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 LG생건 부회장, 푸르밀 눈독…또 하나의 매직 될까
취임 후 크고 작은 M&A 25차례 이상…음료에서 뷰티까지
푸르밀 인수 성공 시 음료 부문 포트폴리오 ‘완성’
공개 2022-06-30 06:00:00
[IB토마토 김주리 기자] LG생활건강(051900)이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의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차석용 매직'이 다시금 힘을 발휘할지 관심이 쏠린다. 17년간 LG생활건강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차 부회장은 '인수·합병(M&A) 귀재’로 손꼽히며 시작한 사업 모두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푸르밀 인수 추진과 관련해 "음료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 푸르밀 인수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라고 지난 17일 공시했다.
 
LG생활건강은 해당 내용과 관련해 확정되는 시점 혹은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재공시예정일은 2022년 9월16일이다.
 
LG생활건강의 푸르밀 인수 검토는 음료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리프레시먼트(음료) 산하에 스파클링(코카콜라, 슈웹스, 씨그램), 주스(미닛메이드), 커피&티(조지아, 태양의마테차), 스포츠&에너지 음료(파워에이드), 생수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한 LG생건에서 빠진 부문이 우유와 유제품이다. LG생건이 푸르밀을 인수할 경우 푸르밀의 우유·유제품 브랜드들을 추가하면서 음료 부문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음료 사업은 차석용 부회장의 인수·합병(M&A) 전략이 빛을 발했다고 평가받는 부분 중 하나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은 차석용 부회장의 취임해인 2005년 1월 이후 17년 동안 공격적인 M&A를 통해 사세를 불려왔다. 크고 작은 M&A가 25차례 이상 이어졌고 특히 음료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코카콜라음료 인수의 경우, 차석용 부회장은 1년 남짓 동안 M&A 작업을 준비한 끝에 2007년 10월 3136억원을 투자, 코카콜라음료 지분의 90%를 인수했다. 이어 3년 3개월 만에 다이아몬드샘물, 한국음료, 해태음료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음료 사업 라인업에 투자를 이어갔다. 향후 이 사업부는 앞서 언급한 ‘리프레시먼트(음료)’ 부문으로 재편돼 LG생활건강의 먹거리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울러 푸르밀 인수 추진은 최근 1분기 중국의 영향으로 실적에 타격을 받은 LG생활건강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올해 1분기 LG생활건강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2% 줄어든 1조6450억원, 영업이익은 52.6% 감소한 1756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LG생활건강의 3대 사업부 중 뷰티 분야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봉쇄령으로 타격을 받았지만, 데일리 뷰티와 음료사업은 성장했다. 특히 음료 사업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9% 늘어난 3927억원, 영업이익은 2.6% 증가한 514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차석용 부회장의 M&A 전략은 비단 음료사업에 국한되지 않았다. 차 부회장은 성장세가 예상되는 더마·색조 화장품과 해외 시장 공략을 목표로 삼고 치밀하게 M&A를 성사시켰다. 2010년 1월 더페이스샵을 4689억원에 사들이는 것을 시작으로 바이올렛드림(2012년), CNP코스메틱스(2014년), 제니스(2015년), 태극제약(2017년)을 인수해 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제품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특히 잇따른 미국 기업 M&A로 글로벌 사업 전략을 재편해왔다. 2019년에는 미국 화장품 회사인 더에이본 인수를 시작으로 2020년 피지오겔 북미·아시아 사업권을 1923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모발관리 브랜드 알틱폭스를 보유한 보인카의 지분 56%를 1170억원에 인수하는 등 굵직한 M&A도 단행했다. 지난 2월에는 미국 헤어케어 기업인 파루크시스템스와 함께 스마트 맞춤형 염모제 시스템을 개발해 미국의 100여개 헤어살롱에 선보였다.
 
아울러 최근 본격적인 북미 진출을 노리며 지난 4월 미국 화장품 기업 더크렘샵의 경영권(65%)을 1485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여섯 번째 연임에 성공한 차 부회장의 첫 M&A도 미국기업인 셈이다. 특히 이번 계약에는 LG생활건강이 더크렘샵 잔여지분 35%를 5년 뒤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푸르밀은 1978년 롯데유업으로 출발한 유제품 전문기업이다. ‘푸르밀가나 쵸코우유' 등을 히트시키며 유가공 전문기업으로 입지를 다져왔으며 지난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사했다. 고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 기업을 이끌어왔으나 지난해 말 물러나 올해부터 아들인 신동환 사장이 단독 대표로 기업을 이끌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차석용 부회장 취임 이후의 지속된 M&A 전략에 관해서 <IB토마토>에 “LG생활건강은 탄탄한 사업구조를 갖추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안정적인 사업 기반 위에서 중장기 전략에 부합하는 M&A를 실시함으로써 시너지를 통해 세 가지 사업분야를 더욱 고도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높이고 있다”라며 “차석용 부회장의 전략으로 LG생활건강은 Beauty(화장품), HDB(생활용품), Refreshment(음료) 각각의 사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통해 서로의 사업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푸르밀 인수와 관련해서는 “관련 내용은 공시에 나와있는 것 외에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라며 “다양한 방안과 M&A를 검토 중이고 관련 사항은 시기가 됐을 때 공식입장을 통해 말씀드리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김주리 기자 rainb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