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바이오팜, 상장 후 4년째 적자…유한양행이 구원투수 될까
유한양행 대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저조한 영업현금창출력
재무활동으로 현금 창출…상장 후 전환사채 4차례 발행
올 1분기 차입경영으로 전환…캡슐형 세제 사업 기대감
공개 2022-07-08 08:3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전진바이오팜(110020)유한양행(000100)을 구원투수로 맞으며 체질 개선을 위한 플랜을 가동한다. 전진바이오팜은 코스닥 시장 상장 이후 전환사채(CB), 유상증자 등의 방식으로 운영자금을 여러 차례 확보했지만, 저조한 현금창출력으로 매년 적자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유한양행과의 협업을 통해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불황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전진바이오팜 본사. (사진=전진바이오팜)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진바이오팜은 바이오벤처계 ‘큰 손’으로 불리는 유한양행을 2대 주주로 들이게 된다. 전진바이오팜은 지난달 30일 공시를 통해 보통주 49만8631주를 신규 발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3자 배정 대상자는 유한양행으로 발행 규모는 약 18억원이다. 10억원은 시설자금, 8억원은 운영자금으로 각각 쓰일 예정이다. 신주 인수 납입일은 이달 8일이고 신주 상장 예정일은 21일이다.
 
유한양행은 신주 인수가 완료되면 전진바이오팜의 지분 7.3%를 확보해 2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현재 전진바이오팜의 최대주주는 올해 1분기 기준 8%의 지분을 보유한 이태훈 대표다.
 
이번 유상증자는 향후 전진바이오팜이 유한양행과 함께 사업을 확대하고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유상증자를 통해 유입된 자금을 ‘캡슐형 세제 제조를 위한 설비 확충과 운전자금’에 투자할 계획이다. 유한양행 입장에선 자체 기술 기반의 생활용품 사업을 영위 중인 기업과 손잡아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전략적 투자인 셈이다.
 
앞서 3월 양사는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협업 첫 제품으로 캡슐 세제인 ‘아름다운세탁세제 파워캡슐’을 내놓았으며, 세탁용 이염방지시트와 드라이시트 등 상품 공동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진바이오팜의 적자 탈출 여부도 이번 지배구조 변화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회사는 매년 매출액 대비 평균 10% 이상을 R&D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탓에 적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처음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던 2018년에는 3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고, 이후 자사 제품에 대한 공급계약을 늘렸음에도 2019년 –20억원, 2020년 –19억원, 2021년 –30억원의 적자가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19년 -13억원, 2020년 -23억원, 2021년 –24억원 등이다. 지속된 순손실로 인해 누적된 결손금은 올해 1분기 기준 242억원에 달한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관리종목 지정 우려는 없지만, ‘적자기업’이란 꼬리표가 늘 따라붙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장 이후 이어왔던 무차입 경영 기조도 올해부로 끝났다. 이번 1분기에는 장기부채 중 만기가 1년 이내로 도래하는 유동성장기부채로 인해 단기성차입금이 143억원으로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210.9% 증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총차입금(149억원)이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129억원)을 상회하며 차입경영으로 전환됐다.
 
 
 
전진바이오팜은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 부진을 재무활동으로 대응해왔다. 상장 이후에도 4차례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이 기간 ‘전환사채의 증가’로 2019년 22억원, 2020년 35억원, 2021년 113억원의 현급 유입이 발생했다. 지난 2020년에는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118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전환사채의 증가, 유상증자가 포함된 재무활동현금흐름은 2019년 9억원, 2020년 129억원, 2021년 106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유한양행과 함께 본격화하는 캡슐형 세제 사업이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이 돼 실적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세제와 같은 생활용품은 필수 소비재로 꼽힌다. 생활밀접형 제품 특성상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는 안정된 시장이지만, 제한된 시장규모 안에서 신규 중소형 업체와 다국적 생활용품 기업들이 진입하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세탁세제 시장은 지난 2016년 약 1333억 달러(한화 약 174조3600억원)에서 연간 4.9%로 성장하고 있다. 오는 2025년에는 약 2052억 달러(268조600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중 6%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캡슐세제 시장은 2020년 약 98억 달러(12조8000억원)이며, 2025년 약 124억 달러(16조2300억원)로 예상된다. 현재까지는 액체세제와 가루세제가 90%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2019년부터 북미를 비롯한 선진국에서 캡슐세제 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 캡슐세제 시장현황. (사진=분기보고서)
 
전진바이오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유한양행의 유상증자 참여로 확보한 자금을 시설 확충에 투입해 생산능력을 키워 매출 증대를 꾀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흑자전환 목표 연도는 정해진바 없다”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