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안전자산 비중 '뚝'…위험선호도 커졌다
국공채·특수채 감소하고 대출채권 증가 추세
공개 2022-07-07 06:00:00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삼성생명(032830)이 안정적인 채권 대신 대출 비중을 늘리는 자산운용 전략을 구사하면서 위험선호도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수한 재무건전성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준금리가 계속 인상되는 시점에서 비교적 열악한 차주에 대한 리스크가 잠재적인 우려 요인으로 제기된다.
 
4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최근 3년간 안전자산 비중(K-IFRS 별도 기준)이 감소했다. 2018년 55.7%였던 수치는 2019년 54.7%로 떨어졌다가 2020년 49.9%로 내려가 50% 밑으로 하회했고 2021년에는 47.6%로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도 47.3%로 소폭 하락했다.
 
신용평가사는 안전자산 비중 50%를 ‘매우높음(AAA)’ 등급의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는데, 삼성생명은 해당 부문에 한해 ‘높음(AA)’ 수준으로 한 단계 내려간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수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지난해(일반계정 기준)에는 업계 평균(49.3%)보다 떨어진 상태다.
 
특히 경쟁 보험사들과 비교하면 한화생명(088350)은 2019년 34.8%에서 2020년 39.4%, 2021년 44.3%로 비중이 증가해 개선됐고, 교보생명은 같은 기간 42.3%, 40.0%, 41.6%로 나타나 현황을 유지했다.
 
안전자산 비중은 자산총계에서 현금·예치금, 국공채와 특수채, 보험약관대출 등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삼성생명은 2019년부터 신규투자에서 채권 비중을 낮추고 대출 비중을 늘려온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의 자산 구성 추이를 살펴보면 먼저 현금·예치금이 2019년 4조8576억원에서 2020년 2조8842억원으로 감소했다가 2021년 3조5911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금·예치금의 자산총계 구성비는 1.7%에서 0.9%로 하락한 뒤 1.2%로 올랐다. 올해 1분기는 2조1756억원으로 0.7% 수준이다.
 
국공채는 규모와 비중이 하락 추세다. 2019년 70조9642억원이었던 국공채 금액은 2020년 73조766억원으로 한 차례 증가했다가 2021년 69조5664억원, 2022년 1분기 64조8750억원으로 감소했다. 자산 비중은 24.7%에서 23.6%, 22.4%, 21.9%로 계속 떨어졌다.
 
특수채 역시 자산 금액과 비율이 감소했다. 특수채 금액은 2019년 35조644억원, 2020년 33조1764억원, 2021년 30조3197억원, 2022년 1분기 29조206억원으로 하락했고 구성 비중은 12.2%에서 9.8%까지 내려갔다.
 
반면 대출채권과 해외채권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대출채권 금액은 2019년 47조4961억원에서 2020년 50조4673억원으로 늘었다가 2021년 53조5500억원으로 올랐고 올해 1분기는 53조5230억원으로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해당 기간 동안 자산 비중은 16.5%에서 18.1%까지 커졌다.
 
대출 부문에서는 특히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가계대출(일반계정 기준)이 2019년 30조9374억원에서 2020년 32조485억원, 2021년 33조1726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에는 32조9897억원으로 소폭 하락했으나 구성비(11.1%)는 증가했다.
 
가계대출(일반계정+특별계정 기준) 부문은 보험약관대출(39.1%)과 부동산담보대출(55.5%)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특히 부동산담보대출이 2019년 17조8087억원에서 2020년 20조3225억원, 2021년 22조1328억원, 2022년 1분기 22조5054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최근 회사는 4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선보이는 등 가계대출 영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대출은 2019년 16조5588억원에서 2021년 20조3774억원, 2022년 1분기 20조5333억원까지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60.0%는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외화유가증권 자산은 2019년 16조4560억원에서 계속 늘어나 지난해 21조1629억원을 기록했으며 이에 따라 구성 비율도 5.7%에서 6.8%로 상승했다. 다만 올해 1분기는 금액(19조8285억원)이 떨어진 것으로 확인된다.
 
삼성생명의 이러한 전략은 경영효율을 나타내는 운용자산이익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 4.0% 수준이었던 이익률은 2019년 3.5%로 하락한 뒤 2020년 2.9%까지 내려갔다. 2021년 3.1%로 끌어올렸지만 올해 1분기 2.9%로 다시 떨어졌다. 운용자산이익률 부진에 금리차(운용자산이익률과 적립이율 차이) 역시 2018년 –0.42%에서 2019년 –0.83%, 2020년 –1.31%, 2021년 –0.98%, 2022년 1분기 –1.17%로 역마진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생명 본사 (사진=삼성생명)
 
회사는 운용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수익구조 내에서 자산운용의 이익기여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지만 위험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잠재적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금융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국내 보험사의 대출채권은 낮은 신용대출 비중으로 부실채권비율이 높지 않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보험업권 가계대출 차주는 다중채무자에 저신용등급, 저소득 차주라는 점에서 위험에 노출될 요인이 제1금융권에 비해 더 크게 작용한다. 특히 기준금리가 지난해부터 계속 상승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차주의 상환 부담 역시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원금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오는 9월 종료됨에 따라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채권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는 점도 문제다. 이와 관련 한국신용평가는 금융지원 조치가 끝나 연장대출에 대해 전액 회수가 이뤄질 경우 보험사의 부실채권비율이 현재 0.13% 수준에서 2.6배가량 늘어나 0.34%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삼성생명 역시 자산운용에서 위험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면서 “일반적으로 말해 리스크 관리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부실이 나타날 수 있는데, 단기적으로 큰 손익변동성이 나타나는 것은 이러한 자산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리스크 부담이 원인이 될 때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삼성생명은 보수적인 운용 태도를 오랫동안 견지해 왔고 최근에 변화하고 있는 모습 역시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금리가 최근에는 오르고 있지만 그동안은 계속 떨어져 왔기 때문에 채권 이율이 감소하다 보니 대체투자나 해외투자 부분을 늘려왔던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실질적으로 대출 부분은 시장의 수요나 흐름에 의해 일정 부분 증가한 폭이 있는 것이고, 전략적으로는 대출을 늘린다거나 하는 내용은 없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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