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전자'된 삼성전자…임원 수익률도 '마이너스' 일색
6월 한 달간 임원 12명 자사주 12억원어치 매입
평균 매입가 63229원…총 손익률 9.9%
가장 많이 산 안재용 부사장 약 3460만원 손실
공개 2022-07-01 08:30:00
[IB토마토 윤아름 기자] 삼성전자(005930) 고위 임원들이 최근 한 달간 12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지만 주식투자 성적표가 마이너스 일색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4월부터 부사장 이상 임원들을 대상으로 자사주 매입을 독려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주가가 이달 초(2일) 대비 전날(29일) 종가 기준 13.04% 하락하면서 임원들이 매입한 자사주도 손실구간에 들어선 상태다. 주가 부양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더구나 메모리반도체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큰 데다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경영진이 적은 수준에 그친다는 점에서 주가의 상승 여력이 없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정재웅 부사장(3300만원)을 비롯한 고위 임원 12명은 자사주 12억3700만원 어치를 매입했다. 안재용 부사장(2억6500만원), 김기훈 부사장(1억9600만원), 김재훈 부사장(1억8600만원) 등 몇몇 임원들은 수억원을 들여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삼성전자 대표 제품인 '갤럭시Z 폴드3'(사진=삼성전자)

  

하지만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이 계속되면서 이달 들어 주가를 매입한 임원들은 대부분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해 말 8만원대를 기록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별다른 반등 없이 하락해 현재 5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실제 이달 매입에 나선 12명 임원들의 평균 매입가는 6만3229원으로 전날 종가(5만8000원) 기준 8.27%가 떨어졌다. 실제 임원들이 매입한 주가의 현재 가치는 11억1319만원으로 총 9.9%의 손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달 가장 많은 자사주를 매입한 안재용 부사장(3973주)의 경우 평균매입 단가(6만6700원)에 비하면 현재 3460만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3000주를 매입한 김기훈 부사장 또한 2180만원, 윤태양 부사장(2250주)은 1700만원의 손실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 김재훈 부사장(3000주) 1230만원, 유승호 부사장(2000주)은 1180만원의 적잖은 손실을 냈다.
 
올해 초부터 자사주를 매입한 임원들은 모두 투자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들은 올해 들어 자사주 매입을 늘리고 있다. 올해 1월부터 권영재 상무(1600만원)를 비롯한 임원들이 회사 주식 매입에 나섰고, 주주총회를 앞둔 3월에는 한종희 부회장(7억원), 노태문 사장(5억6000만원) 등이 자사주를 사들였다. 주가 하락이 계속되자 경영진이 주식을 매입해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경영진들의 자사주 매입 러시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가는 끝없이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4월 부사장 이상 고위 임원들에게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는 메일을 발송하기에 이르렀다. 주가 반등 모멘텀을 되찾기 위해선 경영진이 회사 주식을 보유하는 게 필요하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 시점을 늦추고 있다. 올해 하반기 디램(DRAM) 가격 급락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반도체 수요부진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2분기 모바일,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며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60.7조원에서 58.3조원으로 4% 하향조정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보여준 실적 자신감과 달리 현재 빅테크와 대형 유통 업체, 반도체 장비 등 업체들이 잇따라 매출 둔화, 마진 하락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라며 “삼성전자 또한 가전 성수기인 2분기에도 TV 수요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등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임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자사주 매입을 독려했는데도 불구하고 매입에 나선 임원 숫자가 적다는 것 또한 당분간 주가 반등 기대감이 없다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360여명의 부사장급 이상 임원 중 실제 자사주 매입에 나선 이는 50명 미만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하반기 반도체 구매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지표(코스피) 하락 대비 삼성전자가 더 큰 폭의 주가 하락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구나 현재 미국 금리 인상 등 대내외 여건이 증시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이)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에 힘을 보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