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맞은 호텔신라…ROE 급등이 호재가 아닌 이유
호텔 실적 등 회복되고 있지만 부채비율에 '발목'
신라스테이·면세점 확장이 '빚' 키워
공개 2022-07-07 06:00:00
 
[IB토마토 김주리 기자] 국내 3위 호텔 사업자이자 2위 면세점 사업자인 호텔신라(008770)가 하늘길이 열리며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지만 방대한 부채비율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비즈니스 호텔인 신라스테이와 면세점 사업이 부채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에 신라호텔을 포함한 특급호텔의 실적이 날로 나아지고 있다. 롯데호텔의 1분기 매출액은 158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고 신라호텔 또한 1308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신라호텔 전경(사진=호텔신라)
 
기업의 경영효율성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분기 기준 3.69%를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42.26% 상승했다. 호텔신라의 ROE 급등은 얼핏 호재로 보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기저효과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호텔신라의 2020년 2분기~2021년 1분기 기간 실적을 살펴보면 당시 평균 ROE는 -39%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안정적이지 않은 ROE 추이를 보였으며 코로나19 이전에도 2019년 4분기 18%의 ROE를 보였다. 현재 ROE가 3%대를 기록한 것이 호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다. 이전 실적을 회복할지도 미지수다. 비즈니스 호텔인 신라스테이 사업과 면세점 사업이 호텔신라의 재무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거란 우려 때문이다.
 
 
 
호텔신라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계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채 때문이다. 2022년 1분기 기준 호텔신라의 부채비율은 379%에 달한다.
 
호텔신라의 부채는 비즈니스 호텔인 신라스테이를 키우면서 증가하기 시작했다. 호텔신라는 지난 2013년 ‘신라스테이 동탄’을 오픈한 데 이어 4년간 역삼, 제주, 서대문 등 신라스테이를 연이어 개점했으며 현재 13곳이 운영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호텔신라가 모든 비즈니스 호텔 건물을 장기임차해 운영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가령 신라스테이 동탄은 미래에셋 부동산 펀드가, 신라스테이 역삼은 KT가 건물을 소유해 호텔신라에 운영을 위탁해 맡기는 셈이다. 호텔신라 입장에서는 개발 회사와 수익을 나눠야 하며 장기임차로 계약이 묶여 있어 중도 계약 해지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호텔 매출이 늘더라도 이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호텔신라의 부채는 2019년 1조원 이상 급증하는데 이는 신라스테이 장기임차 비용이 리스부채로 인식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신라면세점(사진=호텔신라)
 
면세점 사업 또한 발목을 잡는 건 마찬가지다. 호텔신라는 지난 2013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면세점 개점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면세점 사업을 늘려왔다. 2020년 4월에는 3식스티(Sixty) 면세점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 트라벨 리테일 그룹으로부터 지분 44%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호텔신라는 3식스티 2대 주주로 올라섰으며 인수 금액은 1억2100만달러(한화 약 1417억원)다. 호텔신라의 자기 자본의 18.5% 수준이 됐다. 하지만 직후 팬데믹 국면에 접어들면서 면세사업의 투자금 대부분을 날리게 됐다. 최근에서야 비로소 간신히 적자를 면하고 있으나 면세점 자체가 고환율로 인해 일부 제품이 백화점 가격을 뛰어넘으면서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호텔신라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ROE(순이익/자본총액)를 내기 위해서는 연간 800억원 가량의 이익을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부채비용으로 치러야 할 금융비용이 매년 400억원 가량이며 이 비용을 포함해 매년 800억원의 이익을 내려면 연간 12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야 한다는 계산이 된다.
 
호텔신라가 재무개선을 위해 면세사업권을 매각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그 또한 면세 사업이 더욱 활기를 찾아야 가능한 이야기다. 면세점은 앞서 언급한 고환율 문제와 함께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봉쇄 조치에 중국 따이궁(보따리상)이 한국 면세점을 찾지 않고 있어 불투명성이 더해지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호텔신라는 면세점 매출비중이 매우 큰 기업"이라면서 "코로나 2년 반을 지나면서 경영상황이 어려워진 상태로 부채비율도 증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황을 타파할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고, 1분기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이 또한 기저효과라고 보인다"라며 "면세사업이 회복되지 않는 한 부채비율을 줄이기 쉽지 않아 한동안 어려운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호텔신라 관계자는 “호텔 수익구조와 관련해서 ROE 및 매출 등에 기저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코로나19 기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모임인원수 제한 등으로 국내 이용객이 적었고 해외에서 유입되는 고객들도 없었을 뿐 아니라 행사 등도 진행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현재 웨딩예약 등도 확보가 된 상황"이라며 "고물가 영향, 그리고 아직 해외 관광객이 이전처럼 유입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 보지만, 매출 회복에는 기대를 하고 있고 이는 부채비율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부채비율과 관련해서는 "IFRS 기준 변경에 따른 것으로 변동은 크게 없다"라고 답했다.
 
김주리 기자 rainb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