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수현 기자]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속에 하반기 불확실성이 커져가고 있지만 바이오업계는 적잖은 규모의 자금조달 사례가 속속 눈에 띈다. 자금조달 환경이 여의치 않아진 와중에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방식의 자금 마련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 채무상환을 위해 외부자금을 끌어들이는 곳이 있는가 하면,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 비용 등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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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이노스메드(284620)는 이날 약 48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위한 주식병합을 완료했다. 예정발행가액은 8660원이며, 구주주 청약초일 3거래일 전인 8월31일 확정발행가액을 공고할 예정이다.
이번 유상증자의 가장 큰 목적은 자본잠식 위기 탈출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카이노스메드의 자본금과 자기자본은 각각 110억4000만원, 87억6500만원으로 20.6%의 부분자본잠식에 빠져있다. 이 가운데 2020년 6월 발행했던 200억원 규모의 CB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효력이 지난달부터 시작돼 유동성 악화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실제로 카이노스메드는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200억원을 채무상환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나머지는 운영자금 277억원, 기타자금 8억원으로 각각 활용한다.
카이노스메드는 이날 기준 200억원의 CB 중 30억원의 풋옵션이 행사돼 170억원이 잔여로 남아있다. 170억원의 자본 유출 가능성이 존재하는 셈이다. 지속된 자금 유출로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서게 되면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한다.
에스디생명공학(217480)도 채무상환을 위해 수백억원대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신주 배정기준일은 이달 21일이며 9월1일부터 2일까지 구주주 청약을 실시한다. 예정 발행가액은 1885원으로 총 1900만주를 발행해 약 352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에스디생명공학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마스크팩과 기초스킨케어 화장품 판매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지난해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3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기준 유동부채(925억원)가 유동자산(782억원)을 초과하며 유동성 문제마저 불거졌다. 순차입금은 전년 동기 대비 65.2% 늘어난 527억원이다.
이와 반대로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바이오기업도 있다.
엘앤씨바이오(290650)는 지난달 29일 600억원의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CB를 발행했다. 자금조달 목적은 운영자금 100억원, 타법인(큐렉소) 증권 취득자금 400억원, 기타자금 100억원 등이다.
공모 방식이 아닌 기관투자자인 어센트-메리츠 신기술금융조합 제1호를 대상으로 사모 방식으로 사채가 발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600억원의 투자를 받은 셈이다. 해당 CB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 사채만기일은 2025년 6월29일이다. 전환가액은 3만4200원이며, 전환청구기간은 2023년 6월29일~2025년 5월29일까지다.
엘앤씨바이오는 CB 발행일 다음 날 정형외과 수술로봇 제조업체
큐렉소(060280)의 지분을 확보했다.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총 405억원을 출자해 545만8221주를 취득했다. 지분 14.04%를 보유하며 한국야쿠르트에 이어 2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288330)스도 최근 약 486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납입을 마쳤다. 5월31일, 6월30일에 걸쳐 진행된 두 차례 납입에 따라 최종 발행되는 신규 주식은 기명식 전환우선주 474만1440주, 발행가액은 1만250원이다.
브릿지바이오는 조달한 자금을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가속화를 위해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는 궤양성 대장염 후보물질 ‘BBT-401’, 특발성 폐섬유증 후보물질 ‘BBT-877’, 비소세포폐암 후보물질 ‘BBT-176’ 등이다. 이외에도 전임상 단계의 임상 진입을 위해서도 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자금조달 한파 속에서 투자자들의 바이오 업종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바이오 업종은 금융시장 등의 환경 악화로 인해 투심이 저조해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R&D에만 긴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불확실성”이라며 “기업이 가진 기술적 가치가 믿을만해 주가 상승, 사채 이자 수익 등이 예상된다면 오히려 투자를 아끼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