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디바이오센서, '역삼각합병'으로 메리디안 인수하는 이유
에스디바이오센서 60%·SJL파트너스 40% 출자해 메리디안 인수
메리디안이 역으로 출자회사 인수…각종 인·허가 권리 보존 가능 장점
공개 2022-07-13 06:0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폭풍 성장을 이룬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가 공격적 투자로 활발한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다. 진단 제품 수요 증가로 막대한 현금자산을 거머쥔 회사는 올해 상반기 2곳의 해외 체외진단 기업을 인수했으며, 이달에는 2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규모 M&A 결정 소식을 알렸다. 지난해 GS(078930)그룹의 휴젤(145020) 인수(1조7000억원)와 2018년 한국콜마(161890)HK이노엔(195940)(구 CJ헬스케어) 인수(1조3100억원)를 뛰어 넘는 규모다.
 
특히 이번에는 ‘역삼각합병’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지며 국내 M&A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피인수기업이 역으로 인수기업의 자회사를 합병하는 독특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 8일 미국 ‘메리디안 바이오사이언스(Meridian Bioscience)’를 약 2조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메리디안은 1976년에 설립된 체외진단 기업으로 면역진단과 분자진단, 호흡진단을 비롯한 진단사업과 제약바이오 제품·진단 시약 원료 생산 등 생명과학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메리디안은 최근 5년 사이에만 8개의 제품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등록시켰는데, 에스디바이오센서는 M&A를 계기로 제품 FDA 승인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M&A는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곳간에 쌓인 막대한 현금으로도 감당이 안 되는 규모다. 올해 1분기 기준 회사의 현금성자산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92억원)보다 무려 5960배 불어난 1조1636억원이다. 하지만 메리디안 인수 대금은 이를 2배 정도 넘어선다.
 
이에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인수에 필요한 대금 중 60%만 회사가 부담하고, 나머지 40%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SJL파트너스가 출자하는 방식으로 인수절차를 밟기로 했다. SJL파트너스는 2017년 셀트리온그룹의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에 2000억원을 투자하는 거래를 성사시킨 바 있으며, KCC, 원익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을 3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조 단위 대형 딜을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 인수 이후에도 에스디바이오센서가 미국 시장에 안착하는 데도 용이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역삼각합병’ 사례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에스디바이오센서의 미국 특수목적법인(SPC) ‘Columbus holdings company’가 델라웨어주에 100% 자회사 ‘Madeira acquisition corp’를 설립한다. 이어 피인수 기업인 메리디안이 Madeira를 도리어 흡수합병하는 데, 이 과정에서 Columbus가 보유한 Madeira 주식은 메리디안 주식으로 전환되고 메리디안은 Columbus 자회사로 바뀐다. 메리디안이 에스디바이오센서의 해외 종속법인이 되는 것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이 같은 방식을 택한 첫 번째 이유는 메리디안을 존속법인으로 남기기 위해서다. 역삼각합병 방식이 아닌 일반적인 흡수합병 방식을 따를 경우 피인수법인인 메리디안은 소멸된다. 그렇게 되면 메리디안이 보유하고 있던 각종 사업권과 특허권, 상거래 계약 등 인·허가와 관련된 모든 권리가 콜럼버스로 이전된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입장에선 메리디안과 거래 관계를 맺어온 업체, 고객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거래를 유지시켜야 하는 것이다.
 
역삼각합병을 통해 혹시 있을지 모를 기존 메리디안 주주의 방해를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일반적인 합병을 시도했다면 회사는 메리디안의 지분을 일일이 공개매수해야 한다. 올해 3월 기준 메리디안의 지분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17.15%)을 비롯해 월가 투자펀드 뱅가드그룹(11.15%), 임팩티브 캐피탈(10.06%), 어니스트 파트너스(8,5%), 로이스 어소시에이츠(4.70%) 등 기관투자자 225곳이 98.59%를 장악하고 있다.
 
메리디안 지분 현황. (사진=나스닥)
 
아울러 공개매수는 다른 인수 후보자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다른 기업이 나오면 M&A 실패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역삼각합병은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 승인을 받으면 다른 인수 후보가 끼어들 수 없다.
 
이와 관련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역삼각합병은) 국내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미국에서는 흔히 활용되는 방식의 합병”이라며 “피인수법인의 내부 규정이나 대외적인 거래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유호경 에스디바이오센서 상무는 <IB토마토>에 “역삼각합병 방식을 택한 가장 대표적 이유는 일반 합병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메르디안이라는 법적 엔터티(entity) 자체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라며 “메르디안이 소멸해버리면 각종 인·허가 관련 이슈를 맞닥뜨리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