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패션그룹형지, 부실관계사 인수…재무상태 악화일로
지난해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자산의 53%가 '재고자산'
형지에스콰이어 지분 51% 인수…형지에스콰이아도 부분자본잠식
인수가액이 장부가액보다 높아…"41억원 규모 토지 보유 때문"
공개 2022-07-01 06:00:00
[IB토마토 최용민 기자] 자본잠식에 빠진 패션그룹형지가 부실 관계사까지 떠안게 되면서 향후 재무 상태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특히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침체로 패션업계 시장 전망이 어두워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9일 금융위원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형지엘리트(093240)는 최근 자회사 형지에스콰이아 지분 51%를 패션그룹형지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매각대금은 89억7000만원이다. 형지엘리트는 이 자금을 활용해 재무구조 개선 및 유동성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프로스포츠 구단을 대상으로 한 상품화 사업 등 기존 사업 등도 강화한다.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 (사진=뉴시스)
 
문제는 90억원을 주고 형지에스콰이아 지분 51%를 인수할 만큼 패션그룹형지의 재무상태가 양호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패션그룹형지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20억원에 달하는 자본금을 모두 까먹고,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7억원을 기록했다.
 
부채총계가 5334억원을 넘어서고 있고, 자산(5327억원)의 52.53%가 재고자산(2799억원)으로 남아 있다. 특히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각각 250억원, 52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254억원 수준이라 형지에스콰이아 인수 대금을 현금으로 지불할 경우 155억원으로 줄어든다.
 
실제 2019년 회계정책 변경에 따른 리스부채 728억원 계상, 송도 신사옥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금 1199억원, 지난해 자회사 까스텔바작 비지배지분 매수청구권 행사로 396억원 현금유출 등으로 차입금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2021년 말 순차입금과 차입금의존도는 2963억원, 62.3%로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아울러 패션그룹형지의 자회사 네오패션형지와 아트몰랑도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에 빠졌고, 지난해 각각 69억원, 107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상태다. 향후 시장 상황도 부정적이다. 업계에서는 여성복 및 골프웨어 시장의 경쟁 심화와 경기 둔화로 향후 패션그룹형지의 실적 개선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특히 지분 51%를 인수하는 형지에스콰이아도 재무 상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형지에스콰이아는 지난해 6월 기준 현재 부분 자본잠식 상태다. 자본총계가 130억원을 기록해 자본금(381억원)의 34.1% 수준으로 줄었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었고, 자산(419억원)의 48.2%가 재고자산(202억원)으로 묶여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매출액도 전년 동기보다 7.9% 줄었고, 2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자본잠식에 빠진 형지에스콰이아 매각대금이 장부가액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형지엘리트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형지에스콰이아 장부가액은 119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분 99.29%에 대한 가격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매각 지분 51%에 대한 장부가액은 61억원 규모다. 장부가액 61억원 규모의 지분을 90억원에 인수하는 셈이다.
 
부분 자본잠식에 빠진 기업을 장부가액보다 높은 금액으로 인수하는 이유는 형지에스콰이아가 보유한 자산가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형지에스콰이아는 현재 장부가액 41억원 규모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2008년 토지재평가를 실시한 액수로 현재 시가는 이보다 크게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수 회계사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비상장사 주식 거래의 경우 기업가치가 영업활동이 아닌 유형 자산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라며 “실제 부동산이 있는 비상장사의 경우에는 자본잠식이라해도 부동산 평가액이 거래가액에 영향을 많이 준다”라고 말했다.
 
한편, 형지엘리트는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프로스포츠 구단을 대상으로 한 상품화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형지엘리트는 SSG랜더스와 한화이글스 등의 스포츠구단 유니폼과 굿즈 등을 제작하고 있다. 지난 2020년 7월~2021년 3월 3억6700만원에 머물렀던 형지엘리트의 스포츠사업 매출이 2021년 7월~2022년 3월 14억5천만원까지 성장했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은 형지에스콰이아 지분 인수와 관련해 “이번 계약을 계기로 패션그룹형지와 형지에스콰이아는 토털패션기업으로 본업인 패션에 힘을 합해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형지엘리트는 글로벌 송도 인프라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추진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IB토마토>는 패션그룹형지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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