다. 이는 업계 평균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인 3.5%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요주의이하자산 대비 충당금 적립률도 업계 평균 수준으로 쌓았다. 1분기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은 150%로 전분기 말 대비 50%p 상승했다. 이는 업계 평균인 156%와 비슷한 수준이다.
 
DB캐피탈은 부동산 관련 담보 채권에 대해 담보권 실행을 통해 연체율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자본레버리지배율도 안정적인 모습이다. 올해 초 진행한 유상증자 영향으로 올해 3월 말 기준 DB캐피탈의 자본레버리지배율은 3.7배로, 업계 평균인 7.0배와 비교해 우수한 모습이다.
 
문제는 여전히 높은 부동산대출 비중이다. 한기평은 “부동산 관련 대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부동산 경기 민감도가 높은 수준”이라며 “최근 부동산 경기가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자산건전성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영업자산은 4954억원으로 전분기 말과 비교해 15.3% 증가했다. 영업자산 구성을 보면, 대출채권이 4772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출채권 중에서도 부동산PF 등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68.1%로 높은 수준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5일 여신전문금융사 CEO를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마친 뒤 부동산PF에 대한 전수 검사를 실시해 사업장별 리스크를 점검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리스크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DB캐피탈은 앞으로 전체 여신 중 부동산PF 대출 비중을 줄여 자산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신 인수금융, NPL(부실채권) 중심의 기업금융과 신기술투자 등 투자금융 중심으로 신규 취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DB캐피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해 상반기 이후 서울과 수도권 소재 사업장에 대해서만 부동산PF를 취급하며 비중을 점차 줄이려 하고, 캐피탈업계 업황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인 영업 확대보다는 현상 유지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또, 안정성과 건전성을 방어하기 위해 연체율 관리에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