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IPO시장 볕 드나…2차전지·첨단소재 기업 출격
2차전지·첨단소재 기업, 시장 수요 보장돼 인기
핵심 기술력에 성장성·실적도 뛰어나
공개 2022-07-04 06:0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금리 인상 등으로 침체한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2차전지·첨단소재 기업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미래 유망 산업군에 속해 있다는 프리미엄에 더해, 핵심 기술 보유로 성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IPO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스팩 상장을 포함해 총 44곳으로, 57곳이 상장했던 지난해보다 13곳이 줄었다. 코스피는 지난 1월 LG에너지솔루션(373220) 이후 상장에 성공한 기업이 없다.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SK쉴더스·원스토어·태림페이퍼 등 기대가 컸던 대어들이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코스닥도 작년보다 5곳 적은 44곳만 시장에 입성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IPO 시장 역시 침체기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 시장 불황으로 기업들이 수요예측에서 원했던 만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새빛켐 IPO 일정. (자료=IR큐더스)
 
이처럼 어두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IPO와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2차전지·첨단소재 분야 기업들이 그 주인공이다. 2차전지 재활용 전문기업 ‘새빗켐’은 지난 28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 절차를 시작했다. 지난 2001년 설립한 새빗켐은 업계 최고 수준의 고순도 정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유가금속회수율이 95% 이상에 달한다. 고객 맞춤형 튜닝 기술로 하이니켈 수요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334억원·영업이익 55억원으로 창사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률도 업계 평균의 2배 수준인 16.5%를 보였다. 국내 대표 배터리 소재 기업 중 한 곳과 전구체 복합액에 대한 대규모 공급계약을 맺어, 약 10년치 먹거리도 확보한 상태다. 새빗켐은 오는 7월20~21일 수요예측을 진행해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다. 7월26~27일 청약을 거쳐 8월 중에 코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성일하이텍 공모 개요와 일정. (자료=서울IR)
 
오는 7월7일 IPO 이후 7월 말 상장 예정인 성일하이텍 역시 2차전지 재활용 기업이다. 성일하이텍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2차전지 재활용 일괄 공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황산코발트·탄산리튬·황산니켈·황상망간·구리 등 2차전지의 주요 5대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습식 제련 기술 고도화로 생산 능력도 국내 최대 규모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 OEM과 배터리 제조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생산 능력(CAPA)을 보유한 거점을 구축하고 있어 탄력적인 원료 수급 대응이 가능하다.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배터리 제조사·소재 회사들과의 네트워크로 안정적인 공급망도 확보하고 있다.
 
성일하이텍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472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23% 늘었다. 영업이익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 역시 작년보다 62% 증가한 515억원, 영업이익은 153% 성장한 100억원을 기록했다. 성일하이텍은 다음 달 11일과 12일 수요예측 후 18일과 19일에 일반 공모청약을 진행한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KB증권(KB금융(105560))과 대신증권(003540)이다.
 
지난 24일 코스닥 상장 예비 심사를 승인받은 더블유씨피(WCP)는 2차전지 분리막 전문기업이다. 2016년 설립한 더블유씨피는 고객사의 수요에 따라 소형·중대형, 일반형·코팅형 등 다양한 2차전지 분리막 제품을 맞춤 제작할 수 있는 역량과 설비를 보유한 기업이다. 특히 세계 최대인 5.5M 광폭 생산 기술은 더블유씨피만의 핵심 경쟁력이다.
 
주요 제품은 2세대 코팅 습식 분리막으로, 우수한 통기성·인장강도를 가지면서 에너지 밀도와 열안정성까지 높은 상품이다. 더블유씨피의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은 매출액 1854억9867만원·영업이익 404억5798만원이다. 매출액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65.8%, 영업이익은 무려 314.5% 증가했다. 
 
이승훈 영창케미칼 대표이사. (사진=서울IR)
 
첨단소재 기업도 강세다. 최근 AI반도체·미래차 관련 개발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ICT 첨단소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어서다. 지난 23일 IPO를 성공적으로 마친 영창케미칼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초정밀 산업용 화학소재를 개발·생산하는 기업이다. 2001년 설립 이후 국내 반도체 제조 분야의 국산화 1세대 기업으로 자리매김해왔고, 특히 반도체 산업용 소재 ‘포토레지스트’를 양산해 수입 대체에 성공해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EUV(극자외선) 노광 공정용 린스’ 시제품 개발을 마쳤다. 올해 하반기 양산을 시작하면 업계 최초로 해당 제품의 국산화에 성공하게 된다.
 
영창케미칼은 핵심 기술을 보유한 만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례 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할 방침이다. 앞선 기술성 평가 결과 심사 기관인 NICE평가정보와 SCI평가정보 두 곳에서 모두 A등급을 받았다. 영창케미칼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도보다 36.9% 증가한 197억원, 영업이익은 229% 늘어난 14억원이다. 오는 27일과 28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후 내달 4일과 5일 일반 청약을 받는다. 7월 중순 상장 예정이며, 주관사는 하나금융투자(하나금융지주(086790))다.
 
아이씨에이치 공모 일정. (자료=IR큐더스)
 
친환경 첨단 회로소재 전문기업 아이씨에이치(ICH CO.,LTD)도 소부장 특례 상장을 준비 중이다. 내달 14일 IPO간담회를 앞둔 아이씨에이치는 △IT 기기용 점착테이프 △전자파 차폐용 가스켓 △필름형 박막 안테나(MFA, Metal Foil Antenna) 등을 주력 제품으로 개발·생산하고 있다. 특히, 필름형 박막 안테나는 기존 기술에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한 ‘친환경 상온 프레스 패터닝 공정’ 기술을 융합한 핵심 제품이다.
 
아이씨에이치의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384억원·영업이익은 95억원이며, 영업이익률은 25%에 달한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의 매출액 연평균 성장률(CAGR)은 38.4%다. 오는 7월13일~14일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 7월19일~20일 청약을 거쳐 7월 내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대표 주관사는 삼성증권(016360)이다.
 
IPO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플랫폼을 보유한 IT서비스 기업 등이 강세를 보였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실제 제품과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라며 “특히 2차전지·첨단소재 등 시장 수요가 충분한 산업군의 기업들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IPO에 도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