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주년 기획: '경제빙하기' 엄습)②금융사, 불 붙은 자본확충 전쟁…조달비용도 한숨만
기준금리 인상·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자본 확충 ‘러시’
제2금융권 조달비용 부담 가중…채권금리 연일 상승
공개 2022-07-19 06:00:00
'S' 공포가 우리 경제를 덮쳤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찾아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금리와 환율마저 치솟으면서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닥칠 위기가 엄습했다. 물가는 오르고 채용은 줄고 경제 불황이 깊어지면 소비자의 지갑이 닫히고 기업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터널을 벗어나 회복에 나서는 듯했던 우리 기업들의 성장세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IB토마토>는 창간 3주년을 맞아 경제빙하기 속 국내 기업들의 현주소와 전망을 담은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금융·산업계가 맞닥뜨린 상황과 위기를 타개할 해법 등을 5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편집자 주)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미국에 이어 한국의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너무 빠르게 오르면서 올해 하반기 금융사들의 주요 과제로 ‘건전성 관리’가 주어졌다. 금융사들은 올해 초부터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서며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있다.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높아지며 채권금리도 크게 올라 제2금융권의 조달비용 부담에 대한 고민 또한 갈수록 깊어지는 모양새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3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1.75%에서 2.25%로 0.05%p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한 번에 0.50%p가 인상되고, 세 차례 연속(4·5·7월)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된 것도 처음이다.
 
금통위가 이처럼 빠르게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년 7개월 만(1998년 11월, 6.8%)에 최고 수준인 6.0%를 기록했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을 막기 위한 모습도 존재한다.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하는 이른바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바 있다.
 
한은은 연말까지 최소 2번 이상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3일 금통위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높아진 상황이라 연말 기준금리를 2.75~3.0%를 예측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했다. (사진=한국은행)
 
건전성 악화 우려 목소리에 선제적 관리
 
미국의 긴축 본격화와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에 자본 건전성 관리를 주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취임 후 업권별 CEO와 진행한 간담회에서 건전성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충당금 적립 등 자본 확충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올해 금융사들은 적극적으로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먼저, 주요 시중은행들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 채권발행 현황을 살펴보면, 14일 기준 △KB금융(105560) 1조6000억원 △신한지주(055550) 1조3400억원 △하나금융지주(086790) 1조2700억원 △우리금융지주(316140) 3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직 국내 시중은행의 건전성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금감원이 지난달 발표한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 원화대출 연체율은 0.23%로 전월 말 대비 0.02%p 소폭 상승했다. 1분기 말인 3월에 연체채권 관리를 강화함에 따라 0.22%까지 연체율이 하락했다가 4월 들어 소폭 증가하게 됐다.
 
 
 
금리 상승과 함께 건전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곳은 제2금융권이다. 보험사는 건전성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인 RBC(지급여력) 비율이 대폭 하락했다. 금감원이 집계한 지난 3월 말 기준 전체 국내 보험사 RBC비율은 전 분기 말 대비 36.8%p 하락한 209.4%를 기록했다. 생명보험사 평균 RBC비율은 전 분기 말 대비 45.6%p 하락한 208.8%, 손해보험사는 전 분기 말 대비 20.9%p 하락한 210.5%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당장 내년부터 새로운 회계제도인 IFRS17과 K-ICS가 도입됨에도 RBC비율 관리 차원에서 자본 확충을 요구받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적정 RBC비율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들어 보험업계는 5조원이 넘는 자본확충을 진행했다. 14일 기준 국내 보험사가 자본확충한 총액은 4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RBC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인 150%를 밑도는 100% 가까이 떨어진 보험사들의 자본확충이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자산 규모 대비 RBC 비율이 가장 크게 떨어진 곳은 NH농협생명으로, 전분기 말 대비 79.0% 하락한 131.5%를 기록했다. 이에 유상증자 6000억원과 후순위채 8300억원을 발행했다.
 
카드사와 캐피탈, 저축은행 등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채Ⅱ(여전채) AA+ 금리는 전날 기준 4.246%로, 여전채 금리가 4%를 넘은 것은 약 10년 만이다. 수신 기능이 없어 채권 발행으로 운영자금의 대부분을 조달하는 카드·캐피탈사는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채권발행 규모도 줄었다. 국내 7개 전업카드사가 지난달 발행한 여전채는 총 1조140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6900억원) 대비 57.6% 줄었다.
 
채권금리 3% 훌쩍 넘어…자금조달 어려움 가중
 
3년물·10년물 국채금리 추이. (자료=금융투자협회)
 
금융권 전반적으로 자본확충에 힘을 쓰고 있지만, 문제는 채권 금리 상승에 따라 조달비용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14일 종가기준 국고채 3년 물 금리는 3.260%로 전일 대비 0.049%p 상승했고, 10년 물 금리는 3.295%로 전일 대비 0.006%p 소폭 하락했다.
 
불과 1년 전이었던 작년 7월 국고채 3년 물과 10년 물 금리는 각각 1.419%, 1.976%였다. 금리 상승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올해 1월 금리는 국고채 3년 물과 10년 물 금리는 2.060%, 2.492%를 기록하며 2%대 금리를 돌파했으며, 지난 5월부터는 3%대 금리를 기록하며 빠르게 상승하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인상 외 소상공인 대출유예 중당 예고 등 유동성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충당금 확보와 위험상품 잔고 관리, 포트폴리오 모니터링 등 자산 건전성 확보에 유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오는 9월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 종료도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진 소상공인과 저신용자를 위한 지원이 종료된다면,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취약차주에 대한 부실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작년까지 유지된 유동성과 외형 성장으로 외견상 올해 1분기 실적은 비교적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예상 이상의 금리인상 기조로 인해 2분기 이후부터는 일부 업종 실적과 자금조달 여건이 약화될 수 있다”라며 “여기에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으로 은행을 비롯해 카드, 캐피탈 등 부실자산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커지는 건전성 우려에 대해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IB토마토>에 “만기연장이나 원리금 상환이 오는 9월부터 12월까지 시작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90일 이상 연체되는 대출에 대해서는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을 필요가 있다”라며 “제2금융권의은 자금조달을 채권 발행으로도 가능하지만, 차입으로도 가능하기때문에 기존의 자본을 활용해 건전성 관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