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주년 기획: ‘경제빙하기’ 엄습)④고유가·고환율 더블쇼크…비상등 켜진 산업계
빠른 경기침체에 여전히 높은 물가…커진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경기침체 따른 실적 둔화와 고물가로 인한 비용 부담 이중고
공개 2022-07-21 06:00:00
'S' 공포가 우리 경제를 덮쳤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찾아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금리와 환율마저 치솟으면서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닥칠 위기가 엄습했다. 물가는 오르고 채용은 줄고 경제 불황이 깊어지면 소비자의 지갑이 닫히고 기업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터널을 벗어나 회복에 나서는 듯했던 우리 기업들의 성장세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IB토마토>는 창간 3주년을 맞아 경제빙하기 속 국내 기업들의 현주소와 전망을 담은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금융·산업계가 맞닥뜨린 상황과 위기를 타개할 해법 등을 5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지난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침공, 전쟁이 본격화됐다. 국제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원자재, 곡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시작했고 안전자산에 관심이 몰리면서 달러, 금 등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혼란에 빠지면서 코로나19 엔데믹을 기대하던 산업계는 또 다른 악재를 맞이했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각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등의 긴축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중이다.
 
특히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상당하다.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중심으로 세계가 불황일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호황일 때 수혜를 크게 받는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돼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과 경기침체에 따른 보호무역 강화로 수출이 어려워지게 된다면 당장 한국 기업은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
 
물가 잡기 위한 긴축정책…이미 형성된 고물가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사진=연합뉴스)
 
19일 런던 ICE선물 거래소에 따르면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의 18일(현지시각) 기준 유가는 배럴 당 106.27달러로 전일 대비 5.05% 상승했다. 지난달 초 123.58달러까지 올랐다가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로 지난 12일 100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긴축정책이 효과가 나타나는가했지만, 다시 100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가격이 오르던 천연가스는 6월30일 5.42달러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다시 오름세를 보이며 7.48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달 초 하락세를 보이던 구리, 납, 아연, 니켈, 주석, 알루미늄 합금 등 주요 원자재와 옥수수, 대두 등 곡물 가격도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유가 등 주요 원자재와 곡물 가격 상승 등은 대부분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원재료 비용 부담이 커졌고 이를 판가(판매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기업들은 수익성 개선에 발목이 잡혔다. 긴축정책에 따른 경기침체 전망으로 원자재·곡물 가격을 낮추려하고 있으나 이미 가격 자체가 높아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가격 형성의 불투명성이 여전해 계속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판가 결정 후 최소 1~2년 후에 원가가 투입되는 조선업과 유가 상승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석유화학, 판매 위축과 연결되기에 원자재 비용을 판가로 전이하기 힘든 의류, 시멘트와 부품 등 업종이 원자재 비용 부담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다만 원자재 가격이 비교적 판가에 빠르게 반영되는 철강이나 원재료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은 반도체, 유류비를 상당 부분 화주에게 전가할 수 있는 해운 등은 상대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라지는 엔데믹 기대감…경기침체 전망 우세
 
지난 15일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20원을 돌파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년간 전 세계를 괴롭혔던 코로나19가 엔데믹을 향해 가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지만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인상 등이 단행되면서 전 세계의 경제성장률이 급감할 것이란 비관론이 우세해졌다.
 
이달 들어서 코로나19 오미크론 BA.5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재유행에 대한 우려가 다시 생기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중국의 봉쇄조치로 인해 혼란을 겪었던 만큼 다시 세계적인 팬데믹이 발생한다면 경기는 긴축정책과 맞물려 최악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TV, IT기기의 수요 위축이 패널 가격하락으로 이어지는 디스플레이와 중국 경기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철강, 세계 경제성장률을 선반영해 수요가 정해지는 반도체, 소비심리가 중요한 소매유통업 등이 경기침체에 민감하다.
 
호텔업은 전염병 등의 영향력이 경기침체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비심리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 발생이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는 있다. 항공과 관광은 당연히 경기침체의 부정적 영향을 받지만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막혀 있던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경기침체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업종의 경우 경기침체보다는 오미크론 BA.5 변이가 얼마나 확산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하다.
 
세계경제에 수요와 실적이 연동되는 석유화학과 패션상품으로서 소비심리가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의류는 경기에 대한 민감도도 높은 업종이다.
 
높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산업 전반 악재로
 
 
 
각국 중앙은행이 경제성장 둔화보다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적극적인 긴축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미 물가는 상당히 높게 형성돼있는 만큼 당분간은 경기도 침체되고 물가는 여전히 높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유가 등 원자재와 곡물 가격 상승의 주원인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으며 공급망 경색 상황도 아직 지속되고 있다. 안전자산에 관심증자로 인한 달러강세는 수출 중심의 우리 기업에게는 타격이 될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 오미크론 BA.5 변이 확산이 추가적인 이동제한 등으로 이어질 경우 세계 경제는 다시 한 번 혼란이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는 자금조달 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거시경제 전망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회사채, 메자닌 등 시장도 기업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으며 투자심리 위축으로 인해 IPO(기업공개) 등 공모시장도 얼어붙었다.
 
신용평가사들은 앞 다퉈 올해 하반기 산업부문 신용등급의 상향동력이 약화돼 2021년과 2022년 상반기와 같은 신용등급 상향속도를 보이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악재를 맞이하게 된 셈”이라며 “비용부담 증가와 실적 둔화, 자금조달 차질 등 하반기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