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나홀로 회사채 비중 증가…유동성 관리 의문
지난해 7개 카드사 중 증가 유일…금리 인상기 부담 커져
공개 2022-06-30 06:00:00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카드업계의 자금 조달수단인 여신전문금융회사채의 금리가 10년 만에 4%를 돌파했지만 현대카드는 오히려 회사채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이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회사채 대신 장기 기업어음(CP)으로 조달책을 선회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포트폴리오 조정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금리 상승기라는 시점에서 ‘미스매치’라며 유동성 관리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과 신용평가사 자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해 자금조달 실적에서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7개 전업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했다. 2020년 67.5%였던 수치는 67.9%로 0.04%p 상승했다.
 
다른 경쟁사인 신한카드(-6.4%p), 삼성카드(029780)(-8.2%p), KB국민카드(-7.4%p), 우리카드(-7.7%p), 하나카드(-15.0%p), 롯데카드(-0.6%p) 등이 회사채 비중을 전반적으로 크게 줄인 것과 다른 양상이다.
 
올해 1분기 자금조달 실적이 나와 있는 전자공시시스템 기준(일평잔)으로 현대카드 회사채 비중은 2020년 66.8%에서 2021년 67.4%로 0.6%p 증가했고 2022년 1분기 68.5%로 다시 1.1%p 상승했다. 
 
카드업계는 그간 자금조달 방식을 다원화하는 차원에서 회사채 비중을 줄이고 기업어음(CP) 발행을 늘려 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기준금리가 급격히 인상되면서 장기채권 시장 조달 여건이 악화하자 CP 발행이 금리 부담을 줄이는 수단으로 떠올랐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회사채나 CP나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조달원을 다변화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라면서 “최근 CP가 늘어났던 이유는 금리가 오르면서 투자자들이 회사채보다는 CP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카드업계 전반적으로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NICE신용평가 자료에 의하면 최근 CP 발행 추이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1~2년물 비중이 50.5%였는데 올해 1분기 33.9%로 줄었고, 같은 기간 2~3년물이 7.4%에서 34.1%로 급격히 늘었다. 2~3년 이상 만기로 발행되는 ‘장기’ CP가 장기채권을 통한 자금조달을 일부분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해 CP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이 3조7650억원으로 전년(1조8100억원) 대비 두 배가 넘어섰다. CP 비중도 7.7%에서 14.1%로 6.4%p 증가했다.
 
삼성카드(1조9000억원)와 KB국민카드(2조1500억원) 역시 지난해 CP 발행을 크게 늘리면서 자금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9.2%p, 7.8%p 상승했다. 우리카드(10.6%p)와 하나카드(14.3%p), 롯데카드(1.7%)도 마찬가지다.
 
반면 현대카드는 지난해 CP 발행 금액이 1조5800억원으로 전년도 1조7650억원에 비해 오히려 감소했으며 CP 비중도 12.5%에서 10.1%로 2.4%p 내려갔다.
 
회사채 비중을 늘리는 조정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CP는 회사채와 달리 보증이나 담보 없이 기업의 신용만 고려해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이고, 발행 조건이나 절차 역시 어음법을 적용받아 채권(자본시장통합법)에 비해 자유로운 편이다. 지정된 수치나 기준은 없지만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회사채 비중을 늘리는 것이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문제는 포트폴리오 조정의 시점이다. 회사채 금리는 보통 CP 금리보다 높게 나타나는데, 기준금리가 계속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회사채 비중의 확대는 금리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카드에 대한 민간채권평가회사의 평가금리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 7일 기준 CP는 1년 물이 3.020%, 2년 물이 3.270%로 나타났고, 회사채는 1년6개월 물이 3.602%, 3년 물이 4.064%로 확인된다. 최근 3개월간 CP는 2년 물 기준 0.79%p 올랐고, 회사채는 3년 물 기준 1.076%p 증가했다.
 
현대카드 본사 (사진=현대카드)
 
회사의 이자비용을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2712억원으로 전년도(2634억원) 대비 3.0%(78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사채는 2222억원으로 81.9%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에는 이자비용이 736억원으로 전년 동기(645억원)에 비해 14.1%(91억원) 늘었다. 사채는 609억원으로 17.3% 증가했다.
 
카드업계 회사채 금리는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 기준금리(1.75%)가 0.75%p 인상되면서 국내 기준금리(1.75%)도 인상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전력(015760) 공사가 발행하는 회사채(한전채) 금리가 치솟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전채는 초우량 신용등급임에도 3년 물 금리가 최고 4.3%를 넘어섰다. 한전채 발행 규모도 급격히 늘어나면서 전체 회사채 금리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신용평가사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기준금리가 계속 인상되면 카드채(회사채) 금리도 당연히 상승할 수밖에 없는데, 특히 최근에는 한전채 영향도 있다 보니 카드채 수요가 감소하게 될 경우 금리를 더 높게 찍어야 하는 부분이 반영될 수 있다”라면서 “최근 회사채 금리가 이미 많이 올랐기 때문에 회사채 비중이 계속 증가한다면 조달비용 부담도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확인을 해봐야 알 것 같다”라면서도 “최근에 장기CP 발행을 한 번 했다. 금리가 너무 올라서 CP 발행이 더 늘어나야 하는 것 아닐까 싶기도다 하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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